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편지 속 담긴 온기를 느끼다 - 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도서]

삽화와 함께한 제인 오스틴의 수많은 편지들
글 입력 2023.01.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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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에는 다정함이 묻어있다.

 

특히 필체를 엿볼 수 있는 손편지라면 더더욱. 누군가가 나에게 글을 써 준다는 행위는 애정이 함뿍 담긴 포옹과 같다. 나와 가까운 사이일수록 그 감동은 배가 된다. 가까울수록 잊고 사는 것들,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많아지기에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기고했던 글 중 가족들에게 쓴 서간문이 떠올랐다. 정말 오랜만에 가족들에게 쓴 편지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렸을 때는 마땅히 써야 한다고 여겼던 것 같은데. 성인이 되고나서는 편지보다 선물을 챙기다 보니 점점 생략하게 됐다.

 

편지를 쓰다 보니 희미했던 순간의 기억들이 다시금 선명해졌다. 그 사람을 생각했을 때 드는 감정, 함께 나누었던 추억, 큰 울림을 주었던 경험까지... 이렇듯 편지는 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쓰는 사람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제인오스틴_책표지.jpg

 


편지에 쓰인 제인의 문체를 보면, 무심한 듯하면서도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대부분의 편지는 커샌드라 언니에게 쓴 것들이었는데, 서두에 ‘사랑하는’, ‘친애하는’, ‘소중한’ 등의 수식어를 붙였다. 사실 쓰다 보면 자연스레 생략하기 마련인데, 제인은 거의 빼먹지 않고 언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자매 간 우애가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제인 오스틴의 일상과 솔직함이 담긴 문장의 연속이었다. 때로는 언니에게, 때로는 오빠에게, 조카에게... 정말 많은 이들에게 편지를 남겼다. 제인은 가족들에게 편지 쓰는 일을 퍽 재밌어했던 듯싶다. 편지를 읽으면서 꽤나 신기했던 건, 분명히 글로 쓰여 있는데도 제인이 말하는 것 같이 읽힌다는 점이었다.

 

목소리도 들어본 적 없는 제인 오스틴이 재잘재잘 본인의 이야기를 해 주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내 이야기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걸 선호하는 터라, 제인 같은 이가 곁에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제인의 가족이 워낙 규모가 큰 데다 이름까지 비슷한 경우가 많아 조금 헷갈렸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제인은 가족 모두를 사랑했지만, 그중에서도 셋째 오빠(에드워드 오스틴 나이트)의 딸, 조카 ‘패니 나이트’를 굉장히 아꼈다는 걸 말이다.


 

넌 독특하고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이자 내 인생의 즐거움이야. (중략) 넌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분별력이 있고 평범하면서도 특별하며 슬프면서도 쾌활하고 자극적이면서도 흥미로워. 너의 근사함과 환상적인 취향, 모순적인 감정의 변화를 따라갈 사람이 누가 있을까? 넌 아주 특별해. 그리고 항상, 아주 완벽하게 자연스럽고 너만의 독창성이 있어 다른 누구와도 비슷하지 않아! - 249p

 

 

이런 편지를 받고 나면 무슨 감정이 들까. 내가 패니였다면 고모인 제인에게 너무도 고마웠을 것 같다.

 

나의 존재 자체가 누군가에게 인생의 즐거움이라니. 나조차도 평범하다 느끼는 나에게 특별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바로 고모라니. 자존감이 낮은 상태로 이 편지를 읽었다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옛말이 뼈저리게 와닿는 순간이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읽었을 때, 나도 누군가에게 받은 편지를 서랍 한 편에서 꺼내어 읽고 싶어졌다.

 

그때 그 시절의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되돌아보고 싶어졌다.

 

 

 

김민지_컬쳐리스트.jpg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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