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계절을 정리하며 [사람]

글 입력 2023.02.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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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끝자락을 마주하며.

 

쏜살같이 2월 한 달이 지나갔다. 추위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단단히 한 자기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끝 무렵에 다다랐다.올겨울은 빠르게 흘러간 것만 같다. 그렇기에 내가 느끼고 보았던 것을 더 차곡차곡 모으려고 노력했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때가 많았지만, 아무런 동작 없이 시간을 느끼고 싶었을 순간도 많았다. 2월의 마지막 토요일을 맞이하며 그동안을 되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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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팟캐스트를 꼬박꼬박 듣는 편은 아니다. 밀린 회차만 해도 몇 개인지 모를 정도다. 그렇지만 공간의 적막함을 깨기 위해 종종 찾는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을 때, 무언가를 할 힘이 나지 않을 때 팟캐스트 하나를 재생한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듣는 건 ‘여둘톡’이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저자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이 하는 팟캐스트이다.

 

나는 이 두 분의 팬이자 톡토로이다. 참고로 톡토로는 이 팟캐스트를 듣는 애청자를 칭하는 말이다. 이 두 분과 함께 톡토로를 외치며 팟캐스트를 시작하는 것이 하나의 재미이다. 직접 말로 내뱉지는 못하지만, 늘 마음속으로 경쾌한 리듬과 함께 외친다.

 

책을 좋아했던 한 독자였기 때문에 활자가 아닌 음성으로 직접 만난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설렜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두 분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즐겁다. 하던 걸 다 내려놓고 듣고만 있어도 되는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일까. 편안한 목소리를 계속 듣고만 있으면 푹 빠져들게 된다.

 

평소의 나는 남이 추천해 준 것들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다. 직접 느껴봐야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먼저 곰곰이 생각하고 부딪혀보는 타입이다.

 

하지만 여둘톡에서 추천한 것들은 이상할 정도로 놓치기 싫어진다. 지난여름, 한 영화를 인상 깊게 봤다는 두 분의 감상상을 듣고 있었고, 톡토로들은 꼭 봤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는 말을 듣자마자 영화 예매를 했다.

 

너무 충동적인 거 아닌가 싶었지만, 그날 봤던 영화는 인생 영화가 됐다. 때로는 논 알코올 맥주를 추천해 주시기도 하고, 집에서 쓸만한 유용한 용품까지 알려 주신다. 1인 가구인 나에게 안성맞춤인 쏠쏠한 것들이 많다. 

 

그럴 때마다 나도 홀린 듯이 하나씩 구매한다. 삶의 질 상승이라며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생각해 보니 올해 초 듀오 링고 1년 결제를 마쳤다. 여둘톡을 듣자마자 결제했지만, 꽤나 만족스러웠다. 

 

한 달 전, 디카페인 커피가 맛있다며 추천해 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구매할 뻔했다. 커피를 전혀 마시지 못하는(좋아하지만 마시지 못한다) 내가 꼭 구매해야겠다는 마음이 먼저 들었다. 여둘톡의 추천은 정말 마성이다.

 

두 분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라디오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 톤과 음량을 가지고 계신다고 느낀다. 청자들을 편안히 만들면서도 두 분의 만담 같은 이야기는 가끔 웃음을 자아낼 때도 있다. 

 

이렇듯 두 분은 팟캐스트를 하시는데 천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둘톡에서 언급했다시피 한 회를 만드는 데 큰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자연스러운 대화 같아 보이지만 몇 번의 편집을 거쳤고 목소리가 매끄럽게 들리기 위해 수정한다. 또한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광고 연락과 애청자들의 사연 메일을 항상 확인하며 읽어야 한다. 팟캐스트가 한 시간이나 되지만 우리 귀에 들리기까지의 과정은 무척 길다.

 

작가님들의 말씀을 듣고 난 후 여둘톡이 더 소중해졌다. 이번 겨울 추위에 떨었던 나에게 따뜻함을 선사해줬기에 더더욱 마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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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부터 읽었던 책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달에 여러 권의 책을 읽지만, 잠깐의 느낌만 정리해놓는 수준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다.

 

휘발성이 강한 기억력을 견디지 못해 기록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수기로 독서 기록장을 쓰려고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애플리케이션의 힘을 빌려 열심히 작성하고 있다.


일정이 있어 밖을 나설 때마다 책을 들고 다니는 편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와 소설을 벗 삼아 들고 다닌다. 

 

주로 지하철과 기차 안에서 독서하는 걸 좋아한다. 책을 읽는 데 방해되지 않는 미동과 고요하면서도 소음이 들리는 이곳이 적합하다. 가끔은 글에 너무 몰입해 한 정거장을 지나친 적도 있지만 이제는 없으면 허전할 정도다.

 

누가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라고 했나! 겨울이 아닐까. 유독 추웠던 이번 겨울. 한파에 못 이겨 밖에 나설 용기가 들지 않았다. 방 안에서 읽는 책이 가장 따뜻했다. 포근한 이불과 함께 읽는 시간은 달콤했다.

 

올겨울부터 문학을 가까이하기 시작했다. 전에는 비문학 책을 가까이했다면 이제는 골고루 읽어봐야 하지 않겠냐는 마음으로 여러 책을 읽어나갔다. 고전 소설이 주는 울림과 철학은 나를 되돌아보게 만들며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다.

 

작가의 일상을 닮은 에세이는 나의 모토가 되어주며 변화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다. 쌉싸름한 겨울에 잘 어울리는 책이었다.

 

많은 계절 중 겨울을 가장 싫어했던 나는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시간은 아주 느리게 지나가는 것이 느껴지며 이겨낼 방법을 찾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나의 일상의 다양한 것들을 차곡차곡 쌓아가기 시작했다. 정말 잘 버텼고 뿌듯하게 보냈다. 앞으로 다가오는 계절을 맞이하며 다른 것들을 채워나가야지.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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