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관을 좋아하는 사람의 보도 -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

글 입력 2023.03.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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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갈까?



모든 선택과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가볍게 오늘 점심에는 무엇을 먹을지 결정할 때도 우리는 어제의 저녁과 겹치지 않는 메뉴라는 이유나, 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맛있게 배를 채우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을 읽겠다고 결심한 이유도, 김진혁 작가가 독자에게 미술관을 친근하게 설명하는 이유도 존재한다. 왜? 한 음절, 몹시 쉬운 물음이지만 생각보다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물음이기도 하다.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전시가 좋아 관련한 일을 하고 있다. 책 시작에 '막연히 예술이 좋았다'라고 이야기하는 그의 감정은 분명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예술이 살아있는 동안 존재하는 모든 것과 생각을 표현한다'는 것을 어린 날 경험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깨달은 인생 첫 전시회는 그가 일하는 공간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미술관을 좋아하게 될 당신에게>를 집필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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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책을 읽는 나는 어떤 이유로 선택하게 된 것일까. 먼저 제목이 다정했다. 가벼운 확신과 함께 전해지는 다정함은 한편으로 반항적인 마음이 들게 만들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기에 '좋아하게 될'것이라고 생각했는지 알아보고 싶었다. 또 시작부터 물음표로 작성된 책 소개가 관심을 끌었다. 

 

커다란 액자에 검은 사각형이 그려져 있는 그림은 무얼 의미하지? 미술관에 사탕이 왜 쌓여있는 거지? 미술작품에 집중해서 각각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듣는 게 물론 재밌지만 해당 작품을 단편적으로 알고 나면 다시 새로운 지식을 얻어야 하는 예술 책들에 지쳐있었다. 미술작품이 아닌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해 줄 책이 반갑고 만나고 싶었다. 


작가는 초등학생 때 경험한 선명한 미술관의 기억이 현재의 미술에 대한 사랑과 전시 기획의 작업을 이끌었다고 이야기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를 관람하는 다른 많은 사람도 모두 기억에 남는 전시가 있는 것일까? 그들은 어떤 동기로 가는 것일까?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든 궁금증이었다. 동기를 알아야 이 책을 읽고 미술관을 찾고 좋아하게 되는 사람의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으니 가장 가까운 나에게 물어봤다. 미술을 전공하지도 않는 나는 왜 이따금 미술관을 찾는 것일까? 

 


음악, 영화, 문학을 즐기는 풍성한 예술적 경험은 오래된 미술 작품은 물론 더없이 난해한 동시대 미술까지도 내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술사를 알고 미학을 이해하는 폭이 넓은 감상자만큼 슬픈 노래를 듣고 울컥할 줄 아는 이도 훌륭한 감상자가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본문 20쪽
  


예술적 경험 자체를 좋아하는 건 핵심적이지 않더라도 주요한 원인이다. 미술은 예술의 한 분야로 영화, 음악, 문학과 동떨어져서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예술은 개인의 감각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공통점으로 생각하면 다른 분야에 대한 사랑이 미술로까지 연결되곤 한다. 작가도 청소년 시절 다양한 예술 분야를 탐닉했다고 한다. 풍성한 예술적 경험은 난해한 작품도 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훌륭한 감상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술관을 찾은 누군가는 미술적 지식이 없더라도 예술을 이해하는 직관이 생기는 중이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어떻게 즐길까?



미술관과 친한 작가의 특성은 책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책은 2차원 형태지만 입구로 들어가면 네 개의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고 순차적으로 따라가다 보면 출구를 통해 다시 나오는 미술관의 형식을 지녔다. 


직접 볼수록 예술적 경험이 늘어난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어디서 미술을 찾을 수 있는지 알아야 한다. 제1전시실은 미술을 '어디서' 관람할 수 있는지 장소가 소개된다.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작품의 주인만이 아니다. 제2전시실에서는 예술가 말고도 '누구를' 만날 수 있는지 알려준다. 

