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리아 스바르보바, 그시절의 향수 [전시]

체코 슬로바키아의 향수
글 입력 2023.01.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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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swimming_out_대지 1.jpg

 

 

2022년 12월 8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예술의전당에서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어제의 미래> 사진전이 개최된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슬로바키아의 사진작가이며 <어제의 미래>에서는 총 174점의 사진이 전시된다.

 

전시를 보며 가장 처음 눈에 띄는 것은 사진 속 인물들이 모두 감정이 배제됐다는 점이다.

 

각진 자세, 무표정한 얼굴은 마치 살아있지 않은 인형같다. 모델의 표정, 자세, 팔의 각도, 소품, 배경, 위치 등 프레임 속 모든 요소가 작가에 의해 강력하게 통제됐다는 게 느껴진다. 그런 부분은 오히려 사진보다 그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이질감은 감상자로서 사진 속 상황에 이입하기보다는 창작자에게 이입하게 되는데, 따라서 작품의 완전한 통제에서 오히려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Stick, 2014.jpg

 

 

사진전 <어제의 미래>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향수'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체코 슬라바키아의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사진으로 표현한다. 정확히는 향수보다 레트로라는 말이 맞을 것이다. 마리아 스바르보바는 공산주의 시절을 겪은 적 없는 젊은 작가이기 때문이다.

 

요즘 한국 젊은 층 사이에서도 레트로가 큰 열풍이다. 패션, 음악, LP, 필름 등 실제로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젊은 층이 과거의 양식에 열광하고 있다.

 

작가의 겪어보지 않은 과거에 대한 향수를 표현한 작품은 이러한 레트로에 대한 열광과 동일선상에 있는것으로 보인다. 과거의 유행이 돌아올 때면 으레 현대적인 요소가 가미되듯이 그녀의 사진에도 현대적이고, 나아가 미래적인 요소가 돋보였다.

 

레트로가 보통 과거의 요소를 중첩하고 집중해 레트로를 기반으로 한 분위기나 통일성을 만들어내는 반면 마리아 스바르보바의 사진은 그녀의 레트로를 미래적으로 재해석했다.

 

문제는 대한민국에서만 살아온 나는 체코 슬로바키아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를 공감할 수 없었다. 향수를 유발하기 위한 소품이나 배경을 봐도 낯설다는 느낌이 컸다.

 

과거와 현재는 긴밀하다. 과거가 쌓여 현재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가 과거를 기반으로 했음은 물론이고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갖고있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부분이 레트로에 대한 열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소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로바키아의 레트로와 나의 레트로가 다른 것이며 나아가 복고라는 관점에서 타인의 복고는 공감할 수가 없다. 작품의 의도도 이해가 됐고 기술적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지만 정작 전시의 본 주제에 있어서 감정적 영감을 얻을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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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마음에 든 작품도 전시 주제에 부합하는 사진보다 조형적으로 아름다운 사진이었다.

 

작품은 모두 강렬한 색감을 보여준다. 높은 채도와 낮은 대비로 프레임 안의 구성들이 명확하게 보이지만 모든 게 명확해 오히려 구분이 어렵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스위밍 풀 시리즈의 대칭적이고 기하학적인 작품들이 가장 인상 깊었다. 대칭되고 반복되는 구성과 색채의 조합이 굉장히 강렬했다. 스위밍풀 섹션으로 넘어가는 부분에서는 커튼에 빔을 쏘거나 소리 연출을 하고 짧은 영상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연출은 전시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려주는 장치였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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