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마카담은 여전히 견고한가?

영화 <마카담 스토리> 비평문
글 입력 2023.02.14 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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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리와 잔 메이어

  

 

# 단단함은 관계의 필요충분조건

 

"현대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모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나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도 자신과 너무 잘 맞는 사람을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인데,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보자. 훨씬 더 쉬울까? 다양한 언어, 다양한 문화 때문에 당연히 찾기가 더 어려울 것이다. <마카담 스토리>에서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만남 3가지가 우리를 흥미롭게 한다. 배경은 프랑스에 위치한 아스팔트 위에 세워진 한 아파트이다. 이 곳에는 총 세 사람이 살아가고 있다.

 

첫 번째, 엄마와 사이가 소원해진 10대 소년 샬리. 두 번째, 다리를 다쳤지만 엘리베이터 요금을 내지 않은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한 남자 스테른 코비츠, 그리고 세 번째 알제리에서 온 한 중년 여성 하미다. 이 세 명은 정말 우연한만남으로 세 사람을 만나게 된다. 10대 소년은 과거에 잘 나가던 중년 여배우 잔 메이어를, 남자는 병원에서 외로워 보이는 여자 간호사를 그리고 하미다는 우주에서 불시착한 미국 출신 우주비행사 존 메켄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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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미다와 존 메켄지

 

 

누군가는 운명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이 우연은 상당히 불편했다. ‘불편한 운명이라고 부르면 적절할 것 같다. 다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이 아파트에 불시착한 것이다. 자신의 의도 없이, 자신의 의지 없이 오게 된 이 곳에서의 만남은 당연히 내키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관계는 서서히 단단해지기 시작한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나이가 달라도, 더 나아가서는 생활하는 환경이 달라도 어느 관계는 사랑으로, 어느 관계는 위로로, 어느 관계는 서로를 보듬으면서 단단해진다.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은 사람 간의 관계가 단단해지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거대한 의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면 되었다. 다리를 다친 남자 스테른 코비츠는 자신을 사진가로 속이면서까지 간호사의 사고와 생활방식에 맞추려 했고, 언어가 다른 알제리 여인 하미다와 우주 비행사 존 메켄지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더불어 여배우 잔 메이어와 10대 소년 샬리는 '잔이 출연한 영화'를 보면서 서로의 취미와 소중한 과거에 대해 알아간다. 이러한 노력들이 있을 때 모두의 관계가 단단해진다. 즉 다르지만 우리는 분명히 단단해질 수 있을거야라는 커다란 신뢰가 있어야 다양한 만남이 공존하는 아스팔트 위 아파트처럼 우리도 더욱 더 단단한 ASPHALTE에 자리매김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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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른 코비츠와 간호사

 

 

# 이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 색다른 비율의 영화

 

16:9의 비율로 제작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마카담 스토리>4:3 비율로 제작된 영화이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영화를 보면 볼수록 이 영화를 4:3의 비율로 제작한 것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파트의 층과 칸들을 프레임을 통해 나타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좁은 아파트의 모습, 그리고 사람들 간의 마음의 벽을 카메라 프레임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4:3 비율의 좁고 답답한 느낌을 통해 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서로를 깊이 이해하지 않고 신뢰하지 못하는관계에서 오는 답답함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 왜 같은 소리를 다르게 듣는 것일까?

 

아이가 우는 소리,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 악령이 속삭이는 듯한 소리. 이 곳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영화의 중반부부터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하나의 소리를 각각 다르게 해석한다. 소리의 실체는 아무도 모른 채 이 소리에 대해서 짐작만 하는 것이다. 결국 마지막 부분에 관객들에게만 화물차의 트렁크문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였음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 소리의 원인을 관람객들에게만 알려준 것도 충분히 의도가 있다고 짐작했다.

 

큰 악기를 부는 소리? 누군가 살려달라고 우는 소리? 그리고 이 아파트를 철거하는 소리?“ 

 

영화를 보면서 이 소리에 대한 추측과 짐작의 결과물이다. 결국 이 소리를 추측하고 어림잡은 것은 등장인물만이 아니다. 끝까지 이 영화에 대한 긴장감을 놓치지 않게 해준 장치로 사용된 점도 분명히 있겠지만 각각 등장인물들 그리고 현대사회 속에서 차가운 관계들을 많이 경험한 관객들이 가지고 있는 관계로부터 오는 공허함이 각자 다르다는 것. 그래서 이 소리가 누군가에겐 무서운, 누군가에게는 슬픈, 누군가에게는 외로운 소리로 들렸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마카담이란 아스팔트 공법을 말하며 프랑스 피카소 단지의 낡은 아파트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마카담은 여전히 견고한가?

건물과 구조가 단단하더라도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과연 단단한 존재들일까?

처음이고,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에 처하더라고 난 그 누구에게나 단단하게 굴 수 있는가?

이제 우리는 마카담 스토리를 읽고 질문에 답을 내려볼 차례이다.

 

- 마카담 스토리 asphalte (2015)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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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담 스토리 asphalte (2015)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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