 

미술은 그림만 있는 것이 아니고 미술관에서 감상하는 건 작품만이 아니다. 제3전시실에서는 '무엇을' 볼 수 있는지 전시 자료에 대해 이야기한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도 집으로 돌아와서도 미술과 가까울 수 있다. 제4전시실에서는 '어떻게' 미술을 삶 속에 들이는지 말한다. 


어디서 | 미술 관람을 생각했을 때 단연 미술관이 먼저 떠오른다. 작가는 미술관 밖에서 만나는 미술 공간을 소개한다. 각 공간에서 경험한 지난 전시들을 소개하는데 낯선 기획의 전시들이 대부분이다. 미술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사람들만 가야 할 것 같고, 갈 수 있을 것 같은 투명한 마음속 벽이 있는 공간들을 작가가 실제 이루어졌던 전시와 소개하면서 함께 벽을 넘어가 준다. 

 

이미 볼 수 없는 전시들이 대다수라 놓쳤다는 아쉬움과 어차피 보지 못해서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미술관을 좋아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습득해야 하는 귀중한 정보이다. 공간에 대한 내용이다 보니 길을 가다 지나쳤던 장소들이 알고 보니 미술과 연관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공공미술의 경우는 가장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다. 2019년에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기획된 전시로 만난 데이비드 호크니를 2021년 5월 한 달 동안 단 2분 30초의 애니메이션으로 코엑스 아티움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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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립미술관, 2021년


 

누구를 | 특정 예술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전시가 많기 때문에 미술관을 방문하는 사람도 그 예술가의 작품에 집중해서 전시를 관람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예술가를 잘 모른 채 왔더라도 도슨트를 들으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다 보면 어느새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미술관은 예술가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맞다. 하지만 예술가'만' 만나는 공간은 아니다. 

 

방금 이야기한 '도슨트'만 해도 전시 공간을 함께 다니는 경우나 오디오로 듣는 경우나 모두 사람이 준비한 자료로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 도슨트를 만난다. 전시 공간 디자이너의 존재와 역할을 알면 기존에 봤던 전시도 새롭게 보인다. 작가는 미술관마다 전시의 특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하나의 미술관을 정한 뒤, 1년 동안 그 미술관에서 진행되는 모든 전시를 다 방문하는 방법을 추천했는데, 같은 전시 공간을 전시 공간 디자이너가 어떻게 다르게 활용했는지까지 알아볼 수 있는 시도할 만한 방법이다.

 


전시랑 빈 공간에 작품을 설치해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작품과 공간과의 적절한 호흡으로 작품의 아우라를 느끼고 미적 경험을 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전시 공간 디자인은 무엇일까요? 전시 시각 디자인이 폰트, 리플렛, 포스터를 다룬다면 전시 공간 디자인은 동선, 조명, 가구 등을 연출하는 영역입니다.

- 본문 133, 134쪽
  

 

 무엇을 | 구상과 추상의 작품보다 낯설지만 분명 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림이 아닌 것으로 조각과 같은 입체 작품을 감상하는 작가만의 방법을 소개했는데 현재 진행 중인 리움 미술관의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전시에서 직접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것이었다. 멀리서 보고, 가까이서 보고, 공간과의 호흡을 보는 것이다. 난해한 '요즘 예술'은 미리 작가의 정보를 알아보는 팁을 전해주었다. 작가의 배경과 주제 의식을 알고 바라보면 작품이 조금은 선명해진다. 


