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중이 사랑한 ‘권력 폭로형’ 범죄 스릴러 드라마 [드라마/예능]

드라마 <비밀의 숲>, <괴물> 파헤치기
글 입력 2023.01.08 21:5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바야흐로 범죄 스릴러의 시대다. TV 드라마, OTT 드라마, 영화 등의 제작사가 너 나 할 것 없이 범죄 스릴러 장르의 내러티브 공식을 가진 작품들을 쉬지 않고 선보이고 있다. 이는 일명 ‘장르물’이라고도 불리며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수리남>,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처럼 누아르, 미스터리 등 여러 장르와 결합하면서 호평을 이끌어 낸 다양한 범죄 스릴러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신선한 작품들이 계속해서 방영되고 있지만, 너무나도 흔해진 장르이기에 범죄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대중의 눈이 꽤나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서사의 결말이 클리셰로 치부되는 것은 흔한 일이고, 10화가 넘는 긴 호흡의 드라마 방영 기간 내내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기대감을 선사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범죄 스릴러 드라마들 중에서도 대중의 호평을 받는 작품의 특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다가 웰메이드 장르물이라고 손꼽히는 두 작품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랐다. 바로 2017년 tvN에서 방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과 2021년 JTBC에서 방영한 드라마 <괴물>이다.


두 작품 모두 극본, 연출, 연기 방면에서 빈틈없는 삼위일체를 이뤄냈다는 평단의 호평과 함께 높은 화제성을 기록했고,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완벽한 드라마라는 찬사와 지지를 받았다. 방영이 종료된 지 수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대중의 입 위에 오르내리는 두 드라마의 공통점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4.jpg

 

 

‘은폐된 사건들의 진실로 다가가는 내부 비밀 추적극’, <비밀의 숲>. ‘만양에서 펼쳐지는 괴물 같은 두 남자의 심리 추적 스릴러’, <괴물>. 두 드라마 모두 앞의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범죄 스릴러 장르임을 자신 있게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둘의 공통점은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닌 ‘권력 폭로형’ 범죄 스릴러라는 점이다. 두 작품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권력형 범죄의 여러 사건들을 통해 드라마 수용자의 분노를 폭발적으로, 그리고 점층적으로 불러일으킨다. 


비밀의 숲은 검찰 간부들에게 공여한 뇌물을 빌미로 그들을 협박해왔던 한 사업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검경 내부 인사들이 유착된 비리로 인해 관련 없는 평범한 검사와 한 아이의 아버지가 피해자가 되는 등, 힘없는 사람들이 권력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과정 속 모든 사건들이 밀접하게 엮여 있다.

 


3.jpg

 

 

괴물은 한 연쇄 살인범의 범죄에서 시작된 이야기로, 시의원과 건설사 대표, 그리고 경찰청장까지 모두가 관여된 비리를 두 경찰이 폭로하며 전개된다. 자신들의 정치적 야망을 충족하고 원하는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살인사건의 피해자를 이용하는 괴물들의 실체를 파헤쳐 나가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준다. 


주인공들이 진실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을 보며, 시청자들은 모든 사건과 비리가 서로 촘촘히 얽혀있음에 경악하면서 권력형 범죄의 실체에 대한 끔찍함을 몸소 실감하게 됐으리라 생각한다.


동시에, 시청자들은 권력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한 현재 사회의 모습을 드라마에 이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드라마는 뇌물 수수 혐의, 권력형 성범죄 등 권력을 신뢰할 수 없게 만드는 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과, 언론, 검경, 정계가 유착돼 있는 실제 사회의 부조리함을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작품 모두 동시대성과 함께 현실의 부정의가 가져오는 갈증을 텍스트에 투영한 것이다. 검경 비리 및 권력형 범죄의 실체와 그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법의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사회에 대한 분노와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6.jpg

 

 

그런데 사실, 두 드라마의 텍스트 내에서는 권력형 비리가 완전히 없어지거나 관련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대신, 드라마의 결말 부분을 통해 불공평한 권력 남용이 계속될 것이라는 여지를 암시함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를 반영하는 재현이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로운 인물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능적으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비추면서, 대리만족의 욕구와 언젠가는 진실이 세상에 알려질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현실에서는 내부 비리가 있음에도 오랜 기간 고발되지 않는 경우가 다수이고 권력을 가진 가해자 모두가 정당한 처벌을 받는 것이 매우 어렵기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일부 진실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는 드라마의 텍스트 속 정의가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든 것이다. 


