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타인과 함께 세계와 하나 되기 - teamLab Planets TOKYO [전시]

글 입력 2023.01.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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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를 몰입하여 세계와 하나가 되기를 도전한 전시가 있다. 도쿄 오다이바의 “teamLab Planets TOKYO”이다.

 

전시는 관객들의 전신을 에워싸는 듯한(Body Immersive) 거대한 작품 속에 몸을 던져 신체와 작품의 경계를 허물게 한다. 이를 통해 관객과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연속성을 가진 것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우리들과 세계와의 경계 없는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team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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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컬렉티브로 2001년 국제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집단적 창조를 통해 아트,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자연의 교차점을 모색하는 학제적 그룹으로, 아티스트,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CG 애니메이터, 수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teamLab은 아트를 통해 인간과 자연, 자신과 세계와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세상을 분리하여 그것들을 경계를 갖는 각각의 독립체로 인식한다.

 

teamLab은 우리가 인식하는 그 세계, 그리고 자신과 세상 사이에 그어진 경계, 시간의 연속성에 대한 인지의 경계 등을 뛰어넘는 법을 모색하고 있다. 모든 것은 기나긴 세월의, 경계 없는 생명의 연속선상에 가까스로, 그리고 기적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언덕 위의 빛의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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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는 거대한 4개의 작품 공간과 2개의 정원으로 구성된 ‘물에 들어가는 뮤지엄과, 꽃과 하나가 되는 정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시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모든 관객은 신발을 벗고 맨발로 입장한다. 가장 먼저 보게 될 공간은 <언덕 위의 빛의 폭포>이다. 거대한 인공 폭포는 들어가자마자 우리를 압도한다.

 

이는 시코쿠 지방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자연의 실제 폭포를 이용한 작품 ‘빛의 폭포-시코쿠의 깊은 산속(2016-2017)’을 원형으로 한 작품으로, 오직 폭포에만 빛을 비추어 반짝이는 입자들이 쏟아내려 빛의 입자로 만들어진 폭포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반짝이는 빛들이 주위를 밝힌다.

 

우리는 그 폭포에 발을 적시며 공간을 느낀다.

 

 

 

소프트 블랙홀 – 당신의 신체가 곧 공간이며, 공간은 곧 타인의 신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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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가 끝나고 젖은 발을 닦으면 블랙홀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 공간을 건너려면 발이 가라앉는다. 검고 푹신한 바닥에 우리는 속절없이 넘어져 버리고 만다.

 

우스운 꼴이 되기 쉽지만, 모두가 무너지니 웃기지도 않는다. 공간은 신체의 무게에 영향을 받아 변화한다. 사람들의 신체도 변화하는 공간에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사람들은 공간을 통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딱딱한 평면에 둘러싸인 현대 도시 생활은, 신체를 의식하지 않아도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에 우리가 가진 신체를 자각하지 못한다. 본래 자연의 숲에는 평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작품은 평소에 잊고 사는 우리의 신체를 강하게 자각시켜, 우리가 신체 그 자체임을 다시 일깨운다.

 

 

 

The Infinite Crystal Unive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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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 기법에 점의 집합으로 회화를 표현하는 점묘법이 있다면, 이 작품은 광점들의 집합으로 입체물을 구축하고 있다. 본 작품은 빛으로 구축된 입체물의 집합체에 의해 표현된 우주 공간이 전 방위로 무한히 펼쳐지는 인터랙티브 작품이다.

 

관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우주의 구성요소를 직접 넣으며 공간을 만들어간다. 사람들이 불러낸 각각의 세계는 서로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사람들의 존재도 이들에게 영향을 준다.

 

사람들에 의해 시시각각으로 만들어짐으로써 영원히 변화를 계속하면서 아름다운 크리스털 우주에 압도된다.

 

 

 

사람과 함께 춤추는 잉어가 그리는 수면 위의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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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갑작스레 무릎 아래까지 오는 물의 공간에 마주한다. 무한히 펼쳐지는 수면 위로 잉어가 헤엄치고 있다. 사람들은 물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천장에서 비추는 빛의 잉어는 수면 위에 그려진다. 잉어는 물속을 걷는 사람들의 존재와 다른 잉어에게 영향을 받으며 헤엄친다. 또한 잉어는 사람들과 부딪히면 꽃이 되어 흩어진다. 한 해에 걸쳐 피어나는 꽃들은, 계절과 함께 변해간다.

 

사람들의 존재에 영향을 받으며 헤엄치는 잉어의 궤적을 따라 선이 그려진다. 이 공간은 미리 만들어진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그려진다.

 

이전의 상태를 복제하는 것이 아닌, 감상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으며 계속해서 변화한다. 지금 우리가 마주할 찰나의 순간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다.

