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김초엽 엿보기 - 글리프 6호 : 김초엽 [도서]

덕후의 눈으로 엿보는 작가 김초엽의 세계
글 입력 2023.01.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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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접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알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무작정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보는 방법이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일단 뛰어들어 보는 것이다. 한편, 또 다른 방법으로는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아갈 수도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에게도 기꺼이 설명해 줄 만큼, 그것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 말이다.


나는 두 번째 방법으로 작가 김초엽의 세계를 들여다보기로 하였다. 운이 좋게도, 나는 그가 왜 좋은지, 그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하는지 흔쾌히 설명해 줄 사람들을 [글리프] 6호에서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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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덕질 아카이빙 [글리프]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가 가진 시선을 좋아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글리프는 작가의 시선이 닿았을 모든 것을 모아 엮습니다.

그것이 작가를 정확히 읽어주는 행위 근처에나마 가닿길 바랍니다.



'비평 대신 덕질'이라는 신선한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 잡지 [글리프]는, '덕질'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을 살아온 나에게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수든, 배우든, 작가든 누군가의 '덕후'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사실 그의 삶의 방식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일 수도 있겠는데, 나는 노랫말의 내용, 연기하는 배역이나 작품의 메시지, 집필하는 작품의 방향성 등 그가 표현하는 생각과 감정의 방식에 이끌려야만 그의 다음을 구태여 찾아 나서는 편이다.

 

이번 문화초대에 응한 이유도, 잡지의 슬로건을 보고 한 사람의 작품을 꾸준히 읽는 - 일명 '덕질'하는 - 사람들이 김초엽의 어떤 면에 끌렸을지 궁금해서였다.


[글리프]는 작품 한 편이 아니라 작가 한 명에 집중하여 각 호가 발간된다. 덕분에 기대했던 대로 개별 줄거리에 대한 분석보다는 여러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핵심 메시지를 찾아볼 수 있었다.

 

 

 

김초엽을 소개합니다 : 한국 SF의 신흥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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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작가는 2017년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부문에서 두 편의 작품 <관내분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각각 대상, 가작에 당선되며 데뷔했다.

 

앞선 두 작품을 수록한 첫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출간한 이후, 단편 소설집과 장편 소설, 논픽션 등 다양한 형식의 글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으니, 오프라인 서점이든, 온라인 서점이든 각종 베스트셀러에 거론되는 김초엽 작가의 이름을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흔히 김초엽 작가의 특색으로 그가 쓰는 소설의 소재를 지목한다. 기존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SF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큰 사랑을 받았기에 이 부분이 더욱 강조되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김초엽이 창조한 공상과학의 세계에서 진짜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관에서 재현해 내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 상황에 있다고 김초엽 애호가들은 이야기한다.



독자들이 열광하는 점은 김초엽 작품 속의 과학 기술이나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SF 소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납작하게 만든 정상의 기준을 김초엽의 세계에서만큼은 다시 넓혀 놓았다는 점인 것이다.


- p.16 / 박준기, '혐오 끝의 온실, 김초엽의 소설들' 中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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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이 만들어 낸 새로운 세계에서는 정상의 범주, 즉 표준에서 벗어난 이들이 겪는 차별이 현실과 동일하게 나타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와 마찬가지로, 책 속에서 성별, 인종, 장애 면에서 비표준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고 표준에 맞출 것을 요구받는다.

 

재미있게도 소설 속 비표준 인물은 반드시 그 요구에 순응하지만은 않는다. 어려움을 겪거나, 배제의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본인을 지켜낸다.

 

단순히 SF 소설가라고만 알고 있었던 나로서는 주제가 꽤나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독자들의 해석을 읽다 보면 김초엽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그저 사람을 정상, 비정상 구분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자'라는 단순하면서도 덤덤한 말임을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시의적인 주제를 담고 있지만, 거창한 변혁을 이루어내자는 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문학이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저 담담하게 세상을 대하는 새로운 방식을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다수에게 당연한 것이 어쩌면 그렇게 당연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그렇기에 어떤 기준을 들이밀고 누군가를 평가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자고 말이다.


 

누가 무엇을 인정하고 배제시키는지 보여주면서 정상성에 대한 질문,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계속해서 던지는 셈이다. 더불어, 과학자 커뮤니티에 의해 더스트 감소를 설명하는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은 지금의 정답과 표준이 내일에는 오답과 비표준이 될 수 있음을 드러낸다.

 

- p.29 / 이정연, '김초엽의 윤리적 상상력 : 정상성 흔들기' 中

 

 

 

필요한 것은 결국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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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하게 "이제부터 나와 다른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을뿐더러, 그렇게 해야만 하는 큰 동기가 생기지도 않는다.

 

김초엽 작가는 이렇게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우리가 '굳이' 변화하게 만드는 동력이 바로 '관계'임을 이야기한다. 이미 나와 친밀한 사람이, 사회에서 이상하다고 규정하는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갈등을 하면서도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의 힘으로 우리는 힘겹게 기존의 틀을 무너뜨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구축한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임을 그제야 마음 깊이 받아들이게 된다.

 

[글리프]에는 독자는 김초엽의 소설을 읽고 떠올린 저마다의 사랑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반려견과 반려식물의 이야기부터  김초엽 작가의 소설 속에 나오는 사건에 대한 실제 연인들의 대화까지, 사랑이 세상을 바꾼 다양한 사례를 읽어볼 수 있었다.

 

 

김초엽은 누군가 변화하고자 할 때 가장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이 바로 그 개인적이고도 내밀한 '관계'에 있다고 본다. 개인적이고 내밀한 감정들을 촉발하는 관계들, 그로 인해 한 세계 속 인물은 변화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리고 이내 그 인물들은 자신이 내내 해오지 않았던 새로운 방향으로 한 걸음 성큼 나아간다.

 

- p.53 / 김다희, '세상을 구하는 변수'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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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작품을 직접 접하기 전에 이렇게 세세한 감상과 해석을 먼저 읽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잡지의 내용을 전혀 따라가지 못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 반, 김초엽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에 기대되는 마음이 반이었는데 다행히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막연히 언젠가 읽어봐야지, 생각했던 작가였는데 이제는 하루빨리 김초엽의 작품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리프] 집필진이 전달해 준 김초엽의 매력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길 소망하며, 그리고 언급되지 않은 또 다른 좋은 점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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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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