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퇴사했습니다. [사람]

첫 직장을 떠나며
글 입력 2023.02.09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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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을 끝으로 나의 첫 직장생활이 막을 내렸다. 참 재미있는 게 첫 입사의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들었던 노래, 그때의 감정을 이곳에 기록했는데, 1년이 지난 지금은 퇴사한 심정을 담기 위한 기록을 하고있다.

 

이제 와 하는 고백이지만, 나는 끝이 정해진 입사를 했었다. 언젠가 빨리 이곳을 벗어나 원하는 일을 하겠다는 큰 포부를 품에 안은 채 말이다. 어쩌면 1년이란 시간은 나에게 버티는 시간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떨리는 마음을 안고 두드린 문 너머는 너무도 따뜻한 곳이었고, 반항심과 독기로 가득했던 내가 한층 사그라들며 잠깐이나마 현실에 만족하게끔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렇지만, 지금의 나는 현실에 안주하면 안 되는 것을 잘 알기에 망설임 없이 퇴사를 결정했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기 전 첫 단계에서 느낀 점을 간략하게나마 기록해보려고 한다. 이건 어디까지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들로 얼룩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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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복이 좋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첫 회사에서 1년간 지낸 결과, 가장 먼저 깨달은 게 있다면 난 정말 인복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사실 첫 출근 전날까지 걱정했던 부분이 인간관계였다. 온라인상의 수많은 익명의 인생 선배들의 경험담과 가까운 지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가족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이상한 또라이를 만나는 거 아니야?’ 하는 걱정이 꽤 컸다.

 

그러나 걱정이 무색하게도 크지 않은 한 층의 사무실에는 훌륭한 대표님과 멋진 동료들뿐이었고, 그 덕에 인간관계가 주는 스트레스는 없이 무사히 직장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2. 혼자 하는 일은 없다.

 

당시 내가 맡은 일은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일이었다. 즉각적인 성과를 모두가 보는 만큼 기가 죽었다 다시 어깨가 올라가는 일이 매번 반복되곤 했다. 여름이었나, 내가 진행하던 광고가 한창 잘되던 시기가 있었다. 앞으로도 실패가 없는 거라는 헛된 생각이 들 만큼 너무 잘 되었고, 모두가 치켜세워주며 박수 쳐주곤 했다. 그래서 그 모든 게 온전한 내 성과인 줄 알았다.

 

시간이 점차 흐르고, ‘신입’이라는 타이틀을 더 이상 쓰지 못할 때가 되어서야 알았다. 그 모든 건 나 혼자 이뤄낸 결과가 아니었음을. 투박한 기획안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디자인팀, 일정 및 예산 조정과 아이디어에 도움을 주는 팀원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피드백해주는 대표님까지. 이렇게 하나하나 지분을 나누다 보면 내 지분은 그리 크지 않다. 꼭 겸손이 미덕은 아니라고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3. 회사생활은 자책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없었으나, ‘나’라는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는 자주 있었다. 자잘한 실수를 연달아 했을 때, 멀리 보지 못하고 성급하게 행동했을 때, 미숙한 감정 조절로 멋대로 선을 넘었을 때, 내 의견을 또렷하게 전달하지 못했을 때, 멍청하게 말했을 때… 더 적으라면 적을 수 있지만, 아무래도 그 외의 것들은 꺼내지 않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웃기게도 잘했던 일을 말하라면 5초 안에 끝낼 것 같은데, 못했던 일은 5분 내내 말할 것 같다. 그런데 퇴사하고 한 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드는 생각은 나도 하고 쟤도 하고 얘도 하는 게 자책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숙달된 사람이라 한들 실수 한번 없었을까, 후회 한번 없었을까. 모두가 자책을 겪지만 그걸 어떻게 이겨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차이는 경험치가 누적되면서 생기는 거라 아직 나에겐 시간이 더 필요한 문제이다. 그러니 나도 다음번에는 조금 더 나아지겠지.

 

*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를 있어 보이게 포장하다 보니 말이 길어진 것 같다. 그리하여 결론은 나의 첫 사회생활은 좋았던 기억이 훨씬 많았고, 그 안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때론 끝없는 자책이 나를 갉아먹으며 괴롭혔지만, 굳은살 하나쯤은 있어야 어디가서 '나 사회생활 했어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제 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한다. 뭐든 처음이 어렵다고 하니 나의 두 번째는 조금 덜 어렵기를 바라며.

 

 

[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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