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자신만의 수레바퀴를 굴리려면 [도서/문학]

헤르만 헤세-<수레바퀴 아래서>
글 입력 2023.03.0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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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는 꾸준한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이 책은 작가의 자전적 성장소설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준다. 추천도서 목록에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이 책은 청소년을 넘어서 어른들에게까지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혹여라도 이 책이 읽기가 어렵거나 바쁜 시간으로 인해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면 오늘 이 글을 보아도 좋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한스', 한스의 아버지 '요제프', 한스의 학교친구 '하일러', 동네친구 '아우구스트' 그리고 한스의 첫사랑 '엠마'이다. 

 

한스는 14-15살의 소년으로 중개업자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 시대의 중개업자는 신흥계급으로 상류층으로부터는 경멸을, 하류층으로부터는 시기와 질투를 받는 계급이었다. 이 시기에 출세하기 위해서는 신학교에 들어가 성직자가 되는 것이었고  한스는 학교에서 우등생이자 여러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는 뛰어난 학생이었다. 실제로 한스는 전교2등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신학교에 입학한다.

 

학교에 입학한 한스는 하일러라는 친구를 만난다. 하일러는 학교의 규칙을 준수하기 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소위 말하는 반항아였다. 그는 시에 재능이 있었고 자유롭게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소년이었다. 한스는 하일러의 이런 면이 끌렸고 그와 가까이 지내지만 주변의 좋지 않은 시선을 함께 느끼면서 혼란에 빠진다. 결국 하일러는 여러 학칙과 금기사항을 어긴 탓에 퇴학을 당하고 한스 역시 이후 학교 공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러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인해 자퇴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한스에게 아버지는 금속수련공일을 제안한다. 이 일은 한스가 한때 경멸했던 직업이었으나 동네 친구인 아우구스트의 추천을 받아 이 일을 하게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한스는 이전과는 다른 환경을 경험하고 첫사랑이었던 엠마가 한스에게 접근 후 말도 없이 떠나버리는 아픔 또한 겪기도 한다. 

 

그런 한스는 아우구스트와 함께 금속수련공들이 모인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파티에서 한스는 여럿이 건네는 술잔을 주체없이 마시고 술에 취한 채로 걷다가 강에 빠져 익사한 채로 발견된다.

 

 

 

'수레바퀴'의 의미


 

*교장선생님이 말한 수레바퀴 VS 작품이 시사하는 수레바퀴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수레바퀴'에는 함의가 담겨있다. 작품의 초반에 교장 선생님이 한스에게 말한다. 

 

"피곤해 지치지 않도록 조심해라. 잘못하면 수레바퀴 아래에 깔릴 수도 있으니까."

 

교장선생님의 말에 담긴 수레바퀴는 '학문'에 치중되어 있다. 초반에 열심히 공부하다가도 막판의 체력과 정신력 문제에 부딪힌다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또 다른 우등생에게 따라잡혀 도태되기 쉽고 그렇다면 정체된 삶을 살 수 있으니 학문에만 전념하라는 의미가 크다.

 

반면 책이 시사하는 수레바퀴의 의미는 '사회 및 인생 시스템'과 연관이 있다. 교장선생님의 말씀대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정해진 체계에 순응하면 수레바퀴에 올라탄 것처럼 앞으로 전진할 수 있지만 그 방법만이 인생을 수레바퀴를 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레바퀴의 비유적 표현에 의하면 한스는 수레바퀴 아래에서 도태되었고 그 밑에 깔려 죽음을 맞이한 것이지만 그 이유는 교장선생님의 말대로 공부에 전념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자신만의 수레바퀴에 올라타지 못했기 때문이다.

 

삶에는 정답이 없고 주어진 방향 또한 없기 때문에 한스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 귀울여 진정으로 본인이 원하고 꿈꾸었던 것을 찾아야 했으나, 주변의 기대와 환경에 의해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며 우울감에 시달렸다. 만약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했다면 그의 삶은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공부는 꿈과 직결되는가?


 

아픈 순간, 힘든 순간을 견뎌내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경쟁하는 청춘을 보내야 비로소 단단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이 말하는 고지식한 생각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심지어 한스는 지금 하는 공부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성직자가 되고자 하는 목표 역시 본인의 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니었다. 주변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스가 완전히 하일러를 등한시할 수 없었던 것은 어쩌면 그 역시도 자유로운 영혼인 하일러를 닮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명목상으로 보았을 때 하일러는 학교를 퇴학당한 문제아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하일러는 어떻게 되었을까. 책의 그 어디에도 퇴학당한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나 하일러는 분명 자신만의 수레바퀴 위에 올라탔을 가능성이 높다. 주위의 시선이나 기대에 집착하고 흔들리기보다는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가졌기 때문이다. 지금 이순간도 하일러는 자신의 수레바퀴를 원하는 대로 조종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

 

 


타인의 시선에 따른 인간의 불안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나 혼자만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여러 사람과 인연을 맺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다. 단지 한 명만 어떠한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르기도 하지만 여럿이서 머리를 맞대면 생각 이상으로 좋은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때론 사회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사람들 사이는 순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시선, 타인과의 비교 그 속에서 채워지는 허전함과 결핍은 현대인들을 우울증으로 몰아넣기도 한다. 만약 한스가 주변의 시선이나 기대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하일러와 어울리며 그들이 생각하는 가치있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아마 한스도 자신만의 수레바퀴 위에 올라타 즐거운 나날로 점철된 하루를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때로는 주변의 기대,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진짜 내가 아닌 겉으로 보여지는 '나'가 되어 가짜 행색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타인에게 나를 맟추다보면 힘들고 괴롭던 때도 여럿 있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신경쓰면서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잃어버린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타인으로부터의 진정한 충고 정도는 수용할 수 있겠으나 나 스스로를 버리며 내가 원하는 것들에 대한 의미가 퇴색되면 안 된다. 타인의 시선은 한 순간일 뿐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려는 방안을 숙고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헤르만 헤세의 문체(번외)



"작은 마을 위에는 한가로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계곡에는 강물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전나무 산은 부드럽고 그리운 듯 저 멀리까지 푸른색을 띠고 있었다. 플라이크 씨는 슬픈 미소를 지으며 동행의 팔을 잡았다. 기벤트라 씨는 이 한순간의 고요와 이상하리만큼 고통스러운 여러 생각들로부터 벗어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망설이며 익숙한 삶의 계곡을 향해 걸어갔다."

 

위의 내용은 여름방학을 맞이한 풍경과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내가 헤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나타난다. 바로 그의 필력이다. 작품에 묘사되는 풍경이나 사람의 심리 등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독자가 간접적으로 체험할 기회를 마음껏 마련해준다. 흔히 책을 읽으면 다양한 경험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는 통상적인 말들이 있는데, 헤세의 작품은 이러한 말을 증명해준다. <수레바퀴 아래서>의 경우, 방학을 맞이한 한스가 묘사하는 여름방학의 풍경과 분위기를 너무나 아름답고 세심하게 묘사한 것이 인상적이다.

 

실제로 이 글을 읽을 때, 푸른 하늘 아래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중간에는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책은 한 사람의 인생을 경험해보며 다양한 삶을 경험해본다는 것에서도 가치 있다. 하지만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것에 그치지 않는다.

 

해본 적 없는 경험을 생생하게 표현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이런 경험을 원하며 순수한 희망을 갖게 해주니까 말이다. 이것이 내가 책을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다.


 

[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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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초이
    • 헤르만헤세 작품너무어려워 읽지못했는데
      너무쉽게 정리해주어 책한권읽은느낌이에네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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