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무거움에서 로그아웃 후 휴식이 있는 공간으로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뚝섬역 전시회 <로그아웃>
글 입력 2023.02.16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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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보러 가기로 마음 먹은 건 <로그아웃> 전시회의 소개글에 이끌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소통 속에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이 하나의 물음에서 부터 시작된 전시회는 내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당연시 되어버린 세상에서 이제는 그 소통의 정도가 얼마나 많은지도 자각하지 못했었다. 사람을 만났을 때 텐션을 높이고 밝은 정신을 심으며 활동해 나갔었는데 모든 일과가 끝난 후에는 지칠대로 지친 내 모습만이 남았다. 이제는 잠시 이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잠시 현실이라는 불을 끄고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할 때이다. <로그아웃>은 온전한 쉼을 선물해줌으로써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맘껏 제공해주었다.

 

 

 

Intro: 앙상한 나무& 디지털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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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전시회장에 들어간다면 어두운 조명 아래 한 그루의 앙상한 나무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이파리 하나 없는 건 당연하고 앙상한 가지와 기둥은 사람 손이 지나가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만 같다.  현실 속 메말라 버린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바쁘고 힘들게 보내며 스스로의 여유를 돌보아 주지 않았는지를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이 나무가 다시 활기를 찾고 이파리를 피우고 꽃봉우리까지 나기에는 과연 얼마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인가. 현실의 걱정과 고민 속에 지쳐 말라버린 나무를 다시 꽃피우고자 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도 좋을 듯 하다.

 

다음으로 펼쳐진 세계는 디지털 세계이다. 모든 벽면이 0과 1로 둘러싸여 있으며 사방을 봐도 투명하다. 0과 1속에서 어느 곳을 바라봐도 거울 삼아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비하고 화려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계속 있다보면 어지럽기도 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4차 산업혁명, 기계가 발달한 세상 속에서 점점 빨라지고 편리해지는 인간의 삶이 마냥 좋기만 한것인가? 우리는 모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발 맞추어 끊임없이 걸어나가야만 하는 것인가?

 

 

 

계절과 함께 체험하는 로그아웃


 

디지털 세계를 지나면 각각의 계절이 펼쳐진다. 제일 먼저 이동한 곳의 여름의 고요한 바다 아래 펼쳐진 모래와 파라솥 아래의 작은 쉼터이다. 파라솥 아래 가만히 앉아 바다를 바라보면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다. 문득 왜 여름의 주제를 푸른 바다로 설정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실제로 영국의 저널 헬스 플레이스(Health Place)에 따르면, 바닷가 주변에 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진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바다를 자주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침착한 성격을 지닌 것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굳이 바다 근처에 살 필요성 보다는 잠시 바다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전시회는 여름의 풍경을 바다로 묘사했다. 바쁜 현대인은 주기적으로 바다를 보러 갈 시간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잠시나마 이곳에서라도 마음의 안정과 침착함을 얻으라는 취지인 듯 하다. 실제로 디지털로 된 바다를 보며 가만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많이 평온해지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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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주제는 '나를 채워가는 순간'이다. 가을의 풍경은 둥그런 달 조명, 여러 갈대 숲, 그 바닥에 깔려있는 나뭇조각의 바스락거림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벽면에는 가을에 대한 의미가 쓰여져 있다. '가을은 변화가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계절이다.' 더운 여름을 지나고 쨍한 햇빛과 푸르름 사이에서 점차 떨어져가는 이파리와 어스름하게 변해가는 배경 안에서도 여러 곡식의 수확을 맛볼 수 있는 가을은 그 변화 속에서도 제각각의 역할을 수행한다. 단풍이 떨어지고 은행이 자라는 것도 가을이기에 인정할 수 있는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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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겨울은 깜깜한 어둠 속 현대인들의 고민을 적은 글귀가 펼쳐지면서 시작된다.

 

'나는 지금 잘 하고 있는걸까?', '끝없는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 밤', '나만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등의 문구는 경쟁사회에 매몰된 현대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위안을 주기도 한다. 자신만 이런 걱정 속에 하루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이 글귀를 보며 조금은 마음을 내려놓아도 좋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한다는 것은 때론 큰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이 곳의 겨울은 어두운 배경 속 잔잔한 음악에 몸을 맡긴 후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명상을 하는 시간이다. 별 것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친구와 같이온 사람도, 혼자 온 사람도 이곳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내면에 귀 귀울일 뿐이다. 이내 마음 한 켠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다.

 

마침내 봄. 특이하게도 이 전시회는 봄부터 계절이 시작되지 않는다. 봄은 맨 마지막이지만 어떻게 묘사하는지에 따라 봄의 의미가 달라진다. '마지막은 봄'보다는 '마침내 봄'이 마음 속에 더 깊이 다가온다. 긴 계절을 거쳐왔고 그 속에서 힘들고 지칠 때도 있었지만 결국은 봄이 왔다라고 말해주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는 타임랩스 기법으로 꽃이 만개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처음에는 모든 꽃이든 하나의 봉우리에 불과했지만 혹독한 날씨와 추위 그리고 어둠을 모두 이겨내고 마침내 화려하게 만개하는 꽃의 모습은 우리에게 희망가득한 느낌을 준다. 더불어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하여 마침내 만개하는 스스로를 상상하며 대리만족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꽃이 피는 과정을 오랫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속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이끌리는 무언가가 내 발을 묶어놓기 때문이다.

 

 

 

Login: 다시 일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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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공간은 화려한 꽃밭이 펼쳐진 곳이다. 이제 이 공간을 나가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동시에 전시회 관람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곳은 꽃길만 가득할 앞날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여러 꽃밭을 풍경으로 설정했다. 이 곳에 앉아서 사진을 찍고 구경을 하며 앞으로의 앞날을 기대해도 좋다. 처음에는 현실에서 '로그아웃'했지만 이내 다시 '로그인'해서 현실로 복귀해야 한다. 지친 일상과 걱정이 많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로그인을 해야하는 것은 그 자체가 우리의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순간들을 이겨내면 봄이 오듯이 이 전시회가 추구하는 것은 현실을 잊어버리고 로그아웃된 시간에만 몰두하라는 것이 아니다. 힘든 일상, 끊임없는 소통, 끝없는 경쟁과 노력 속에서 잠시 천천히 스스로를 돌아봐도 괜찮다는 것, 아름다운 풍경을 살피며 쉬어도 된다는 것,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자기암시이기도 하다.

 

'여러분 이제 충분히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우셨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잘 할 수 있으시죠?'

 

 

[이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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