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글 입력 2023.03.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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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발을 안전하게 보호해줌과 동시에 패션의 완성이 되는 '신발'. 오늘날 신발은 그저 발을 보호하는 역할만이 아닌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선택하는 패션의 일부가 되었다. 정장, 캐쥬얼, 운동복 등 그날의 복식에 맞춰 선택하는 것은 물론,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기도 하다.


이처럼 우리 일상에 자연스레 스며들어있는 생필품이자 패션아이템인 신발이 사실은 성별을 표시하고 충의를 표명하며 지위를 선언하고 저항을 표현하는 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책 <신발로 읽는 신발의 역사>에서는 신발이 어떻게 사회적 정체성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신발을 신는 행위가 어떻게 지금의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하며 문화, 역사, 경제, 사회 정체성 구축과 관련 있는 신발의 의미와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책의 저자인 엘리자베스 세멀핵은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바타 신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로, 오랜 과거의 신발부터 현대의 신발까지 13,000여 점에 이르는 전 세계 신발이 전시된 박물관의 수석 큐레이터가 집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자연스레 책에 신뢰가 간다. 


1. 샌들 - 낯설고 이국적인 자유의 상징에서 경직된 사회를 허물어뜨리는 저항의 도구로


여름이면 우리의 발을 시원하게 해방시켜주는 샌들. 오랜 과거의 미술작품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신발의 가장 초기 형태 중 하나인 샌들은 우리에게 익숙하고 친숙한 신발이다. 이 신발은 광대한 로마 제국 전역에서 널리 착용되었으나, 제국 몰락 이후 버림받은 뒤, 수 세기가 지나 신고전주의가 다시 유행했던 19세기에 접어들며 다시 도입되었다고 한다. 한 번 역사의 뒤안길에 들어섰다 사람들 곁으로 돌아온 샌들은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2. 부츠 - 활동적인 남성의 전유물에서 다양한 집단의 동일성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자동으로 카우보이가 연상되는 신발인 부츠. 현재는 여성의 패션에 있어 중요한 아이템이 된 부츠지만, 서구 패션에서 부츠는 전통적으로 남성의 신발이었다. 19세기 후반 이전까지 남성 영역에 속해있던 부츠는 군대, 탐험가 등 남성들에 의해 착용되었던 부츠는 오랫동안 활동을 위한 신발이자 사냥과 전쟁을 상징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부츠가 가진 권력, 지배, 남성성, 동일성과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남성들의 우아함을 뽐내던 부츠가 기능성의 신발이 되고, 19세기가 되어서야 여성 복식에 정착되어 가는지 등에 대한 과정을 읽어나가는 재미도 함께 느낄 수 있다.


3. 하이힐 - 남성들의 굽 높은 승마용 신발에서 여성을 향한 욕망과 편견을 투영하는 상징으로


부츠와 함께 여성들의 필수 패션아이템으로 꼽히는 하이힐. 오랜 시간 착용 시 발이 아프지만 키와 비율을 늘려주고, 때로는 만족감도 선사한다. 하이힐은 남자들이 먼저 신었던 신발이라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힐이 언제 등장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힐의 등장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얽혀있다고 한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승마와 연관되어 있으며, 승마용 신발의 한 특징이 하이힐의 기원이 되었다고 한다.

 

유럽이 극적인 변화를 겪던 16세기부터 본격적으로 힐이 등장하는데, 17세기에는 여성도 힐을 신게 됨에 따라 여성과 남성이 신는 힐이 구분되었다고 한다. 특히 남성에게는 특권을 상징하는 중요한 신발이었다고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성별의 차이가 뚜렷해져 결국 남성이 신는 힐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3부에서는 서양 복식에 힐이 도입되어 자리 잡은 과정과 천박함의 상징이자 기만적이고 지나치게 성적인 여성성의 상징으로 변하게 된 과정을 만나볼 수 있다.


4. 스니커즈 - 값싸고 편한 혁신적인 운동화에서 우리 시대 가장 주목받는 패션 아이템으로


현시대에 가장 친숙하고 많이 신는 신발 스니커즈. 우리의 발을 편안하게 해주는 스니커즈는 이제 패션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인기 있는 신발들과 명품과 콜라보를 한 스니커즈는 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의 리셀가가 붙기도 한다. 


산업 시대 혁신의 산물이기도 한 스니커즈는 혁신적인 소재인 '고무'를 숲에서 발견한 것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기술, 남성성이라는 개념의 변화 그리고 계급, 지위, 특권의 표현과 관련된 스니커즈 문화의 부상에 이르기까지 스니커즈의 진화를 살펴보며, 특히 베이비붐 시대에 스니커즈의 지위 상실과 더불어 1970년대 '나 세대' 지위의 상징으로서 스니커즈의 부활과 문화의 등장을 핵심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신발에 담긴 역사적 의미와 그 의미를 확장하는 핵심이 되는 산업화의 역할을 살펴본다. 18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신발이 담고 있는 시대의 변화와 추구하는 가치를 이야기하며 신발 생산에 대한 노동착취에 대한 내용과 이를 통해 생산된 신발이 유명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한 명성 숭배 현상을 지속시키는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그저 우리의 발을 보호해주고, 그날의 코디를 완성해주는 역할로만 생각한 신발이 이처럼 많은 진화와 의미가 있었는지 처음 알게되었다. 그저 신발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다룬 책이라 생각했으나, 당시의 역사적 시대 배경과 정치적 배경, 그리고 과거의 노동 관행이 현재도 이뤄지고 있는 점 등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책이었다. 


매일같이 신발을 사 모으는 필자의 가족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저 신기만 하는 존재로 신발을 인식하는 필자와 달리, 가족 구성원에게는 그만의 이유와 의미가 있겠거니 생각하게 되었다.


신발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신발로 읽는 인간의 역사> 책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함께 우리가 신발을 선택하는 이유와 그 선택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권한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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