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형님이 되어주쇼 [만화]

콘서트장에서는 의형제를 맺는 잔 좀 집어넣어줄래?
글 입력 2023.01.14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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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문화의 한 획을 크게 그리고 있는 K-POP은 전 세계가 열광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일본과는 역사가 깊다. 2000년대 초반 '보아'가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두면서 2세대 아이돌들 또한 일본으로 출격해 좋은 성적을 보여주며 일본에 한국 대중문화의 존재감을 남기면서 입지를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월드 투어의 일환으로 일본에서 콘서트를 하기도 하고 일본 한정 앨범을 내기도 한다.

 

케이팝에 한창 관심이 많을 십 대 시절 당시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다. 케이팝보다는 제이팝을 좋아했고 제이팝보다는 서브컬쳐 삽입곡을 더 좋아했다. 그래서 케이팝을 좋아하는 국내 팬이나 외국인 팬을 봐도 그저 '우리나라 문화를 좋아해? 호오 그럴 수 있지.' 정도의 감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안다. 남이 좋아하는 걸 볼 때와 내가 직접 좋아해 보는 것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간극이 컸다. 삶의 새로운 활력이 불어넣어 들어오는 느낌이란. 여기 나와 비슷한 충격을 느낀 남자가 있다.

 

 

"어디가 좋아요?"

"존재"

 

- 야쿠자의 덕질 中

 

 

 

너에게는 소질이 있어


  

모시는 아가씨가 보여준 한국의 아이돌 'MNW' 영상을 감명 깊게 본 와시오파의 부 부두목 '카나시로 켄'. 하지만 그저 노래하는 걸로 밥벌이하는 데 열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가씨가 데려가 준 콘서트에서 'JUN'이라는 인물에게 그는 운명을 느껴버렸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마음에 심금을 울리는 노래, 그의 춤, 성품, 의리 외의 이하 생략과 같은 'JUN'의 매력에 완전히 빠져버린 야쿠자 부두목은 케이팝 빠돌이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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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미디어

 

 

켄은 아가씨의 도움을 받아 케이팝 아이돌의 팬으로써 알면 좋을 지식을 내려받아 조금씩 하지만 급진적으로 성장했다.

 

처음에는 절판 굿즈를 고액으로 거래하는 사이트를 시작으로 SNS 계정을 만들어 어느새 자신의 형님인 JUN도 아는 SNS 판에서 이름 날리는 네임드 팬이 되더니 무의식적 영업으로 자기 라이벌(일방적)에게까지 팬덤으로 끌어들여 함께 덕질을 하는 덕질메이트로 만들질 않나, 자신의 아이돌 'MNW'의 다음 활동 방향에도 영감을 주는 등 생각지도 못하게 큰 영향력을 미친다.

 

그의 JUN 사랑은 어떤 형태로 어떤 방식으로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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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씨아이 팬을 주인공으로하는 대표작 중 하나

 

 

아이돌이라는 소재는 일본 만화계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아이돌이 주인공인 만화는 워낙 유명한 시리즈가 많고 그런 아이돌을 바라보는 팬을 소재로 한 '최애가 부도칸에 가 준다면 난 죽어도 좋아'가 크게 이슈를 모으며 팬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들도 많이 등장했다.

 

그리고 아이돌과 야쿠자를 소재로 하는 '백스트리트 걸즈'도 있지만 아이돌 팬과 야쿠자를 소재를 합친 것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사랑에 직업은 없다고 하지만 이게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가능하더라. 아무래도 불법적인 일을 하는 야쿠자 아저씨가 성실하게 합법적이고도 순수하게 덕질을 하는 걸 보고 있자면 아이돌이란 존재는 정말 대단하고 켄의 깊은 팬심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정말 대단하구나.

 

 

 

내 심장을 치고 갔어요


  

아이돌을 좋아해 본 적 있는가. 그들이 주는 에너지와 활력은 내가 생각해오던 것보다 훨씬 나를 생기있게 만들어주고 있다. 그들의 자체 콘텐츠, 앨범, 화보 등을 챙겨보며 그들과 동시대에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2D에만 열중하던 내가 3D 현실 아이돌까지 좋아하게 된다니.

