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강해지기 위해서 말해야 할까? 삼켜야 할까? - 지나친 고백

대화와 소통이 있고 없고는 삶의 희망 여부와도 같다.
글 입력 2023.03.02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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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혼자만 갖고 있는 생각, 고민이 많아졌다. 어느 때부터 나는 내 얘기를 잘 하지 않았다. 코로나로 사람을 잘 만나지 못했던 것도 있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점점 내 얘기를 하는 것에 대한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어렵게 나를 들어냈는데 상대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든지, 당장 내게 필요한 것보다 내 이야기에 대해 평가한다든지 하는 경험들. 또 힘든 얘기를 하면 스스로 그것에 대해 인정하는 기분도 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내 얘기를 하면 손해’라고 생각했고, 결국 내 얘기를 하면서 극복하는 것을 하지 않고자 마음먹었다. 그래서 내게는 괜찮지 않은데 괜찮은 척하는 기술이 생겨났고, 솔직해지지 못하는 버릇은 결국 나 스스로 모순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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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까지 나는 내가 세운 방식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비슷한 사고방식을 가진 저자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는 내 모습을 조금 객관적으로 바라봤다.


상처 받지 않기 위해, 혼자 견뎌 강해지기 위해, 말하지 않고 사생활을 지켜나가는 방법은, 오히려 더 나를 약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저자 크리스티는 부정적인 말과 속 깊은 이야기, 지나치게 솔직한 생각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관계를 지키는 법이라고 배워왔다. 그녀는 비밀을 폭로하는 일은 자신의 약점을 내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혼자 짊어지기 힘든 것을 혼자서 감당하려 애쓰며 그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혹사시켰다.


그녀의 거식증과 애착, 그리고 성적인 문제들은 전부, 비밀로 인해 만들어지고 비밀로 인해 악화됐다. 모든 비밀은 그녀의 몸 안에서 소화되지 않은 채 썩어갔다.


결국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는 로젠이라는 박사를 만나 그룹 상담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박사가 마법 같은 큰 변화를 가져다줄 것이라는 그녀의 기대와는 달리, 박사는 내담자들과 둥글게 앉아 90분간 대화만 시킬 뿐이었다.


박사는 누군가 죽음의 경험과 관련된 트라우마가 있으면, 최소한 한 달에 두 번씩은 그를 그 주제 쪽으로 밀고 갔다. 간혹 환자가 도움이 필요하면 ‘매일 밤 같은 상담자에게 전화해 먹은 것을 알려주기’와 같은 사소한 과제들을 내주었다.


그녀는 상담 후에도 자신이 계속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느끼며 괴로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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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무엇 때문에 기분이 상했으며, 무엇에 분노하였고 무엇을 사랑했는지 소리 내 말하는 동안, 서서히 지만 확실히 바뀌어 있었다. 문득 ‘저번과 같을 거야, 같잖아’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이제 그녀에겐 희망이 있었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고 바랐던 평범한 삶과 인간관계는 그저 말 한마디, 또 말 한마디면 충분했었다.


어쩌면 과거, 내가 내 얘기를 잘 할 수 있었을 때, 나는 사람들이 나의 걱정과 문제들을 변화시켜주기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그러면서 기존의 마음은 방어하는 겁쟁이 같은 마음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입 밖으로 내뱉은 것 자체만으로, 대화하며 연결되는 과정만으로, 내 짐이 덜어지고 내가 더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마치 상담 중에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크리스티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저 말하고 듣고, 느끼는 것만도 얼마나 충분한지를 알았다. 또 비밀이 얼마나 해롭고, 화내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와 저자 둘다 시간이 걸려 돌아왔지만 이제라도 알게 됐다.


대화와 소통이 있고 없고는 삶의 희망 여부와도 같다.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졌던 나와 저자의 삶이 다시 밝아지는 방법은 생각보다 아주 쉬운 방법이었다.

 

 

[김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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