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간의 미학, 상견니(想見你) [영화]

영화 <상견니>
글 입력 2023.02.04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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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보고 싶어’라는 문장에 담긴 애절함의 깊이를 생각해 본 사람이 있는가? ‘보고 싶다’는 것은 단 네 글자로 말할 수 있는 짧은 문장이지만, 쉽게 입으로 꺼낼 수 있는 말이 아니다. 보고픔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애정과 행복, 불행과 거리감이 결합이 되어야 비로소 나타나는 감정이다.


제목부터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나타내는 상견니(想見你)는 중국어로 ‘씨앙찌엔니’라고 읽으며 ‘네가 보고 싶어’라는 의미를 가진다.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을 둔 영화가 2023년 1월 25일 개봉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대만의 대표적인 애절한 타임리프물이다.


상견니는 재밌는 드라마다. OTT 플랫폼 한국 이용자수가 늘어나면서 상견니는 입소문을 탔고, 상견니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진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들)라는 별명까지 생기며 그들만의 재밌는 문화를 만들어나갔다.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나의 소녀시대>처럼 팬층이 있는 대만 영화는 있었지만 인터넷 상에서 밈으로 활용이 될 정도로의 인기를 이끈 대만 드라마는 없었기에 상견니는 대만 문화콘텐츠의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영화 개봉으로서 상견니 붐은 다시 한 번 일어났다. 영화 <상견니>는 원작을 바탕으로 드라마 이후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아내 드라마를 향한 무한한 애정을 보여준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상견니 바로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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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라이크 채널 공식 홈페이지


 

영화 <상견니>를 보기 위해서는 원작을 알아야 한다. 도플갱어 타임리프물이라는 색다른 주제로 다가온 상견니는 시청자가 재생 버튼을 누르기 충분한 소재를 가졌다.


대부분의 타임리프물은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한다. 그러나, 상견니는 과거의 자신이 아닌 과거에 살고 있는 도플갱어의 삶에 이입이 된다. 소심하고 내성적이며 친구도 없던 천윈루의 몸에 정반대의 성격인 황위쉬안의 영혼이 들어가며 이뤄진 변화는 보는 이들을 짜릿하게 만든다.


그러나, 대부분의 타임리프물이 그렇듯 완성된 행복한 결말은 아니었다. 시간 여행을 하는 이유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 하기 때문이고, 현재를 위해 과거를 바꾸려다 시련을 맞이하는 스토리는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희로애락이 분명히 존재했지만, 주인공들의 완벽한 결말을 바라던 팬들에게는 아쉬운 결말이기도 하였다.


그랬던 상견니가 영화로 다시 한 번 시청자의 마음을 다독였다. 시간여행의 여파로 사랑을 이루지 못 했던 황위쉬안과 리쯔웨이의 만남을 다시 한 번 연결시켰다. 헤어짐의 아쉬움을 가졌던 시청자들은 영화를 보며 묵혔던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었고, 원작 드라마와 전혀 다른 전개로 흘러가지만 드라마 속 상견니를 다시 한 번 재생시킬 수 있는 스토리에 또 한 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천 번 만 번의 시간을 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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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라이크 채널 공식 홈페이지


 

상견니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시간 여행을 도와주는 파란색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다. 이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는 드라마만이 아니라 영화에서도 등장한다. 영화는 드라마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가 흘러가지만,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를 이용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한다는 점은 같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파란색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고장난 현재를 바꾸고 싶어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무언가의 도구가 있다면 당장이라도 시간을 되돌릴 용기를 가지지만, 마음대로 정해진 운명을 바꾸려고 하는 대가는 가혹하다. 황위쉬안과 리쯔웨이는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행복한 결말을 꿈꾸며 몇 번이고 시간여행을 도전하지만, 세상은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듯 황위쉬안의 세계에서는 리쯔웨이가 목숨을 잃게 되었고, 리쯔웨이의 세계에서는 황위쉬안이 목숨을 잃고 있었다.


과거로 가 운명을 바꿀 기회를 주는, 알라딘의 요정 램프 같았던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는 결국 뫼비우스의 띠였다. 두 주인공이 어떠한 노력을 해도 누군가 죽는 미래는 바뀌지 않았고, 오히려 미래의 고통은 심화되고 있었다.


영화 <상견니> 속 과거 여행을 할 수 있는 도구가 되어주는 우바이의 ‘Last Dance' 카세트테이프는 모두 케이스가 깨진 상태로 등장한다. 깨진 카세트테이프만이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시공간의 균열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깨진 케이스를 다시 원상복구할 수 없는 것처럼, 억지로 이어 붙이려 하면 균열의 선만 강해질 뿐이었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을 두고 과거를 향한다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진 황위쉬안은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를 불에 태우는 결정을 한다. 천 번 만 번의 시간을 건너 끊어진 사랑을 다시 잇게 해 준다고 믿었지만 균열은 멋대로 이어붙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 여행 도구인 휴대용 카세트플레이어와 카세트테이프로 인해 일어난 균열은 도구가 소각이 되면서 사라졌다. 균열의 시간을 반복할 수 없게 되자 악몽 같은 사건들도 소멸이 되었고, 사랑을 지키겠다 서로 다짐을 하던 두 주인공들은 과거 여행 도구 없이도 완벽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영화는 과거에 욕심을 가지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며 나아가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타임리프로 인해 미래를 바꾸는 꿈과 같은 상상을 하지만, 과거를 바꾸면 시공간의 균열, 즉 버그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상황이 무한대로 진행이 될 것이다. 과거의 시간에 얽매여 현재를 멈추게 두기보다 현재를 나아가 미래를 바꾸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고 좋은 결과를 안겨올 것이라 굳게 믿는다.

 

 

 

想見你想見你想見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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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오드(AUD) 제공

 

 

두 주인공이 끊임없는 타임리프를 겪는 이유는 ‘보고 싶어(想見你)’라는 이유로 충분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사라졌을 때, 직접 얼굴을 바라볼 수 없는 슬픔에 보고 싶다는 말을 연신 내뱉는다. ‘보고 싶다’는 말 한 마디가 주는 감정의 해소는 적지 않다. 속으로 묵히던 감정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겪는 해소감은 생각보다 더 후련하다.


주인공들은 더 나아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실천했다. 과거로 돌아가 보고 싶음을 현실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과거를 바꾸려는 행동은 연신 실패를 겪는다. 세상에 완벽한 타임리프는 없는 것이다.


과거를 바꾸는 것은 드라마 속에서 가능한 일이지 현실에서 대입할 수 없는 이야기다. 현재에 욕심을 내는 것이 보고 싶음을 해소하는 완벽한 방법이 된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도록 당장 보고 싶은 사람을 찾아 얼굴을 마주하며 말해야 한다. 보고 싶어(想見你)가 아닌, 사랑해(我爱你)를 말하며 과거가 아닌 현재에 날개를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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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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