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아갈 줄은 예상했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어! [문화 전반]

노션을 못해서 노약자라고 불리우는 내 동료에게 심심한 위로를
글 입력 2023.02.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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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 : 늙은 이와 약한 사람을 포괄하는 단어,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추가되었다.

 

노션 약자, 즉 온라인 협업 툴인 노션(Notion)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사람이다. 이 툴을 이용해 대부분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환경에 있는 나의 동료에게 주어진 별명이다.

 

처음 들었을 당시에는 엄청 웃었는데, 유희용으로 쓰면 안되는 단어가 주는 불편함과 많은 기술들이 생성해내는 많은 약자들의 현실에 답답함이 옥죄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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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on

 

 

IT 분야에 진입하고 느낀 엄청난 이점이 하나 있다. 남들보다 디지털 에이징으로부터 다소 자유롭다는 점이다(디지털 에이징(Digital Aging) : 중장노년으로 나이가 들수록 디지털 기술에 대해 취약해지는 모습을 띄는 디지털 약자의 해결법으로 손꼽힌다.).

 

초중고교 선생님들인 친구들이 신조어 퀴즈에 능하다거나, 사회학과 교수님들께서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질 수 있는 멜론 탑100을 틀어 놓고 출근 준비를 하신다는 것과 비슷하다. 여전히 최신 기술의 자연스러운 습득이 가능해 이 부분에 한해서는 또래보다 앞서 있다.


그러나 같은 분야 내에서도 내 동료와 같이 격차를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물리적인 세상이 전부였을 때에도 세상은 넓었는데, 온라인, 메타버스 세상까지 둘러보려니 세상이 무지막지하게 넓어졌다.

 

기술을 익히는 속도보다 기술이 개발되는 속도가 빠르고 매일같이 쏟아지는 신기술 뉴스가 내 생각보다 빨라 어찌할 도리가 없다. 즉, 나에게도 이 기술들의 습득이 자연스러운 듯 자연스럽지 않고 부담스럽게 여겨질 때가 있다.


GPT-3.5를 탑재한 AI 챗봇인 Open AI의 “ChatGPT”나, 디스코드(Discord)를 기반으로 키워드에 맞는 이미지를 생성해주는 AI툴인 “Midjourney”를 처음 접했을 때 신기함만을 느꼈다면 거짓말이다. 이 기술을 익혀야 한다는 압박감에 피곤함이 느껴졌다.

 

그럼 살던 대로 살면 되지 않는가? 아주 속 편한 소리. 많은 사람들이 흥미 위주로 이 툴에 접근하지 않는다. 강도 높게 업무에 활용한다. ChatGPT와의 대화를 통해, Midjourney가 생성한 이미지를 통해 인사이트를 손쉽게 얻을 뿐만 아니라, 실제 상업적 작업의 기반작업을 다지기도 한다.

 

그렇다. 내 스스로가 상품이 된 이 시대에서 이것들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느 순간에 생산성 저하로 측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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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journey

 

 

모 기업에서 인사부서에 AI를 도입해 직원들을 정리해고 했다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나 역시도 AI로 인해 업무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었다.

 

AI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구분되어 내 몫이 할당될 거라고 생각했었고, AI와 협업을 할 때는 프로젝트 팀이 꾸려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긴밀하고 개인적이고 유기적으로 얽혀 들어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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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omo

 

 

내가 스트레스를 덜어내는 방법은 압박을 주는 일을 해치워버리는 방식인데, 이건 끝이 없다.

 

나는 고작 저번달에 발견한 이런 기술들에 이미 능숙한 사람들이 많았다. 자발적 학습능력이 재능의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다. 취미로 자격증을 따는 사람들을 신기하게만 여겼다면, 이제는 그들을 앞세워 뒤따라가야 한다. 아니, 기술을 익히기 전에 매일의 신기술 목록을 수집해야 한다.


역량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말도 익히 퍼지고 있다. ‘저장’보다 ‘응용’이라는 것은 창의력 테스트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전화번호를 외우는 사람보다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를 사용할 줄 안다거나, 사진촬영한 명함을 정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더 각광받는 시대인 것이다.

 

신기술 시대의 도래는 노약자와 같은 단어의 뜻을 확장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전복시키고 있다. 우리의 예상보다 더 많은 것을. 임기응변은 찰나의 것이 아니라, 매일의 것이 되고 있다. 암기보다 수집과 정리, 통제보다 활용, 예상보다 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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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Visiting Card

 

 

‘소외’라는 말 안에 가두기에는 폭발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적응’이라는 수 외에는 선택권이 없다. 한숨을 푹 내쉬다가도 별 수가 없어 다시 IT 뉴스와 트렌드레터를 뒤적거린다.

 

하필 나는 왜 인류가 맞이하는 몇 안되는 변곡점인 농업혁명, 산업혁명과 같은 대변혁의 시대에 떨어지게 되었는지 원망스럽다가 다시금 시야를 현실로 끌고 들어온다. 대자극의 시대이기도 하다. 눈 앞에 번쩍이는 신기술들로 무료함을 느낄 틈도 없어 인류가 수명이 연장된 것의 원인이 자극 중독일수도 있겠다 싶다.


디지털 소외가 주목받기 시작한 지는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나, 사회 전반에 퍼질 것이고, 그 누구도 특정 분야에서는 디지털 약자일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와 같은 IT 전공생, 분야 종사자도 이 속도를 버거워함에 모두가 압박감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즐겁게 활용하기를 바란다. 내 동료처럼, 언제나 질문하고 사용해보고, 새 지식을 공유하기를 바란다.

 

새로운 기술과 함께 노약자라는 말 대신 새로운 단어도 도래할 수 있는 길을 내어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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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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