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울음의 음악이 지닐 수 있는 광활한 흔적.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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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송이, Vinicius Gomes - Home(Greenleaf Music, 2022)
울음의 음악이 지닐 수 있는 광활한 흔적
전송이와 기타리스트 비니시우스 고메즈의 듀오 앨범이다. 도니 맥카슬린, 린다 메이 한 오의 앨범을 발매한 레이블 그린리프 뮤직에서 두 아티스트가 발매한 첫 번째 앨범이기도 하다.
전송이의 보컬은 진작 자유라는 형식에 눈을 떴고 이제는 그 자유로움을 기반으로 보다 촘촘하게 곡의 서사와 어우러진다. 전반적으로 고메즈의 기타는 사색적이고 차분하다. 또한 힘을 빼고 일관된 관조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의 연주는 전송이가 보다 자유롭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악의 에너지가 과도하면 보컬이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로 곡을 소화해야 하기 때문에 세부가 뭉개지기 쉽고, 기악의 에너지가 약하면 보컬이 그 위에 발을 디디기 무른 땅이 돼버린다. 고메즈의 연주는 그런 의미에서 가뿐하면서도 충분히 단단한 연주를 선보인다.
고메즈가 작곡한 ‘Flow’에서 기타 선율은 절제되어 있는데, 고메즈는 화성적 층위를 덜어낸 채로 현을 튕기면서 전송이의 목소리와 함께 공명한다. 그들이 같은 음계를 소리 낼 때 전송이는 관악의 울림에 가까워짐과 동시에 두 대의 현악기가 되어 나란히 근음을 연주하는 것처럼 들린다.
전송이의 목소리는 어디에 위치해도 그곳을 응당 있어야 할 자리로 바꿔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사를 통해 곡의 정서와 호흡을 전달하는 ‘A Timeless Place’(‘The Peacocks’라는 제목으로도 불린다.)는 그에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이미 자기 팔레트를 가지고 있는 화가에게 필요한 건 캔버스뿐인 것처럼 말이다.
위의 곡에 앞선 트랙인 ‘A Lonesome Place’는 전사全史를 제공해 주는 듯하다. 전송이가 직접 작곡한 곡의 상상력이 앨범을 관통하는 연속성을 지니게 한 것은 섬세한 구성의 몫이기도 하다.
전송이에게서 음악에 대한 본질적인 실마리를 떠올리게 되는 건 비약일까. 음악의 기원에 대한 여러 가설 중 그것이 동물의 울음소리에 대한 모방이라는 주장이 있다. 우리는 대다수 동물의 울음소리를 메시지가 아닌 울음 그 자체로 인지한다. 모국어가 동물의 울음소리가 아닌 이상 우리는 그걸 해석하기 이전에 소리 그 자체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최초의 악기인 ‘목소리’ 역시 울음에 가까운 것이 될 수 있겠다.
최초의 음악이 지녔을, 인지와 이해를 초월한 자유로운 울음과 목소리. 이런 점에서 미루어 볼 때, 전송이의 이번 앨범은 소통을 뜻하는 음악과 다른 지평에 선 울음의 음악이 가질 수 있는 광활한 흔적처럼 느껴진다.
앨범 제목인 ‘집’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깊은 곳을 가리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원용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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