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水)면 아래, 그리고 욕망 [영화]

영화 <워터 릴리스>
글 입력 2023.01.07 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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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릴리스 포스터.jpg

 

 

 

Water lilies, 수련


 

수련은 물 위에서 피는 꽃이다. 물 아래에서 줄기들이 엉키고 자라나야 수면 위의 꽃을 볼 수 있다.

 

마리는 싱크로나이즈 선수인 플로리안의 물 위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마리는 무작정 플로리안에게 수영장에 들어가게 해주면 원하는 걸 준다고 말한다. 그들의 거래가 시작한다.


싱크로나이즈 선수를 구경하는 마리에게 플로리안은 이렇게 말한다.

 

“물 속이 더 잘 보여”

 

마리는 물 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다리를 바라본다. 물위에 떠있기 위해, 아름다운 꽃으로 보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수면 아래의 세계가 존재한다.

 

 

워터릴리스 침대.jpg
마리와 플로리안 (출처 : 네이버 영화)

 

 

 

마리, 자신의 욕망(동성애)을 마주하는 사람


 

마리는 플로리안과 안나와 다르게 이성애의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자신의 욕망, 동성애를 누구보다 일찍 깨달았다.

 

처음의 약속처럼 마리와 플로리안은 일종의 계약관계다. 마리는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원하는 걸 해준다. 사촌이라고 속이고, 남자로부터 구하고 거짓 친구 노릇을 자처한다. (도대체 마리는 플로리안에게 몇 번의 거절과 이용을 당해야..,)

 

마침내 마리가 처음으로 플로리안에게 거절을 했을 때, 플로리안은 마리를 잡는다. 마리는 이용당해도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받는 상처를 감수할 용기가 있다.

 

 

워터릴리스 마리 안나.jpg
마리와 안나 (출처 : 네이버 영화)

 

 


플로리안과 안나, 가짜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


 

반면, 플로리안과 안나는 이성애의 세계에 편입하기 위해 애쓴다. 플로리안은 남자와의 관계를 ‘하고 싶어’가 아니라 ‘해야 해’라고 말한다.

 

안나는 자신의 몸을 본 프랑수아와 키스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욕망을 바라보기보다 타인의 욕망에 충족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플로리안은 자신이 첫경험이라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고, 프랑수아는 눈에 띄기 위해 춤을 춘다.

 

두 사람에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플로리안은 이성애 세계에서 환상적인 상대이고 안나는 피하고 싶은 상대다. 플로리안은 눈에 띄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남자가 찾아오지만, 안나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두 여성이 똑같은 욕망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욕망은 사회로부터 주입되어 당연한 남자와 사랑이다.

 

욕망을 의심해본 적이 있을까?

 

 

워터 릴리스 물 속.jpg
영화 <워터릴리스> 싱크로나이즈 선수들

 

 

마지막 장면, 마리와 안나는 수영장에 수련 꽃처럼 누워 떠있다.

 

마리는 플로리안과 키스를 하고, 안나는 프랑수아에게 키스 대신 침을 뱉은 후다. 마리는 자신의 진짜 욕망을 실현하고, 안나는 자신의 가짜 욕망을 이용했다.

 

그들은 수면 아래로 다리를 애써 흔들지 않고, 수면 위에서 유유자적 팔과 다리를 힘을 빼고 자유롭게 몸을 흔든다.

 

 

[강현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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