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심조차 없었던 관객을 사로잡은 영화 - 아바타2 물의 길 [영화]

글 입력 2023.01.26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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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중이 열광하고 사랑했던 영화 아바타1을 ‘안’ 봤다. 유치할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각종 TV 프로그램과 인터넷에서 패러디하는 것을 보며 그 영화의 높은 인기를 체감했지만, 끝까지 무관심을 고수했다. 그랬던 내가 아바타2를 보러 극장에 갔다. 사실 아바타2가 개봉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여전히 끌림은 없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보러 가자는 소중한 사람의 말에 예고편을 보니, 바다와 심해생물을 아름답게 표현한 영상미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평소 바다를 좋아하기도 해서 관심이 조금 생겨서 4DX로 봐보기로 했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주 배경이 바다라서 바다와 심해생물을 마음껏 볼 수 있었다. 영상미가 뛰어난데다 3D효과까지 더해져서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었다. 4DX라서 영화 속 상황에 맞게 의자가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진동이 느껴졌으며, 바람과 물이 나오고, 등을 툭툭 쳤다. 스크린 양 사이드에서는 연기가 나오고, 조명이 번쩍이기도 했다. 

 

영화 알라딘, 한산, 그리고 아바타2까지 4DX로 영화를 본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처음에는 4DX로 보면 영화 내용에 집중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세 번째까지 경험해보니 오히려 그 반대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번에는 바람 나오는 위치와 등 쪽을 툭툭 치는 효과가 거슬렸지만, 몰입도를 높여주고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해주는 좋은 장치였다. 많은 경험은 아니지만, 세 번 모두 과하지 않은 4DX를 경험해서일 수도 있으나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아바타2 – 물의 길’은 상처와 치유, 가족애, 부모의 사랑을 중점으로 다뤘으며, 오마티카야부족과 멧카이나부족의 갈등과 화합, 산호섬에서 제이크 설리 가족이 적응하는 과정을 담았다.  보통 영화에서 인간이 아닌 것은 악역이 되거나 인간을 위협하고, 지구를 풍비박산으로 만드는 존재로 많이 나오는 편이었는데, ‘아바타2’는 인간이 악역이었다. ‘아바타1’도 마찬가지였는데, 이 점을 이제야 인지했다.


아바타1에 비해 액션신이 줄어서 아쉽다는 평이 많은데, 나는 좋았다. 액션신보다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이 많아서 3시간 동안 힐링 됐다. 스토리와 메시지에 중점을 뒀다는 점도 오히려 좋았다. 아바타는 유치하고 가볍게 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선입견이 깨졌다. 틈틈이 가슴에 꽂히는 묵직한 메시지에 더욱 집중해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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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세계와 판도라의 세계


 

제이크 설리는 인간들의 공격을 피하고자 족장에서 내려와 숲을 떠난다. 가족과 부족들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산호섬으로 간다. 바다의 부족 멧카이나는 제이크 설리 가족을 환영하지 않고 경계했지만, 결국 설리네 가족을 받아준다. 족장은 자녀들에게 새로 온 또래 친구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다. 그러나 제이크 설리네 아이들을 괴롭힌다.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기고, 싸우기도 했지만 금세 가까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인간의 세계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직에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면 경계하고 텃세 부리는 것, 동료나 친구를 괴롭히는 것, 갈등이 생기고 함께 풀어나가면서 가까워지는 과정까지 인간 사회의 모습과 흡사했다. 


이 밖에도 비슷한 점은 많았다. 가족이 괴롭힘을 당하면 나서서 맞서는 모습,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과 책임감, 경쟁, 소외, 외톨이, 오해, 갈등, 상처, 사랑과 우정 그리고 교감과 공감이 판도라의 세계에도 있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인간의 세계에도 여러 모습의 가족이 있는 것처럼 판도라의 세계도 그랬다.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의 자식들은 혼혈, 입양, 혈육이 섞여 있었다. 이 점을 영화를 보는 내내 잊을 정도로 가족 간에는 차별이 없었다. 서로 지키고 도와주며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었다. ‘설리 가족은 하나!’는 제이크 설리네 가족의 특성을 잘 나타낸 대사였다.


제이크 설리네 가족을 보면서 입양가정, 다문화가정, 재혼가정이 떠올랐다. 주변의 반응 상관없이 가족끼리는 차별 없이 하나로 똘똘 뭉쳐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은 인간이나 나비족이나 똑같았다.


로아크와 툴쿤 파야칸이 교감하는 부분도 인상 깊었다. 로아크는 산호섬에서 추방당한 외톨이 툴쿤 파야칸을 만나게 된다. 형에게 가려져서 인정받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낀 로아크는 파야칸에게 관심을 갖고, 파야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리고 파야칸의 상처를 치유해준다. 그러면서 로아크 자신의 상처도 어루만진다. 로아크와 파야칸은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줬다. 로아크와 파야칸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위안의 존재가 되어 교감하며 깊은 사이로 발전하는 우리의 인간관계와 닮아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살려준 은혜를 갚기 위해 온몸을 던져 인간을 공격했던 파야칸, 스파이더와 쿼리치 대령 아바타의 무시할 수 없는 핏줄의 이끌림 등은 인간과 다르지 않았다.


