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신(新) 구(舊) 사이의 균형,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展 [전시]

마리아 스바르보바 : 어제의 미래 展
글 입력 2023.01.19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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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미니멀하며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작품들.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피사체들은 수영장에서, 정육점에서, 병원에서, 강의실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공간에서 발견된다. 투명한 파스텔 색감은 감상하는 눈을 단번에 사로잡는데 충분했다. 몽환적이고 아름답지만 프레임 속 인물들의 경직된 행동과 무표정은 살아있지 않은 인형과 기이하게 닮아 불편하기도 했다.

 

어제의 미래,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시를 끝까지 감상해보면 전시 타이틀을 이해할 수 있다. 스바르보바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그녀의 작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관람객과 소통하는 감정적 도구가 ‘향수’인 것이다. 또한 반대로 감정이 배재된 모델을 통해 자유의 중요성과 얼마나 많은 인간이 구조적인 방식의 통제 속에 빠지는지에 대해 강조한다.


그렇다면 스바르보바가 작품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녀의 작품에는 분명히 미래지향적인 무언가가 있다. 동시에 사회적 비판 의식도 존재한다. 마치 과거의 기억을 요구하지만 현재에 맞는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현대의 우리가 친숙함과 그리움을 만들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듯이 말이다.

 

 

 

SECTION 1 노스텔지아 NOSTALGIA


 

작가의 고향인 체코슬로바키아가 공산주의 시대일 때의 소품을 차용하고 있다. 비록 작가는 공산주의가 종식된 이후에 태어났으나, 어린 시절 들었던 옛날이야기 속 공산주의 삶과 연결시켰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은 ‘공산주의’가 아닌 ‘공산주의 시대에 있었던 생활상’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의도이다.


유년기의 마리아가 진료를 위해 병원을 갔던 기억, 공산주의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는 정육점 등 복고풍 세계를 적절한 방식으로 재해석한 모습이 흥미롭다. 특히 정육점 관련 작품의 경우, 제품 부족에 시달렸던 공산주의 시대를 보여주는데, 스바르보바는 제품이 과포화 되지 않은 과거의 시대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구매하고 소유한 물건은 큰 가치를 지니고 있고, 과소비주의를 지양하고 지속 가능성을 지향하는 태도를 강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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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ck, 2014

 


이 사진은 의사와 간호사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의사와 간호사의 표정을 알 수 없기에 그들의 관계는 비밀스럽게 느껴진다. 그들의 사이가 매우 궁금했지만 사진에서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스스로 답을 풀어나가야만 했다.


 

 

SECTION 2 퓨트로레트로 Futuro Retro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 사이의 균형을 섬세하게 조절하는 능력으로 스바르보바의 작품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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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her and Daughter, 2018

 

 

유니폼이 매우 독특한데, 미니멀하고 미래지향적인 분위기가 가득했다.

 

특히 공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다루고 있는 이 섹션에서 자신을 잃고 공중에 뜨고 심지어 떠다니기까지 하는 모델의 모습이 기이해보였다. 과거 시대를 오마주했지만 미래적인 요소를 부가하여 완성되는 그녀의 작품에서 미래적인 레츠로풍(future retro)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작품에서는 도우미가 선수들에게 플라스틱 물병을 건네고 있는데, 아마도 플라스틱이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는 현재의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회적 비판 의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SECTION 3 더 스위밍 풀 The Swimming Pool


 

아직도 기억에 많이 남는 작품이 많고, 가장 좋아하는 섹션이다. 스바르보바는 수영장의 건축과 완벽하게 직선적인 라인, 아름다운 자연광에서 영감을 받고 작업했다고 한다. 4년 동안 슬로바키아에 있는 13개 수영장에서 120개 이상의 작품을 남겼다고 하니 그녀의 대표 시리즈라고 할 수 있겠다.


빨강, 파랑, 노랑과 같은 색상은 레트로풍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단순히 과거를 만들어낸다기보다 현대적인 요소로 오래된 부분들을 보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델들의 모습은 유동적이며 다양한 포즈로 서있었다. 이는 희망, 여성의 화합, 연대의 힘을 상징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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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aign NEHERA, 2016

 

 

이 작품에서 발견되는 금지사항들이 무척 흥미롭다. ‘zakazskakat’은 다이빙 금지를 의미한다.

 

작가는 수영장과 같은 자유로운 휴식공간에도 제한이나 금지가 가득 차 있다는 사실에 매료되었다고 말한다. 사진 속에 두 여자가 마주보고 앉아있고, 붉은 수영모는 모델이 입은 옷과 푸른 물 색감과 대비되어 묘한 향수를 자아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름다운 자연광도 작품의 완성도에 기여한다고 볼 수 있겠다.

 

 

 

SECTION 4 커플 Couple


 

다양한 커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섹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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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_(50x50cm)

 

 

특히 [월 시리즈]에서는 평범한 브라티슬라바 부부인 노부부를 볼 수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앞서가서 남성을 앞으로 끌어당기는 모습에서, 전통적인 가부장적 사회를 반대하는 의미가 들어있다고 한다.


결혼에 대해 고전적이지만 가속화된 이야기를 커플의 모습으로 풀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조금은 현실적이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매우 좋았다. 가끔 작품에 자동차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슬로바키아에서는 결혼식 후에 자동차를 구입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일반적이라 한다.

 

이는 마치 결혼생활에서는 부부가 해결해야 하는 다양한 장애물을 묘사한 것 같다.

 

 

 

SECTION 5 로스트 인 더 밸리 Lost in the valley


 

스바르보바가 처음으로 미국에서 제작한 프로젝트 섹션이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촬영되었지만 사진 속 모든 의상은 슬로바키아에서 가지고 왔다는 것이다. 정통 공산주의 의상으로 미국과의 연관성을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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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2019

 


스바르보바 작품 속 사막은 녹지가 없는 깨끗하고 넓은 표면의 깔끔한 이미지를 보여준다. 건조함과 숨 막히는 산 사이의 섬세한 대조는 미니멀의 완벽함을 보여주기에 손색이 없었다. 


작품을 통해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가 아닌 환경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포괄하는 것의 일부라는 것이다. 사진의 분위기는 사색적이면서도 몽환적이다. 사막에 홀로 서있는 여인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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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er II, 2017

 


소박함, 지속가능한 삶, 다양성, 미래지향적인 삶.


스바르보바는 과거에, 현대에, 미래에, 작품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인간은 공간 없이 존재할 수 없고 공간은 인간 없이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인간은 공간의 척도 역할을 한다.

 

 

독특한 시각적 언어는 예술가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나는 내 자신의 생각, 상상, 기억을 바탕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절대적인 자유를 통해 내 것을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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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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