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켜켜이 쌓인 시간이 전하는 에너지 - ‘맘마미아!’ 최태이 배우

글 입력 2023.02.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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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과 타이밍만으로는 부족하다. 오랜 시간 두루두루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은 작품이어야만 스테디셀러로 불릴 자격을 얻는다. 그런 의미에서 2004년 한국 초연 이후 공연 횟수가 1,791회, 관객 수는 200만 명에 이르는 <맘마미아!>는 누구나 인정할 만한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에게 소중한 추억이 되어준 이 작품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참여하는 여러 배우 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피’ 역으로 대극장 뮤지컬의 주연을 처음 맡게 된 최태이 배우다.

 

<맘마미아!>가 20여 년이라는 시간을 지나며 스테디셀러가 되었듯이, 최태이 배우에게도 꾸준히 노력해온 시간이 존재한다. 지금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운이나 타이밍이 아니라 그 시간의 결과다. 쌓인 시간을 향한 믿음 덕분일까, 지난 17일 만난 최태이 배우의 목소리에서는 유명한 작품의 주역을 맡았다는 부담보다 설렘과 기쁨이 훨씬 더 크게 묻어났다. 매일 새로운 마음으로 연습에 임하고 있다는 그는 <맘마미아!>를 닮은 특유의 밝은 에너지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배우를 성장시키는 <맘마미아!>


★r최태이(소피) MMJB4947.jpg

 출처: 신시컴퍼니

 

 

“연습할 때마다 배우는 게 정말 많아서 

매일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에요.”

 


<맘마미아!>에서 소피 역을 맡았습니다. 오디션 경쟁률이 아주 높았다고 들었어요. 처음 최종 합격 소식을 듣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합격 소식을 들은 건 작년 봄이었어요. 최종 오디션을 보고 결과를 기다리던 때가 기억나요. 당연히 붙길 바라면서도 한편으로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 애썼어요. 최선을 다했으니까 떨어져도 괜찮다, 최종 오디션까지 온 게 어디냐 하는 마음이었어요.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그때 딱 촉이 오더라고요. 전화를 받고, 건너편에서 “최태이 배우님이시죠.” 하자마자 눈물이 났어요. 잘 믿기지도 않았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죠.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한 요즘에서야 제가 이 작품을 한다는 실감이 나요.

 

 

오늘도 연습을 마치고 바로 내려오셨죠. 많이 바쁘실 것 같아요. 연습 과정은 어떤지도 듣고 싶습니다. 


연습한 지는 이제 2주가 좀 넘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합격의 무게가 무겁다는 걸 깨달아요. <맘마미아!> 연습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해보는 에너지를 줘요. 연습할 때마다 배우는 게 정말 많아서 매일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다음날 연습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할 것인지 날마다 일기장에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날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요.

 

 

매일 일기장에 연습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적으신다고요. 그럼 오늘은 어떤 마음가짐을 적고 오셨는지도 궁금한데요.


내가 지금 하는 게 100퍼센트라면, 역량을 더 끌어올려서 800퍼센트는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오버스럽다고 생각할 만큼 가보자, 에너지를 더 키워보자. 더 집중하고 더 자신감 있게 해보자고 다짐하고 나왔습니다.

 

 

최태이 배우님이 만난 소피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연습을 거치며 새롭게 알게 된 소피의 모습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예쁘기만 한 캐릭터가 아니라 감정 변화가 굉장히 많고, 예상하지 못한 인간적인 면도 많은 친구라는 느낌이었어요. 예를 들어, 엄마한테 화났을 때의 소피와 연인인 스카이와 있을 때의 소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거든요. 장난꾸러기처럼 행동했다가 아빠를 만난다는 사실에 설레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침없어지기도 하죠. 변화무쌍한 인물인 소피를 잘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어렵기도 해요. 어려운 만큼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고요. 

 

 

배우님이 소피와 닮은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소피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결혼식 전날 아버지 후보인 세 명의 남자를 섬에 초대하는 인물이잖아요. 저도 소피처럼 마음먹은 건 반드시 해내려 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점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배우님도 어떻게든 해내고 싶었던 게 있었을까요? 그 일을 어떻게 해냈는지도 들어보고 싶어요. 