미술관에 준비된 종이들도 전시의 일부이다. 포스터와 티켓, 전시 팸플릿은 미술관에서 발견할 수 있는 3종인데 새로운 종이를 작가는 소개한다. 바로 활동지이다. 어린 시절 어렴풋한 기억으로 적혀있는 활동을 수행하고 스탬프를 찍은 경험이 있다. 그때는 단지 스탬프를 모두 모으기 위해서였다면 이제 미술관 에듀케이터의 기획 의도를 알아볼 수 있는 자료가 될 것이다. 전시장에서 발견하는 안내 문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지난 DDP 배움터 디자인 전시관에서 관람한 '장 줄리앙' 첫 번째 회고전에서 본 것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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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줄리앙 : 그러면 거기, 2022년

 

 

어떻게 | 미술관에서 전시를 본 후에는 어떻게 미술을 즐길 수 있을까? 작가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전시를 감상하는 방법 이외에 미술과 삶 속에서 가까워지는 경험들을 소개한다. 전시 공간 밖에서 판매하는 아트굿즈는 전시관 자체에 관한 것일 수도, 전시와 연계된 것일 수도 있다. 휴대폰 케이스와 머그잔과 티셔츠처럼 실용적인 굿즈를 구매한 경험은 없는데 '세월의 흔적이 묻어가는 굿즈를 보면서 친구 같은 기분'이 들 수도 있다는 작가의 말에 도전하고 싶은 소비 계획이 되었다.


미술 작품 컬렉팅에 관해서는 나와 먼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다. 큰 비용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감상만 하던 작품을 내 삶과 공간에 들인다는 건 신중함을 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경험을 들으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시각에서 정말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구매할 수도 있다는' 마음을 지니면 새롭게 작품이 보이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 실제로 그 상황에 몰입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단지 적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다 모아 놓고 아까워서 못 쓰게 될지라도' 우선 만들어보자. 


   
'나는 미술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음을 가지고 바라보는 작품은 시간을 계산하게 합니다.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작품은 많은 대답을 해줍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컬렉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품을 바라보세요. 아주 새로운 감상이 될 겁니다. 당신이 그러길 바라요.

- 본문 258, 259쪽
  

 

 

언제 미술관을 찾을까?



김진혁 작가는 300쪽 가까이 글을 통해 독자들이 예술과 특히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친절하게 소개한다. 먼저 전시를 경험한 입장에서 감상법을 공유하고, 자신이 예술을 사랑하게 된 경험을 전달하는데 모두 구어체이다. 편지처럼 읽는 사람이 특정되어 있지 않음에도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그의 서술 방식은 자신이 예술을 사랑하는 만큼 정말 독자들이 좋아하는 마음이 들길 바라는 것으로 느껴졌다.


책 한 권으로 당장 미술과 친밀해지긴 어렵지만 이 책은 읽는 내내 가까운 미술관에 방문하고 싶은 마음을 이끈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모든 책을 통한 학습은 실전 적용이 필요로 한다. 책을 읽었다면 혹은 리뷰를 읽고 어떤 마음의 움직임을 느꼈다면 이제 독자가 움직일 시간이다. 유료 전시가 부담이 된다면 전국에서 현재 진행 중인 무료 전시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서는 리뷰를 남기는 것을 잊지 않고 미루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잘 정돈된 문장이 아니라도 내가 느낀 솔직한 감정과 생각을 적어보는 것이다. 작가는 '머릿속을 떠도는 실체 없는 물음표가 종이 위 글자가 되는 순간, 나만의 답을 찾을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이야기한다. 꼭 문자가 아니어도 된다. 그림의 형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새로 만난 예술을 나의 삶과 연결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리뷰 쓰기에 대한 글은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다. 나에게 예술은 예술가의 깨어있는 감각으로 인식한 세상을 작품의 형태로 농축해놓은 것으로 인식된다. 한 사람의 인식을 받아들이는데 내가 인식하는 세상과 연관성을 찾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연관 지점을 찾아 연결하고 이해하다 보면 나의 세상이 확장된다. 리뷰는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록의 역할을 분명하게 수행함을 느낀다.

 

  
글이든 그림이든 사진이든 전시를 보고와서는 리뷰를 꼭 남기길 제안합니다. 전시 감상만큼이나 재밌는 취미로 발전할 수 있고 언젠가 그때의 감정과 감상을 기억나게 하니까요. 결국 리뷰 하나하나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만약 제가 리뷰에 소홀했다면 결코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거예요.

 

- 본문 279쪽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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