권력 폭로형 범죄 스릴러 장르이기에 어쩌면 당위적으로 전달할 수밖에 없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거대 권력이 약한 개인을 훼손하는 현실을 반영하면서도, 결국에는 일부 기득권층의 악행이 폭로되고 핵심 관계자가 처벌을 받게 되는 정의의 실현을 비춘다.

 

 

111.jpg

 

 

부조리 타파에 대한 가능성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두 드라마가 수용자들에게 공통적으로 전달하고 있는 한 가지 가치가 더 존재한다. 바로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인 유대 욕구이다.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인간의 유대 욕구와 연대의 메시지를 그린다.


비밀의 숲의 주인공인 ‘황시목’은 질병 치료의 후유증으로 감정을 잃게 되어 모든 인간관계가 해체된 고독한 검사이다. 그가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을 만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황시목은 한여진과 함께 검경 내부의 비리를 밝혀내며 분노, 슬픔 등 여러 감정을 순간적으로 다시 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사람들과 연대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표출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도록 만든다.


괴물의 주인공인 ‘한주원’ 경위는 어린 시절 부모와의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이후 결벽증 환자로 살아가게 된다.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않고, 타인이 자신에게 보이는 호기심, 분노, 호감 등의 감정에는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고독한 인물로 성장했다.


또 다른 주인공인 형사 ‘이동식’은 자신의 여동생이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고 나서 망가진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가족처럼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을 끊임없이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며 완전히 혼자가 된다.


‘정의’라는 공통된 가치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게 된 두 인물이 만나 수없는 갈등을 거치면서, 상대의 상처와 아픔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에는 서로를 유일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되는 변화와 연대의 과정을 그린다.


두 작품 모두 범죄가 해결되고 진실이 밝혀지는 장르의 플롯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은 상처와 성장하며 겪어온 고통 및 심리에도 집중하면서, 정서적 유대감의 부재로 인한 고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로한다. 외로움을 고질병처럼 앓게 된 현대 사회의 사람들에게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연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222.jpg

 

 

정리하자면 <비밀의 숲>과 <괴물>은 텍스트에 사회를 투영시킴으로써 현실 폭로에 대한 대리 만족과 카타르시스, 그리고 권력형 범죄 타파를 향한 갈증 해소를 불러일으켰다. 동시에, 인물 개개인의 심리 묘사와 성장 과정을 통해 시청자 내면의 유대 욕구와 연대라는 가치까지 이끌어냈다. 


비리의 실체에 집중하며 현실을 비판하는 사람, 범죄를 해결하고 사건을 추적해 나가는 과정 자체에 몰입하는 사람, 그리고 드라마의 인물이 겪는 내면의 상처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면서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하여금 위로를 받는 사람 등. 두 작품을 보면서 수용자의 반응 및 몰입 양상이 매우 다채로울 것이라고 확신했다.


동시대성, 현실의 부조리함, 권력형 범죄, 그리고 연대까지 다양한 가치를 동시에 그려냄으로써 몰입의 여지를 제공하고, 수용자들이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겪은 각각의 경험에 따라 주체적인 해석과 이입을 하게 되는 공간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인물들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건 및 단서들을 훌륭하게 연출했다고 생각한다. 


두 작품은 단순한 범인 잡기와 처벌에 그치지 않고, 사건에 촘촘히 얽힌 인물들의 욕망과 심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 덕분에 웰메이드 범죄 스릴러를 대표하는 드라마로 자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사회의 여러 이면과 다양한 심리를 투영할 수 있는 훌륭한 범죄 스릴러 드라마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박지연_에디터태그.jpeg

 

 

[박지연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