 

시작은 언제나 우연한 기회로 시작한다. 평범하게 심심한 날이었다. 모바일 게임은 지루했고 가챠(뽑기) 시스템에 신물이 나 휴대폰을 놓고 과제를 잡았다. 귀가 심심했고 당시 챙겨보던 애니메이션이 없어서 유튜브 영상을 틀었다.

 

당시 아이돌이나 영화가 새로 나오면 소개해주는데 재미있어서 한 번씩 챙겨보던 채널이었다. 당시 주인공은 내가 청소년 시절에 데뷔했던 꽤 연차 쌓인, 노래 가사가 예뻐 꽤 자주 들었던 아이돌 그룹이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눌렀던 것이었는데, 아뿔싸 이게 씨앗이 될 줄 이야.

 

연차가 쌓여서 그런가 멤버 간의 장난기 넘치는 모습도 보기 좋았고 말도 잘했으며 얼굴이 좋았다. 웃는 모습을 보고 '헉, 뭐야 뭔데 뭐야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부정했다. 머리로는 '나에게는 토끼 같은 종이 남친들이 있는데.'라고 하지만 손은 솔직하게도 그 그룹의 무대 영상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만나버렸다. 입덕 영상을. 그 후 내 유튜브 알고리즘은 차곡차곡 그 그룹으로 채워졌고 새로운 플레이 리스트가 생겼으며 관련 앱들과 사진들이 내 휴대폰의 저장되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케이팝 아이돌의 팬이 되었다는 사실을. 2D를 벗어나 3D에까지 손을 뻗게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얼마 가지 않아 읽게 된 책이 '야쿠자의 덕질'이었다. 켄을 보고 있자면 막 입덕했을 때의 나를 보는 것 같아서 배를 잡고 웃었다. 얻을 수 없게 된 포토 카드가 프리미엄 가격이 붙은 채로 거래되는 걸 보며 호통을 쳤고 멤버의 생일쯤 생일 카페를 돌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책 속의 켄과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면 이 책은 케이팝 팬들만 완벽하게 즐길 수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면 또 아니다.

 

 

 

좋아하는 마음이면 일단 OK지!


  

책을 읽으며 분명 켄에게 동질감을 느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아이돌 팬이라는 점에서만 동질감을 느낀 것은 아니다. 책의 설정이 중요하다. 작가는 가상의 한국 아이돌과 일본 야쿠자 팬이라는 설정을 줬다. 그리고 카나시로 켄이라는 인물을 설명하며 이전에 한국과 관련이 있다는 내용을 전혀 말해주지 않았다. 켄은 JUN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를 거의 처음 접한다는 이야기다.

 

무슨 소리냐고? 켄이 한국어 모른다는 소리다. 들리는 대로 흥얼거리지만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사, 그들의 라이브 방송, 악수회에서 그들이 하는 말을 거의 이해하지 못하지만 켄뿐만 아니라 아가씨, 그외의  CheerS(MNW 팬 네임)들은 그런데도 즐기고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내가 일본 2D작품들을 좋아할 때의 모습이었다.

 

자막이 없다면 알아들을 수 없는 애니메이션, 따로 번역 가사를 찾아보아야 하지만 멜로디가 좋아 듣는 제이팝, 알아들을 수 없지만 번역 영상이 찾아서까지 듣던 성우 라디오 영상, 정발이 기다리기 힘들어 번역기 돌리며 원서를 읽고 그것마저 화가 나서 일본어 공부를 하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어떻게든 해내던 행동력과 독기를 책에서 다시 느낄 수 있었다. 그렇다. 좋아하는 게 2D 애니메이션이든, 게임이든 케이팝 아이돌이든 제이팝 아이돌이든 무엇이 중요한가. 중요한 것은 그것을 좋아하는 마음이지.

 

책에서는 이러한 마음가짐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굳이 케이팝 아이돌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만약 좋아하는 게 없다면 이번 새해에 찾아보는 게 어떨까? 재미있을 것이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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