[Review] 더 넓은 세계를 위한 진심어린 응원 -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

글 입력 2023.03.0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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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뭐에 대한 정리집'은 강박적인 독자로서는 상당히 불만족을 주는 부류다.

 

주변 사람의 표현을 좀 빌려오자면, 다른 식당의 메뉴판을 전시하는 메뉴판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 생각을 좀 덧붙여서, 입맛 도는 묘사로 가득 채운 오마카세의 알 수 없는 설명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분류한 사람의 입장에서야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야 인스턴트로 간접경험 하는 기분이다. 그리고 나 같은 독자들에게 정말 이런 경험들은 짧은 전희만 주고 절정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것 같다.

 

이 책을 처음 피면서 그런 생각에 사로잡혔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젠더와 인종 다양성의 문제가 책 선택의 주요한 주축이 된다는 점도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어느정도 이런 생각을 수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중에 자세히 기술하겠지만, 이 책은 하나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전체적인 흐름을 보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책 사이사이의 구성과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이 과정을 좀 더 특별하게 바꾸어 놓는다. 그래서 정말 독특한 독서 경험을 주는 책이다.

 

오늘 리뷰할 책,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독특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책이다. 우선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은 '가이드'라기보다 '메뉴판'에 가깝다. 메뉴판은 그 가게의 가장 맛있는 음식과 구성요소, 가장 특별한 풍미를 한 두줄 문장으로 맛들어지게 묘사한다. 하지만 음식이라는 경험을 직접적으로 제공해주지는 않는다. 가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각 음식은 선택지로서만 존재한다. 수많은 음식의 리스트를 보지만 그 음식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얻을 수는 없단 의미다.

 

책은 여러 책을 설명하지만, 그 책이 가지고 있는 세부요소와 자세한 전개나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그래서 만약 이 책을 독서의 지도로 선택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최소한 내가 읽은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읽혀서는 맛을 느낄 수 있는 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어떤 방식으로 읽을 때 더 맛이 있는가? 여기서 두번째 특징이 드러난다.

 

두번째, 이 책은 트랜디한 주제를 다룬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이 책은 다양한 인종이나 성적 다양성을 가진 주인공, 작가의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들에만 머무르지 않고 책 관련 인플루엔서, 독특한 도서관 등을 소개한다. 개인적인 의견을 좀 밝히자면, 책들을 주인공의 특징들로 묶어 소개하는 것은 다소 인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부분은 단일민족 국가에서 세계화된 문화에 영향을 받은 나라는 독자의 배경도 적용했다고 본다. 나는 그래서 인구배경학적 특성보다는 다양한 영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른 방식으로 주제를 분류하는 것을 선호한다.

 

하지만 책에 소개된 수많은 책들을 보면서 이런 특성으로 분류된 책들을 보는 것 또한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주제 밑에서 보인 책의 '비주류적 인물'들은 어딘가 소속되고 지지받는 것을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그런 결합에 관한 강한 의지력이 도서관의 설립, 책의 출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간접적인 방식으로 드러나 있었다.

 

앞서 말했던 특수한 포지션에서는 느끼지 못했지만, 아마 현대사회에서도 이러한 힘들이 작용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관점에서 이러한 노력들이 한데 모인 이 책은 그런 누군가에게 읽히는 것만으로도 큰 의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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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결국 이 책은 어떤 시대적 흐름을 대변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소개된 책들이 국내에 얼마나 번역되고 들여왔는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책들은 그런 책들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정보를 덜어내는 대신, 책의 이름 처럼 '모든 책들'을 소개하는 데 지면을 할애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요즘 어떤 책들이 유행하는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지향점은 책의 주제에 맞게 '다양성'에 있다. 이 부분에서 저자들의 의도가 돋보인다.

 

이 글을 쓰는 나를 포함해서 소수자의 입장에서 이 책은 끊임없이 "당신도 이 중 하나가 될 수 있으며, 모든 사람이 주류사회에 속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노력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지향하는 가치는 좀 더 넓은 사회를 향한 열정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 페이지의 대부분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가 그려져있는데 괜스레 그런 부분에서 저자들의 열정이 드러나 이상한 감동을 준다.

 

이런 메시지를 좀 더 드러내기 위해 단순히 책을 소개하기보다는 다양성과 관련된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 우리와 똑같은 삶을 사는 작가들의 방을 소개한다. 세계지도를 놓고 의미있는 책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김지영'책도 여기에서 소개되었다.

 

이 가벼워 보이는 책에서 어떤 사랑스러움이 느껴지는 것은 이들의 의지와 메시지가 돋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순수한 의도야말로 우리에게 안심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부제목 처럼- 더 넓은 세계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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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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