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insight] 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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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에디터란 무엇인가, 좋은 에디터, 좋은…, 좋다? 곱씹을수록 같은 문장만 연신 읊어댈 뿐이었다.
ART insight 카테고리를 보니 ‘좋은’ 시리즈의 목록이 쭉 떴다. 좋은 관객, 좋은 문화, 좋은 글 등. 앞의 두 단어들만 가리고 보면 접근성이 높아 보이는 주제들이었지만, 앞에 ‘좋은’이 들어가니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러다, 독자의 입장과 에디터 입장을 나눠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독자의 입장이라면, 그냥 그 ‘때’에 내게 인사이트를 주는 것과 아닌 것만이 있는데, 하다가 이런 문장이 생각났다.
글을 본 그 때에 긍정적 인사이트를 주는 에디터
글을 본 그 때에 재미있거나 흥미로운 글을 쓴 에디터
‘좋은’이라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인 기준이 들어가는데, 나는 내게 도움을 주거나 생각을 깨워주게 하거나 재미를 준다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렇게 정리했다. 조금 더 첨언하자면, ‘그 때’란, 글을 본 그 순간일 수도 있고, 글을 보고 난 후 느지막하게 지나고 난 날 일 수도 있다.
타이밍이 맞아 일어나는 모든 일들 중, 특히 저 두 가지 경우와 만난다면 나는 기분이 좋고, 에디터에게 더없이 고맙다. 인사이트나 재미, 흥미가 꼭 대단한 무언가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날씨, 기분, 생각, 경험에 따라 다르기에) 정확히 콕 짚어낼 수도 없지만, 그냥 흘러가다가 어느 날의 내게 닿은 무언가라고 보면 된다.
에디터의 입장에서는
난 이러한 독자이기에 그러한 에디터이다. 즉, 긍정적인 인사이트나 재미있고 흥미로웠던 일을 쓰는 걸 좋아한다.
세상사 워낙 다양한 상황과 다양한 생각, 다양한 시각, 기준들이 있고, 내가 신경 써서 낸 글이 흘러가는 글이 될 수도,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덜컥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들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글은, 그냥 ‘본인 나름대로’ 써 내려가면 되는 것 같다.
나름이란, 앞서 말한 좋은 에디터에 ‘부합하기 위해’ 쓴 글과 여타의 글 모두를 포함한다.
본인의 글을 ‘본인 나름대로’ 써 내려가면 좋은 점은 두 가지다.
1. 타이밍이 맞아 누군가 내 글을 흥미롭게 보거나 인사이트를 받았다면 뿌듯하고 기분 좋은 거고
2. 안 맞아도 난 나대로 글을 썼으니 만족일 것이다.
인사이트나 흥미로운 일들을 써내는 모습, 남 듣기 좋은 말을 골라 하다가도 그냥 적당히 쳐내 가며 글을 마무리 짓던 내 모습, 세상 사람들 모두 다 알았으면 좋겠다고 열심히도 글에 꾹꾹 눌러 담아냈던 모습, 남들 보든 말든 ‘내가 이랬고, 그래서 이렇게 써낸다.’ 했던 모습, 구구절절 혹은 시니컬하게 담아낸 것들 등 수개의 모습이 모두 ‘내 나름대로’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본인 나름대로’의 글을 쓰는 것이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론 ‘나’라는 독자에게 ‘좋기’ 위해 글을 쓴다고 생각하는 게 제일 먼저인 것 같다.
나는 내가 얻은 인사이트를 글에 내뱉고, 내가 재밌거나 흥미 있던 일화를 글로 쓰는 것을 <좋아하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동시에 자기만족의 기질도 갖고 있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아무튼 나는 좋은 에디터가 되고 싶고, 그런 좋은 에디터를 만날 ‘랜덤(random)의 때’를 기다리는 독자이다.
[서지유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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