인간의 세계와 판도라의 세계를 이토록 비슷하게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관객의 공감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인간이든 인간이 아니든 세계에 태어난 모든 것은 감정과 고통을 느끼며, 삶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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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입장에서 본 인간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보통 주인공의 시선과 입장에서 보게 된다. 그래서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하고, 주인공을 응원하며 사랑한다. 이 영화는 인간이 아닌 나비족을 포함한 모든 생물의 시선과 입장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내가 인간임에도 생물을 응원하고, 그들의 감정에 자연스럽게 동요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인간을 볼 수 있었으며,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을 마주했다.


심해생물을 상대로 '돈 벌어보자'라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던 모습, 어미를 잡으려면 새끼를 잡아야 한다는 대사, 심해생물을 잔인하게 잡으면서 일말의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모습, 이 부위는 인간의 노화에 좋다는 대사, 일부분만 필요하면서 큰 생물을 잡은 것 등을 보면서 되돌아보니 평소 인간의 모습과 비슷했다. 나머지는 다 버리는 거냐며 어이없어하던 스파이더의 표정을 보면서 부끄러웠다. 나비족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나비족의 세계를 망가뜨리는 모습보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에 더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인간이 아닌 생물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구성한 점은 평소 우리들의 말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얼마나 해하고 있는지 효과적으로 전달한 방법이었다.

 

 

 

아쉬움과 기대


 

가볍게 보는 애니메이션 영화인 줄 알았는데,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묵직한 메시지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어서 깊은 사색을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러닝타임이 길었지만, 3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좋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아름다운 산호섬의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려다 보니, 갈등과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서사가 극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리고 개연성이 부족했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로아크의 형 네테이얌의 죽음이었다. 로아크는 상처를 파야칸을 통해 치유하고 있었다. 네테이얌의 죽음이 아니었더라도 스스로 자기 장점을 찾아 형보다 나은 능력을 발견하여 아버지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을 텐데, 네테이얌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마무리되어서 아쉬웠다. 

 

캐릭터 설정과 진행 방식, 주인공 선정, 메시지 등 전체적으로는 좋았지만, 디테일이 부족했다. 이번 시즌은 스토리에 중점을 둔 만큼 좀 더 탄탄하고, 세밀한 스토리를 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기대되는 점도 있었다. 바로 키리와 스파이더의 앞으로의 행보였다. 키리는 심해생물과 지내면서 특별한 교감 능력을 발견한다. 자기만 다른 모습에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꼈지만, 심해생물들을 손끝 하나로 이끌면서 자기 상처를 스스로 어루만지는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에는 그 능력으로 자기 가족을 구하기도 하는데, 다음 편에는 키리의 교감 능력이 더욱 큰일을 해낼 것 같다.


스파이더는 아버지의 아바타를 만나게 되면서 내면에 있었던 그리움을 마주했다. 더구나 네이티리의 '아들엔 아들'이라며 자신을 인질로 삼았던 순간이 있었고, 아버지의 죽음을 보기도 했다. 그래서 다음 시즌에서는 인간의 편에 설지, 아니면 키리에 대한 깊은 애정을 알게 되면서 키리와 힘을 합쳐 인간과 맞서 싸우고, 판도라의 세계를 지키는 데 한몫을 할지 궁금해졌다. 앞으로 키리와 스파이더는 어떻게 성장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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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쉬이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첫 번째 이유는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영상을 계속 보고 싶어서고, 두 번째 이유는 건강에 좋다며 고기나 생선, 해물을 먹던 게 생각나서였다. 감독이 전한 메시지를 비롯된 생각은 극장을 나와서도 멈추지 않았다. 


심해생물을 보호하려면 다른 것을 먹어야 하는데, 그렇다고 고기나 채소만 먹을 수 없다. 동물이나 식물도 생명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 그럼, 인간도 살 수 없다. 그렇다고 비건식을 하는 등 하나라도 지키기 위해 섭취하지 않는 쪽을 택하기도 어렵다.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만의 방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욕심이 너무 지나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당연하게 여기지 말고, 감사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간이 더 똑똑해서 이겼고, 그래서 누릴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처음에는 무관심에 불호였지만, 이제는 무관심은 관심으로, 불호는 호가 되었다. 다음 시즌에는 어떤 메시지를 던져줄까. 남은 스토리는 무엇일까. 캐릭터는 어떻게 성장할까 하는 궁금증으로 다음 시즌을 기다릴 줄은 몰랐다. 요즘 뜻하지 않게 좋은 작품과 공연을 만나는 일이 잦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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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득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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