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2023 신년 목표

향상심 대신 선택과 집중으로
글 입력 2023.02.01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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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새로운 마음으로 투두 리스트를 만든다. 올해의 목표,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할 것. 이 정도는 해야 하지 하면서 추가하고, 매해 달성하지 못하고 이월되어서 목록은 갈수록 불어나는데 정작 기억에 남지 않아 몇 달 지나면 다시 꺼내서 되새김질해야 한다.

 

중간 점검한다 치고 그새 까먹은 새해의 내 마음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졌다. 체지방률을 줄인다는 목표가 무색하게 인바디 측정을 한 번도 하지 않고 해를 넘겼고, 책을 몇 권 읽기고 했지만 책을 사기만 한 사람으로 남았다.

 

때로는 억지로 목표를 달성시켰다. 예를 들어 '요리하기'는 방대한 조리 과정을 거쳐 요리를 만들어 먹는다는 목적이 있었는데, 중간 점검 때 주말에 종종 한 끼를 해치우기 위해 파스타해먹는 걸로 종료되었다.

 

올해는 코로나 감염의 여파로 새해 준비가 늦어졌다. 애매한 건 싫으니 올해는 음력 설과 함께 올해를 시작하기로 했다. 설 전에 새해 기념 공연을 보고 새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의 생각을 조금 빌릴 생각이었는데 뜻하지 않게 큰 수확과 함께 돌아왔다.


새해가 되면 기간 한정으로 향상심을 마음에 품었다. 연말까지 흔적을 남긴 삿된 마음은 잠시 가려두고 경건한 마음으로 건강한 목표를 세웠다. 작년에는 여행과 배움, 독서와 일기 그리고 어학 공부를 다짐했다. 재작년도 비슷했고 그 전년도도 비슷했다. 습관적으로 목표를 세우다 보니 늘 비슷한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새해라면 응당 그런 다짐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올해 내가 배워온 방법은 '버리기'와 '비워내기'였다. 장점 부각하기와 단점 없애기 중 쉬운 건 전자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어느 쪽이든 성공률이 높지 않다. 대체로 시도하는 걸 극도로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이 현상 유지만 해도 칭찬받는 세상이 올 것 같지 않으니 연초가 되면 새로운 마음을 잡아 온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자 의지를 다 잡는다. 하지만 올해의 목표는 더 나은 무언가를 '성취'하는 것이 아니었다. 요약하자면 '좋은 습관 만들기'에 가까운 일이었고 쉽게 기억할 수 있게 딱 4가지만 하기로 했다.

 

*


공부라고 하면 해야만 하는 영어와 해야 할 것 같은 업무 관련 자격증과 자기 계발의 제2외국어가 있는데 이것들은 모두 오래된 다짐이다. 아무리 정초의 나라도 이걸 다 하겠다는 헛된 포부를 품지 않는다. 그래서 셋 중 하나만 시험을 보기로 했다.

 

선택은 봄 이후의 나에게 맡겼다. 올해 하나를 하고 나면 내년에 두 개가 남는데 둘 다 할 수 있으면 하고 안 되면 내년과 내후년에 하나씩 취득하면 된다. 그러면 나는 1년에 시험 한 번씩은 보는 사람이 되는 결말이 나온다. 잘만 하면 정기적인 도전이 될 수 있다.


동네에 치킨집 하나가 있다. 위치도 좋고 홀도 운영해서 포장/배달/홀 손님이 골고루 있는 곳이다. 개업 초기에 포장하러 갔다가 친구와 저녁에 치킨에 사이다 한잔하자고 했는데 몇 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상한 일이다. 가깝고 만만한데 지금까지 시도 한번 없었다. 수도 없이 지나치다보면 몇 번은 '우리 저기 가기로 했는데..'라는 이야기를 꺼낸다. 안 갈 생각도 없고 그 가게가 싫어진 것도 아니고 치킨을 안 먹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소홀해진다.

 

이런 막연한 약속을 없애고자 친구와 만나 올해는 꼭 그 집에서 치킨을 먹자고 약속했다. 아직 일정은 미정이지만 가능한 상반기 내에 끝내기로 했다. 새로운 것 말고 지지부진하게 끌고 있던 것을 완료하기.


그밖에는 결과물을 내는 취미와 단기로 새로운 운동을 배우는 것. 꾸준함과 새로운 시도가 드물기 때문에 거부감이 없고 관심이 가는 걸로 하나씩 시도해보기로 했다. 장비와 정보는 준비되었고 이제 몸이 마음의 다짐을 받아내고 움직이면 된다.


계획을 세우면서 4개는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문득 목표의 개수에 신경 쓰는 건 덜어내기와 버리기의 반대에 있는 것 같아서 막힌 순간 그대로 펜을 내려놓았다. 목차를 만들려고 시간을 쓰는 건 그 순간만큼은 바르지 않은 일이었다. 무리하지 않았더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스트레스도 없고 새해에 나의 대한 부채감도 없다.

 

선택과 집중이 높은 달성률을 보일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간결한 목표와 깔끔한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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