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전부터 코미디까지 좀비 영화 6선 [영화]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새벽의 저주>, <28일 후>, <월드워Z>, <나는 전설이다>, <새벽의 황당한 저주>
글 입력 2023.02.24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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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본 미드, 그러니까 미국 드라마는 <워킹 데드>(The Walking Dead, 2010)이다. <워킹 데드>는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좀비 드라마다.


시즌이 길어질수록 취향에 맞지 않아 완결까지 보지는 않았으나, 초반 시즌만은 몇 번을 다시 봐도 흥미진진해서 여러 번 반복해 시청하기도 했다. 세 번쯤 봤더니 예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영어 농담을 이해하게 되어 뿌듯함이 들면서도, 내가 이 드라마를 그렇게 많이 봤나 싶어 민망하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워킹 데드를 보고 또 보다가 좀비가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졌다. 좀비 드라마를 하나 더 봤고, 좀비 영화를 여섯 편 봤다. 이번 글에는 그간 내가 본 좀비 영화 6편을 소개한다. 모두 유명한 작품들이니 좀비 영화에 재미를 들여보고 싶다면 이 중 하나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원조의 원조,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Night Of The Living Dead,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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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은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 1편으로, 좀비 장르의 문을 연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5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진 데다가 저예산 독립 영화인지라 단순한 화면 구성을 가지는 흑백 필름이지만, 오히려 그 원초적임 때문에 더 섬뜩하다. 이 글에 등장할 여섯 작품 중에서 가장 ‘공포’에 충실한 것은 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솔직히 지금에 와서 보면 그다지 재밌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좀비물의 클리셰로 받아들이는 장치들이 처음 등장한 영화임을 염두에 두고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꽤 눈에 띈다. 수많은 좀비 영화 및 공포 영화의 기초가 되는 작품이며, 이어서 소개할 작품들과도 관련이 많다.

 

 

 

전설로 다시 쓰는 전설,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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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저주>는 잭 스나이더 감독이 조지 로메로 감독의 좀비 시리즈 중 2편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거대한 쇼핑몰로 대피한 사람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준다. 평화로우면서도 아슬아슬한 일상을 견디는 그들을 보고 있으면, 평범한 척 평범하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아포칼립스 속 내 모습을 상상해보게 된다. 


흠잡을 구석이 없는 영화이며, 그중에서도 주인공 ‘안나’의 캐릭터가 영화의 몰입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한다. 만약 그가 특출나게 능력 있거나 대단히 선량했다면 영화 속에나 있을 비현실적인 인물이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안나는 정말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고, 그렇기 때문에 강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서 실제로 있을 법한 사람 같다.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더 응원하게 된다.


이 영화의 묘미는 쿠키 영상이니 꼭 엔딩 크레딧까지 보길 바란다. 이 몇 분짜리 짧은 영상을 보고 나면 정말 완벽한 결말이라고 기립박수를 치고 싶기도 하고, 영화의 후속 시리즈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이 들 정도로 큰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좀비보다 더 무서운 것, <28일 후>(28 Days Later…, 2002)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좀비 영화는 <28일 후>다. <트레인스포팅>(Trainspotting, 1996)으로 유명한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을 맡았으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에 다수 출연한 킬리언 머피가 주인공 ‘짐’을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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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상태에 빠져있던 바람에 폐허가 된 도시에서 홀로 깨어나는 짐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겪는 혼란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명장면이 많은데, 바이러스가 퍼진 뒤 황폐함만이 남은 런던 거리의 모습은 그중에서도 특히 인상적이다.


또한 일련의 사건 속에서 짐이 겪는 급격한 변화를 표현한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진정 두려운 것은 좀비나 다른 재해가 아니라, 사람임을 깨닫게 된다. 그만큼 인간이 얼마나 악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인간의 부정적인 모습만을 담지는 않는다. 인간의 악한 면을 강조하면서도 인간의 선한 면과 희망의 존재를 인정하기 때문에 이 영화를 더욱 좋아한다.


후속작으로는 <28주 후>(28 Weeks Later…,2007)가 있으며, ‘28개월 후’라는 제목으로 3편까지 제작되려다가 무산되었다.

