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겨울과 제법 잘 어울리는 따뜻한 재즈의 향연 [음악]

더바인홀, 윈터재즈데이즈 - '박라온 트리오'
글 입력 2023.01.05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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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하로 재즈의 계절이다.

 

피곤한 일상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조금 쌀쌀하다. 거리는 연말연시 분위기로 가득한데 그 속에서 나만 행복하지 않은 기분이 들어 마음이 조금 뒤숭숭하다. 그럴 땐 한 자락의 재즈 선율만한 위로가 없다.

 

지난 12월 16일에는 그런 추운 몸과 마음을 달래줄 재즈 공연이 마련되었다. 전주 삼천동 소재 공연장 더 바인홀에서 ‘박라온 트리오’를 초청하여 토크 콘서트를 연 것. 그 따스한 위로의 현장을 들여다 보았다.

 

박라온 씨는 2009년 첫 정규앨범 을 한국과 일본에서 동시발매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보컬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서울솔리스트재즈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과 <팔도유림> 등의 앨범에 참여했다.


지금이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재즈 싱어로 이름을 알리고 있지만 데뷔 전 그는 그저 평범한 대학생이었다. 그가 처음 노래를 시작한 건 대학교 4학년. 당시 조경을 전공하던 그는 졸업 작품을 끝마치고 지금 아니면 평생 음악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딱 5년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예향이라고 불리는 남원에서 태어났지만 소리를 하진 않았고요. 어린 시절엔 그냥 평범했습니다. 솔직히 노래를 업으로 삼게될 거라곤 꿈에도 몰랐고요. 음악을 하기로 결정한 계기는 딱 하나였어요. ‘지금 안 해도 언젠가는 꼭 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 뿐이었어요. 그 후로 5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만두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뒤를 돌아보니 제가 재즈보컬이 되어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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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보컬은 비전형적이다. 일반적으로 ‘여자 재즈 보컬’하면 떠오르는 힘있고 허스키한 목소리에 성량이 좋은 스타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가녀린 미성과 얌전한 몸짓과 표정이 마치 우아한 집 고양이를 닮았다. 그래서인지 재즈 뿐만아니라 다른 장르들에서도 사랑받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는 왜 하필이면 재즈를 선택했을까? 박라온 씨는 그저 재즈가 좋았다고 대답했다.


 
“사실 제가 재즈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주위에선 전부 말렸어요. 지금은 그래도 미성으로 노래하는 싱어들이 조금 있는데, 그때는 정말 전무했거든요. 그런데 하고 싶은 걸 어떻게 하겠어요. 그래서인지 조금 특이하게도 영향을 받은 뮤지션도 없어요. ‘이 사람은 이 부분이 참 좋구나’하고 생각만 하지 정말 닮고 싶다고 생각한 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는 데뷔 후 발매한 많은 앨범들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것으로 2018년에 발매한 '오늘(Oneul)'의 1집을 꼽았다. '오늘'은 박 라온 씨가 기타리스트 안강호 씨, 베이시스트 송미호 씨와 함께 만든 팀이다.

 

안강호 씨는 임재범, 윤종신, 소향 등의 가수세션을 맡았으며, ‘나는 가수다’, ‘불후의 명곡’등의 방송세션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송미호 씨는 버클리 음대와 펄체이스 뉴욕주립대학원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한국 1세대 여성 베이시스트로서 이름을 알렸다.

 

 

 

 

앨범 ‘STAR’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실력이 뛰어난 연주자들이 모였기 때문이 아니다. ‘STAR’에 수록된 전곡이 멤버들의 손을 거쳤기 때문이다.

 

전부 자작곡으로 구성되었으며, 그 중에는 한국어 가사로만 이루어진 곡들도 있었다. 박라온 씨는 앨범의 수록곡들을 부를 때마다 ‘한국어로 노래를 하기 위해서 이 일을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래서인지 공연의 마지막은 그 곡들로 마무리 되었다.

 

재즈에 어떻게 입문하면 좋을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재즈도 하나의 언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재즈라는 언어를 알지 못하면 소통하기가 힘들어요. 천천히 빠져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연주자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듣고싶다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기고, 말을 하고 싶어지거든요. 어른들이 ‘얼쑤!’하는 것처럼요. 편하게 즐기시면서 재즈의 언어를 조금씩 익혀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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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행사의 기획과 진행은 김주환 재즈 싱어가 맡았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그는 ‘한국의 토니베넷’이라 불리우며 전국적으로 유명하다.

 

앨범 2015년에는 ‘Tranquility’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재즈음반 부문 후보로, 지난해에는 ‘MY FUNNY VALENTINE’이 최우수 재즈-보컬 음반부문 후보로 선정되었다. 김성대 대중음악평론가는 가장 최근 발매한 10집을 듣고 다음과 같이 평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겠다. 앨범 'Candy'는 똑같이 불러야 가치를 갖는 '히든싱어'보단 원곡의 가치를 존중하며 다른 편곡을 지향하는 '복면가왕' 쪽에 좀 더 가깝다고. 원곡보다 느린 템포로 원곡보다 긴 호흡을 전주에 새긴 'Too Marvelous For Words'가 대표하듯 그런 김주환의 세심한 프로듀싱엔 때문에 사랑스러운 스릴로 한가득이다. 마치 흑백 영화의 거친 화질을 4K 해상도로 즐기는 기분이랄까.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예정했던 봄 대신 이 좋은 만추에 발매한 건 또한 얼마나 다행스러운 우연인지. 냇 킹 콜과 재즈는 발아하는 봄보단 익어가는 가을에 훨씬 더 어울리지 않는가.” - 마이데일리 2022.11.10 기사
 


더바인홀은 그런 김주환 싱어가 고향인 전주에 내려와 자신이 어릴적부터 그리던 꿈의 공간을 재현한 곳이다. 지난 해 김주환 대표는 이곳에서 의미있는 활동들을 많이 진행했다.

 

특히 재즈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음악가들을 소개한 후 재즈 연주자들을 초청하여 관련 음악을 들어보는 행사인 ‘전주미니재즈페스티벌’은 행사기간 동안 30회의 공연이 진행된 이례적인 규모였다. 재즈에 대한 김주환 싱어의 ‘꺾이지 않는 마음’이 돋보이는 행보다.

 

이런 더바인홀은 오는 2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에멧 코헨 트리오의 첫 내한공연’과 ‘유키 후타미 트리오 with 김주환’이 그것. 국내에서는 볼 기회가 드문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신청 문의는 카카오톡 채널 <더바인홀>에서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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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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