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달리는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 [음악]

밴드 ‘루시’의 여름 앨범 <PANORAMA>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23.01.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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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2일, 올해도 어김없이 한 해의 첫날을 기리는 설날이 찾아왔다. 어릴 적부터, 작년을 떠나보낼 준비가 되지 않은 양력 1일보다는 음력 설을 맞이해야 한 해를 시작하는 기분이 느껴지곤 했다. 명절을 맞아 오랜만에 소중한 이들을 만나고 긴 연휴 동안 휴식을 취하고 나면 비로소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올 열두 달을 맞이할 준비가 된 것만 같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필자는 1월 1일보다 설날에 듣는 노래를 고르는 데 더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우주소녀’의 <이루리>, ‘레드벨벳’의 <행복(Happiness)>과 같이 한 해 이루고 싶은 소망을 담은 희망찬 노래를 골라 듣는 것이 유행한 이래로, 설날에 처음 듣는 노래 또한 조심스레 고르는 습관이 생겼다.


사실 노래 하나가 그 해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속설은 믿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해를 시작하는 설레는 마음과 다가올 날들에 대한 두려움을 잠깐이나마 해소하고자 하는 욕구를 담아서 음악을 고르고 그 행위로 위로받곤 한다.


설날을 구실로 3년 동안 양력 설, 그리고 음력 설마다 플레이리스트의 상단을 차지하며 위로를 안겨준 한 앨범과 그 수록곡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밴드 ‘LUCY(루시)’가 2020년 여름에 발매한 앨범 PANORAMA다.

 

 

 

루시 PANORAMA


 

앨범커버.jpg


 

여름날 아침의 싱그럽고 푸른 하늘을 연상케 하는

첫 번째 TRACK 타이틀곡 “조깅”부터

한여름 밤 페스티벌의 열기를 담은 “Flare”까지

시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배열을 통해 

점점 더 짙어지는 여름의 농도를 느낄 수 있도록 펼쳐냈다.


PANORAMA 앨범 소개 글

 


앨범 소개 글에 의하면, PANORAMA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혹은 다양한 풍경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아낸 파노라마 사진처럼, 6개의 트랙 안에 다양한 여름들의 단상을 담아낸’ 앨범이다.


소개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수록곡의 대부분이 초여름의 싱그러움과 상쾌한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여름이라는 계절의 시작을 상징하는 앨범이면서도, 가사를 찬찬히 살펴보면 쉬지 않고 달려온 사람들에게 푸른 여름 바다와 같은 따스한 희망을 전달하는 앨범임을 금세 알 수 있다.


타이틀곡 ‘조깅’을 비롯해 ‘수박깨러가’, ‘Straight Line’, ‘Missing Call’, ‘충분히’, 그리고 루시가 출연했던 JTBC 예능 <슈퍼밴드> 결승 무대에서 선보인 곡 ‘Flare’까지 한 곡도 버릴 곡이 없는 명반이다. 특히, 이 6곡 중 리듬감 있는 템포와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위로를 전하는 가사를 더해 앞으로 힘차게 나아갈 힘을 주는 3곡을 대표로 소개하고자 한다.

 

 

 

TRACK 01. 조깅 (Jogging)


 

 

 

반대로 내가 가고 싶은 대로만 간다면

그저 틀린 길은 아닐 걸

오늘도 우린 쉬지 않고 달렸잖아 마라톤 하듯이

그러다 머리 핑 돌아 가끔 한 번은

동네 한 번 빙 돌아 마음 편하게

너는 빛보다 밝게 빛나

 

 

‘조깅’은 첫 번째 트랙이자 앨범을 대표하는 타이틀곡이다. 멤버 신광일의 빠르고 힘찬 드럼 연주와 멤버 신예찬의 경쾌한 바이올린 선율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곡의 제목처럼 넓고 푸르른 운동장을 가볍게 달려나가는 듯한 느낌을 전한다.


인생을 마라톤과 조깅에 비유해 표현한 가사가 눈에 띄는 곡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조급한 마음에 쫓겨 마라톤 코스를 달리듯이 숨 가쁘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때로는 익숙한 동네를 조깅하는 것처럼 숨을 고르고 편한 마음으로 나아가는 것도 충분히 괜찮을 것이라는 위로를 건넨다.


세상은 언제나 정신없이 돌아가고 우리는 그 속도에 맞춰 쉬지 않고 달릴 수밖에 없을 지도 모르겠지만,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임이 분명하다. 가사에서 말하듯이 마음속 깊이 오랫동안 바라왔던 것들을 절대 잊지 말고 천천히, 대신 힘차게 앞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TRACK 02. 수박깨러가 (Watermelon)


 

 

 

지금 아니면 같은 밤을 헤엄치겠지

나와 수천 번 넘게 그려 왔던 거잖아

지금 걱정은 내일로 미뤄

그대의 여름 안에 내가 있길

숨 막히는 더위를 피해서

우린 지금 바다에 바람 쐬러 가

 

 

앨범의 수록곡 중 하나인 ‘수박깨러가’는 탁한 회색 도시를 벗어나 푸르게 빛나는 바다로 떠나자는 가사를 표현한 노래다. 청량한 반주에 가볍게 얹힌 바다의 시원한 파도 소리와, 베이시스트 조원상의 귀여운 랩이 인상적이다.


이 곡은 바쁘고 지친 일상을 벗어나고 싶지만 새로운 도전이나 먼 나라로의 여행 등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슬며시 용기를 건넨다. 뜨거운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바다로 떠나듯이, 숨 막히는 공기를 피해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들을 찾아 나서보자는 위로를 담고 있다.


‘지금 걱정은 내일로 미뤄’라는 가사가 반복되지만, 걱정을 미루고 떠나든 걱정을 안은 채 떠나든 아무렴 어떤가. 삶에 대한 걱정, 근심, 그리고 불안은 모두 우리를 새로운 길로 나아가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라도 좋다.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찾아 언제든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TRACK 03. Straigh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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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고 두려운 거라면

전혀 그럴 필요 없는 걸

쭉 뻗은 도로 위에 넌

Just drive in a straight line 열린 이 길을 봐

끝에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선물이 될 거야

 

 

마지막으로 소개할 세 번째 트랙은 ‘Straight Line’이다. 넓은 세상 한가운데 놓인 길에 혼자 멈춰 서서 나아가기를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가사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곡이다. 도입부를 여는 베이시스트 조원상의 연주와 보컬 최상엽의 매력적인 미성이 돋보인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망망대해 위에서 홀로 떠다니는 것만 같은 외로운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이 곡은 그런 고독과 불안을 느끼는 이들을 향해, 언제나 곁에 응원하는 이가 있으니 그들을 떠올리며 더 이상 걱정하지 말고 어디로든 나아가도 괜찮다는 위로를 이야기한다.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맞는 것인지, 이대로 나아가도 괜찮은 것일지. 고민이 쉼 없이 피어나며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이 종종 찾아오기 마련이다. 특히 한 해가 시작하는 1월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럴 때마다 크게 호흡을 내쉬고 외쳐보자. “끝에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은 선물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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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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