 

 

 

재난 같은 좀비 사태, <월드워Z>(World War Z, 2013)



위의 세 작품이 정석적인 좀비 영화라면, 맥스 브룩스의 소설 <세계 대전 Z>(영어 원제는 같다)를 영화화한 작품 <월드워Z>는 재난 영화라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좀비 사태도 재난의 일종으로 볼 수 있으니 좀비 영화가 재난 영화에 포함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겠지만, 이 영화에 나오는 좀비들은 ‘인간을 무력하게 만드는 거대한 자연재해’ 같은 분위기가 유독 강하다. 떼를 짓다 못해 산을 지은 좀비들이 해일처럼 몰아치는 장면은 스크린 너머에서도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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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전개도 재난 영화 같은 느낌을 주는 데 한몫한다. UN 조사관이자 한 가족의 가장인 주인공 ‘제리’가 인류 전체와 자기 가족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인데, 국가 단위의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제리에게 더욱 공감하게 된다.


당장 처한 상황에 대처하기 급급했던 앞의 세 좀비 영화와 달리, 이 영화에서는 현 사태의 진원지를 찾고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 애쓴다. 이 덕분인지 좀비 영화임을 고려할 때 비교적 희망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좀비 영화를 기대한다면 아쉬움이 남을 수 있지만 흥미진진한 블록버스터 영화를 원한다면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고독과 싸우는 좀비 영화 <나는 전설이다>(I Am Legend,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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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마주했을 때 가장 무서울 것 같은 좀비는 <나는 전설이다>에 나온다. 본능만 남아 단순 무식하게 행동하는 다른 좀비들과 다르게, 이 영화의 좀비들은 극도로 공격적이고, 심지어는 저들끼리 소통하고 집단을 이룬다. 매우 빠르고 강한 데다가 지능까지 갖춘 그들을 보고 있으면 신인류로 인정하고 좀비가 아닌 새로운 이름을 부여해야 하지 않나 싶어질 정도다.


이 영화의 좀비들이 남다른 이유는 아마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 있을 것이다. 리처드 매드슨이 쓴 동명 원작 소설에서는 이들이 좀비가 아닌 흡혈귀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영화 내용 또한 일반적인 좀비 영화와는 다르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가장 큰 위협은 좀비도 인간도 아니고, 고독이다. 군인이자 과학자인 주인공 ‘네빌’은 유능한 생존자이지만, 반려견 ‘샘’만이 유일한 말동무인 상황이 이어지자 점점 나약해진다.


재밌는 사실을 덧붙이자면, 이 영화는 리처드 매드슨이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세 번째 작품인데, 첫 번째 영화화 작품 <지구 최후의 사나이>(The Last Man on Earth, 1964)는 앞서 소개한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에 영향을 끼친 작품이라고 한다. 


작년쯤부터 속편이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다른 의미로 소름 끼치는 좀비 영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aun Of The Dead,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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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소개할 <새벽의 황당한 저주>는 이전에 소개한 다섯 작품에는 없던 장르를 하나 더 포함한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영화를 패러디한 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영화의 장르는 공포 코미디다. 


다만 그냥 코미디는 아니고, 블랙 코미디다. 만약 이 글에서 소개한 여섯 영화 중 가장 무서운 결말을 고르라고 한다면 난 이 작품을 고를 것이다. 이 작품은 다른 공포 영화와는 다른 의미로 소름이 끼친다. 


이 영화에서 좀비 사태가 시작하는 날의 모습을 본다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바로 옆에 좀비가 지나가고 있어도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감염된 좀비들이나, 주변에 관심을 두지도 않고 무기력한 일상을 반복하기만 하는 우리들이나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반응은 영화의 주제 의식과 웃음을 동시에 전달한다. 


이처럼 좀비물을 패러디한 블랙 코미디 영화라 무섭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잔인하다. 가볍게 넘어가긴 하지만 고어한 장면도 몇 있으니 염두에 두길 바란다. 이 영화는 좀비 장르의 클리셰와 익숙할 때 더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인 듯해 좀비물에 애정이 있는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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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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