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라이더의 삶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1.07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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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3년 동안 배달 일을 해온 '콘스탄스 리'의 이야기이다.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부업으로 일을 시작했다가 지금은 전업으로 전향하게 되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배달 수요가 늘어나고 일거리가 많아지자 일을 바꾸게 됐다고 했다.

 

리는 전기자전거로 음식 배달을 하고 있다. 그러나 늘 도로에 나설 때 안전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차량들은 배달 자전거를 보면 비켜주지 않는 일이 대반사이기 때문에 늘 안전에 대한 걱정을 가지고 도로 위를 나선다.


식당에서 음식이 나올 때까지 한 시간 반 동안 기다린 적도 있으며, 늦는 배달 문제로 손님에게 연락이 오면 리는 늘 죄송하다고 한다. 5분 안에 재빠르게 도착하겠다며 실제로는 4분이나 소요될 정도로 빠르게 달렸다.

 

리는 여성 배달원이라는 이유로 이래서 늦는다며 무시를 당할 때도 있다. 영상에서 보이는 리는 무시당했던 경험이 몇 번 있는 건지, 이제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일은 힘들어도 시간의 유연성이라는 장점이 있기에 배달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집의 모든 것과 균형을 맞출 수 있으며 가족과의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반려동물과의 시간도 함께할 수 있는 등, 리에게는 이 일을 할 수 있는 큰 이유였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 사지가 마비되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리에게 더 무섭다. 만약 자신이 크게 다치면 가족들과 반려동물을 누가 책임지는지, 불행한 상황에 대비해 어떻게 할 건지 늘 이런 고민을 안으며 살아가고 있다.

 

팬데믹으로 인해 도시가 봉쇄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직하거나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에게 쉽게 대체할 수 있는 일거리는 배달이었다.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할 수 있었기에 진입장벽이 낮아 누구든 하기 쉬웠기 때문이었다.

 

리는 코로나 전에 일을 하기가 편했다고 말한다. 전에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도 됐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이제는 이들과 공동체로서 함께 일하고, 서로 도우는 일들이 잦아졌다.

 

배달원이 넘어지면 재빨리 달려가주는 사람이 있고 또는 타이어가 펑크 나면 누군가 배달을 대신가 주는 일이 생겼다. 이제는 배달원끼리 서로 도와주는 의식이 생긴 셈이다.

 

그러나 이런 감동스토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이 쇠약한 예순 넘은 어르신들도 배달 일을 시작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했다. 리는 이런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한다. 배달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남과 동시에 생계를 위해 뛰어드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진 현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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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배달 라이더로 일을 하는 한 남성의 이야기이다. 첫 등장은 배터리를 하나 더 대여하는 장면이었다. 핸드폰이 방전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안 되기 때문에 늘 배터리 여러 개를 대여한다. 그러나 대여료는 자신의 자비로 부담하고 있었다. 회사에서는 보험을 들어주는 것 외에 어떠한 것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배달 일을 하며 좋았던 일화를 풀어낸다. 한여름에 손님 집에 방문하면 더운 날씨에 오느라 고생했다며 음료수나 물을 주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며 웃으며 이야기를 한다.

 

배달 일하는 걸 부끄러워하는 라이더들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일을 하는 자신이 없다면 누군가는 집에서 굶는다는 생각을 가지며 일을 한다고 했다. 또한 이런 직종이 생긴 건 사회의 추세에 따른 현상이며 직업에 대한 귀천은 없다 말한다. 몇몇 사람들이 좋지 않은 편견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살아간다.

 

특히 남성은 여름 저녁 9시 넘어 일을 하는 게 좋다고 한다. 이때 일하는 라이더들이 적어 일거리가 많아지고,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 때문에 자신만의 좋아하는 시간대가 따로 있다.

 

여름에 날이 더우면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어떤 날은 학교가 정전이 되어 모두가 밀크티와 얼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으니 시원한 음료라도 마시면 살 거 같다며 배달원의 빠른 도착을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다고 했었다.

 

이처럼 자신의 배달 일화를 풀어내는 남성을 보며, 자신은 어떤 역할을 하며 누군가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다큐멘터리의 등장한 두 사람에게 일을 언제까지 할 건지 공통적인 질문을 했다. 리는 5년 정도 예상했고, 남성은 3년 뒤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배달 일은 계속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자신의 사업을 이룰 때까지 할 것이고 또는 다른 일을 배우며 돈을 벌겠다고 한다.

 

마음 한편에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보다 먼저 챙겨야 할 사람들이 곁에 존재하기에 이들을 책임지기 위해 일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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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게 된 후, 배달 일을 하는데 진입장벽이 낮아졌다고 생각했다. 흔히 남성부터 시작해서 여성 배달원들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시작하게 된 사람들이 종종 보인다. 다양한 노동자들의 등장으로 이들을 안전하게 보장해 줄 수 있는 제도 또한 여러 경우 것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에서는 7개 도시에서 산재보험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좋은 결과가 나올 경우 모두에게 시행한다고 했다. 또한 라이더들의 의무적인 휴식시간까지 확보하겠다는 긍정적인 내용이 담긴 글을 봤다. 이처럼 노동자들에게 더 나은 처우를 제공한다면, 음식을 받는 손님들에게도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된다고 본다.

 

배달 앱을 통해 주문하고 받는 행위는 편리함을 넘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어떤 메뉴를 선택하며 빠른 전달을 받는 것까지 생각하고만 살았는데 이들의 수고스러움을 생각 해보는 계기가 됐다. 음식에 대한 마음과 오는 과정까지의 고됨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은 라이더의 여정을 영상을 통해 보며, 이들이 어떤 풍경과 소리를 들으며 어떤 감각을 접하는지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늘 메뉴를 보며 무엇을 섭취할 것인지 큰 관심사이지만, 음식이 나에게 오는 과정은 결코 단순하지는 않다는 걸 알려주었다.


<라이더스>는 다큐멘터리 OTT 'VoDA'에서 무료로 시청이 가능하다. 2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는지 깊이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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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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