해내고 싶었던 일이라면… 소피 역을 맡기 위해 오디션을 본 것 아닐까요? (웃음) 오디션을 5차까지 봤는데, 매번 무한으로 연습하며 가사와 노래를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연습이 끝나고 오디션장에 들어가는 순간에는 그냥 다 내려놓고 상대방만 바라보며 그 사람과 호흡해야겠다는 마음 하나로 임했습니다. 현장에 계신 분들이 배우가 오디션에 몰입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주셔서 다행히 잘 끝낼 수 있었어요. 

 

 

 

내 옆에 있을 것 같은 ‘소피’를 연기하며


r최태이(소피)+신영숙(도나) MMJB5286.jpg

출처: 신시컴퍼니

 

 
“저만의 소피를 점점 더 많이 찾아가고 싶어요.”
 


배우님이 소피를 연기하며 가장 중점에 두는 부분은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최태이 배우님의 소피는 다른 소피와 어떻게 다른가요?


아직 연습 초반이라, 연습을 거듭하면서 저만의 소피를 점점 더 많이 찾아가고 싶어요. 관련해서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라요. 관객이 <맘마미아!>의 등장인물을 봤을 때 그냥 ‘이 작품에 저런 인물이 있구나’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주변에 진짜 그런 사람이 있다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사람 냄새’ 나는 인물,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면 좋겠다고요.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소피를 연기하려고 합니다. 

 

 

<맘마미아!>의 넘버는 팝 그룹 ABBA의 명곡으로 가득한데요, 배우님이 특히 좋아하시는 곡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 이유도 듣고 싶어요. 


2막을 여는 곡 ‘Under Attack’을 꼽고 싶어요. 소피가 꾸는 악몽을 표현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넘버로, 이 곡이 흐르는 장면 전체가 마치 영화 같아요. 소피가 진짜로 숲을 지나고 물속에서 빠져나오는 것만 같죠. 꿈이라는 게 원래 꿀 때는 생생하지만 막상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려면 전달하기가 어렵잖아요. 이 넘버가 나오는 장면은 꿈 내용을 상세하면서도 뚜렷하고 웅장한 모습으로 표현해서 정말 멋있어요. 넘버만 듣는 게 아니라 무대까지 함께 볼 때 진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에요. 볼 때마다 감독님과 배우님들 모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소피의 어머니인 도나와, 소피의 아버지 후보 중 한 명인 샘이 서로 좋아하면서도 그걸 티 내지 않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에서 부르는 ‘S.O.S.’라는 곡도 무척 좋아해요. 각자가 처한 상황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곡에 잘 드러나거든요.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외치는데 정작 상대방은 듣지 못하는, 현실적인 애절함이 잘 묻어나요. 상황도 상황인데 선배님들의 연기력이 더해지면서 감정이 더 진하게 전달돼요. 어제도 연습 장면을 보면서 제가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어요. (웃음)

 

 

<맘마미아!>는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도 알 정도로 유명한 작품인 데다가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는 동명의 영화 역시 유명데요, 배우님에게 <맘마미아!>와 관련된 추억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아쉽게도 <맘마미아!>를 공연으로 직접 본 적은 없고, 영화로 처음 접했어요. 살면서 정말 여러 번 본 영화인데, 제게 <맘마미아!>는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고 싶을 때 어떤 장면을 보든 가벼운 마음으로 웃으며 볼 수 있는 작품이에요. 친구를 불러서 같이 봐도 좋고, 혼자 딴짓을 하며 봐도 좋고, 조카들과 봐도 좋죠. 크게 에너지를 쓰지 않고 언제든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라 좋아합니다. 

 

 

관객 입장에서 <맘마미아!>를 볼 때 특별히 유의해서 보면 좋을 부분이 있을까요? ‘감상 팁’이 있다면 좀 알려주세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숫자 3에 주목하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어머니 쪽 인물(도나, 타냐, 로지)도 세 명, 아버지(샘, 해리, 빌)도 세 명, 소피 친구도 세 명, 스카이의 친구도 세 명이거든요. 이 3이라는 숫자에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어요. 인물들의 삶은 물론이고, 무대 위의 크고 작은 소품들도 3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연기를 하는 저도 계속 새롭게 발견하는 중이니, 관객분들도 무대를 보며 함께 3과 관련된 것들을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최태이 배우님이 나중에 과거를 쭉 돌아본다면 지금 하시는 <맘마미아!>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요?