 

 

 

수면에 비친 불티의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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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은, 검고 절대적인 존재에 따라 모양이 변화해간다. 불꽃은 물질이 아니며 연소라고 불리는 화학적 반응, 빛과 열 현상에 대한 우리의 감각적인 경험이다. 사람들은 감각적인 경험인 불을 하나의 물체처럼 인식하고 때로는 이를 통해 생명을 느낀다.

 

우리는 불티의 우주를 마주하면서 따스한 빛을 바라보게 된다. 연소하는 기체의 분자 운동을 통해 공간의 선을 그린다. 그리고 그 선의 집합으로 불꽃이 그려진다.

 

이 선들의 집합을 teamLab이 고찰하는 초주관적 공간을 통해 평면화하여 불꽃을 그려내고 있다.

 

 

 

의사를 갖고 변모하는 공간, 퍼져나가는 입체적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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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공간은 자유롭게 부유하는 빛의 구체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은 구체 사이를 비집고 공간으로 들어간다.

 

구체 사이를 헤집거나 두들겨 충격을 주면, 색이 변화하며 색이 가진 고유의 음색이 울려 퍼진다. 이 색깔과 소리는 근처에 있던 구체들에게 방사형으로 점차 퍼져나간다. 색이 변화하는 동안, 공간은 구체들의 집합에 의한 ‘입체’와 색의 ‘평면’ 사이를 오고 간다.

 

구체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제각기 다른 곳에 있어도 전체적인 공간으로써의 빛의 움직임은 유지된다. 그 때문에 집단적으로 움직이는 빛들은 ‘하나의 입체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본 작품에서는 충격을 준 구체를 중심으로 구형을 그리며 빛이 퍼져나간다. 또한 입체적 존재의 구성요소인 각각의 구체들은 물리적인 위치가 자유롭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입체적 존재로 인식하며 구체 사이를 헤집고 그 입체적 존재 속으로 들어간다.

 

떠다니는 공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진 공간의 모습은 사람들의 움직임(밀거나 부딪히는 등)에 의해 변화한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 고밀도로 모이거나 일제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등, 공간 자체의 모습을 변화시킨다.

 

구체는 빛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모호한 아홉 가지 색(물빛, 수초 사이로 비쳐 드는 햇빛, 매실, 꽃창포, 해 질 녘 하늘, 아침 하늘, 아침노을, 복숭아 열매, 봄 단풍)과 공간을 평면화하는 세 가지 색 (파랑, 빨강, 초록)을 합친 총 열두 가지 색으로 변화한다.

 

 

 

Floating in the Falling Universe of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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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의 꽃들이 시간과 함께 변화하며 피고 지는 ‘생명의 우주’가 공간 속에 펼쳐진다. 누워서 혹은 앉아서 가만히 머물다 보면, 신체는 머지않아 부유를 시작해 이 세계와 하나가 되어 마치 우주 아래 꽃에 파묻히는 기분이 든다.

 

흥미로운 건, 이 공간에서의 영상은 미리 만들어진 영상이 재생되는 것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그려진다. 꽃은 태어나 성장하고, 꽃봉오리가 되어 꽃을 피우고, 이윽고 꽃이 지면 마르고 죽어간다. 즉, 꽃은 탄생과 죽음을 영원히 이어 나간다.

 

우리는 한 꽃의 탄생과 죽음을 두 번 다시 볼 수 없으며 계속 새로운 꽃들의 우주를 마주한다.

 

 

 

이끼 정원 속 공명하는 소우주: 고체화된 라이트 컬러, Sunrise and Sun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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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끝나면 기묘한 정원을 보게 된다.

 

낮과 일몰 후 모습이 변화하는 계란형 물체가 놓여 있는 이끼의 정원이다. 일출과 함께 물체는 주위의 세계를 담아내기 시작한다. 사람들이 밀거나 바람이 불어 넘어지면 소리를 내며 일어선다. 주위의 물체도 점차 공명하여 같은 소리를 내며 퍼져나간다.

 

작품 공간은 불어오는 바람이나 비,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받으며 모습을 바꾸어 가며 환경과 사람들을 작품의 일부로 만들어 간다. 이를 통해 작품과 사람과 환경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경계 없이 연속하게 된다.

 

 

 

Floating Flower Garden: 꽃과 나와 하나의 뿌리, 정원은 나와 하나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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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화려한 꽃들에 휩싸인 정원이다. 입체적으로 가득 차 있는 꽃들의 덩어리이며 동시의 정원이다.

 

이 공간은 사람들이 꽃들 속에 파묻혀 정원과 하나가 되는 곳이다. 사람들이 꽃을 계속해서 바라보면, 꽃 또한 사람을 보기 시작한다. 그 순간, 사람은 꽃과 하나가 되고 비로소 처음으로 꽃을 바라보게 된다.

 

벽과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마치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이 꽃인 기분이 들어 마치 나를 이루는 모든 존재가 꽃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몸 전체로 몰입하여 타인과 함께 세계와 하나가 되기를 추구한 전시의 목적처럼, 그 공간을 함께 한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된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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