나를 새로 태어나게 한 작품, 지난 3년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텐션을 만들어준 작품이라 말하고 싶어요. 제 기분을 0에서 100까지로 표현하자면 지난 3년간 늘 50 아래였어요. 그랬던 제가 <맘마미아!> 연습을 시작하면서부터는 50 아래로 떨어져 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80, 90을 찍는 날이 많아요. 극 자체가 유쾌하고 행복해서 배우에게도 그런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힘들고 지칠 때는 <맘마미아!> 앞으로


 

r최태이(소피) MMJB4991.jpg

출처: 신시컴퍼니

 

 

“연습을 반복한 끝에 내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었다는 걸

발견할 때 재미를 느껴요.”

 


2017년부터 뮤지컬을 해오셨는데요, <맘마미아!> 소피 역할로 무대에 서게 된 지금, 처음을 돌아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배우님이 어떻게 뮤지컬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처음에는 연기 쪽으로 가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뮤지컬 학과로 가게 됐어요. 연습은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했기에 연습실 가기가 싫었던 적도 많아요. 제 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거든요. 연습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죠. 그 과도기를 거치고 나니 어느새 뮤지컬 쪽으로 계속 가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학교에서 하는 공연 오디션을 봤는데 제가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던 친구들과 같은 배역을 맡게 되는 일을 몇 번 겪으면서 제가 성장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재미를 느끼게 되기까지 오래 걸렸다고 했는데 그 전까지 어떻게 버티셨는지도 궁금해요.


뚜렷한 비법은 없어요. (웃음) 그냥 집착하듯이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아직도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노래 레슨에서 ‘소리가 나오는 길’을 배우거든요. 그 느낌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레슨 마치고 나오는 순간부터 시작해 버스에 타면서도, 길을 걸으면서도 배운 대로 소리를 내며 학교 연습실로 가는 거예요. 저는 레슨에서와 똑같이 소리 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습실에 가서 녹음해 비교해보면 아까 냈던 그 소리가 아니고… 그런 과정을 계속 반복했죠. 다시 생각해봐도 연습이 재미있기는 힘든 것 같아요. 연습을 반복한 끝에 내가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었다는 걸 발견할 때 재미를 느끼는 거죠. 

 

 

<앤ANNE>의 ‘앤1’, <실비아, 살다>에서 ‘실비아’, <맘마미아!>의 ‘소피’까지.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당차고 고집 있는 여성 인물을 주로 연기해오신 것 같아요. 앞으로 새롭게 맡아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지금 당장은 <맘마미아!> 생각으로 꽉 차 있어서 구체적으로 다른 작품을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작품이 아닌 인물로 생각해보면 약간 핀트가 어긋나 있는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어요. 무대 위에서 별짓 다 하는 거죠. (웃음) 막 흔들어 재껴야 하면 흔들어 재끼고, 춤 춰야 하면 춤 추고. 무대를 맘껏 휘저을 수 있는 역할을 맡으면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우님의 2023년은 어떤 모습일까요? 


올해는 <맘마미아!> 서울 공연으로 시작해 지방 공연도 돌 예정이라 1년 내내 <맘마미아!>와 함께할 예정이에요. 다치는 사람 없이 모든 공연을 무사히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곧 만나게 될 <맘마미아!>의 관객분들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인생에서 힘들고 지쳐서 다 포기하고 싶을 때가 누구에게나 있잖아요. 그럴 때 홀가분한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러 오시면 좋겠어요. 저희 팀 모두 진짜 열심히, 행복하게 최선을 다해서 관객분들을 만나기 위한 연습을 하고 있으니까요. <맘마미아!>라는 공연 자체가 가진 에너지에 저희 팀의 에너지가 더해져 관객분들도 좋은 에너지를 받아 가실 수 있을 거예요. 감사합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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