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대에 현존하는 미니멀리즘의 빛 [미술/전시]

Dan Flavin <1963년 5월 25일의 사선>
글 입력 2023.01.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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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리즘은 러시아 구축주의의 영향을 받아 1960년대 초반부터 다양한 실험을 시작했다. 미니멀리즘 예술가들은 작가가 의도를 가지고 중심부와 주변부를 나누어 구성적인 회화를 제작하는 것에 반대했다.

 

특히 그린버그의 모더니즘에 따라 매체 특정성과 순수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회화를 가장 우수한 장르로 여기고 조각 또한 회화를 모방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발했다. 회화적이라고 해서 모더니즘 조각을 비판했던 미니멀리스트는 동일한 모듈의 사용과 반복적인 붓질로 구성을 무의미하게 만든 프랭크 스텔라를 자신들의 모델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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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S, NY and DACS, London 2022

 

 

프랭크 스텔라는 그린버그의 회화적 평면성과 캔버스의 물리적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모더니스트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미니멀리스트에게 회화적 성격을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텔라의 “당신이 보는 것이 당신이 보는 것이다.”라는 말은 그림의 배후에 어떤 개념이나 이념이 있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시각을 회화의 본질이자 내용이 된다는 뜻으로 미니멀리즘의 토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산업적 재료를 선택하고 제작과정을 공개하며 건축적 장소화를 선언했던 타틀린의 구축물과 뒤샹의 레디메이드를 결합하여 미니멀리즘의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동일한 단위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의도가 작품의 의미를 보증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작품과 관람자가 맺는 공간에서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 미니멀리즘의 이념과 맞물린다. 이에 따른 작가의 축출은 제작 방식을 탈개성화한다.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없애기 위한 수단으로 ‘그 사물, 그 형태’의 단일성을 심화시키는데 어떠한 의도도 게슈탈트 뒤에 없다. 동일한 모듈의 반복으로 원본이 상실된 레디메이드를 극한까지 실험한 이들은 철저히 탈물신적 물질화를 이루었다.

 

하나 다음에 또 하나의 구조가 오는 형태는 구성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레디메이드의 시뮬라크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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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ephen Flavin / Artists Rights Society(ARS), 뉴욕

 

 

덴 플래빈의 <1963년 5월 25일의 사선>은 이러한 미니멀리즘의 담론을 단 하나의 형광등 설치를 통해 드러내었다는 점에서 인상깊다.

 

특히 도널드 저드의 “삼차원은 실재 공간이다. 그것은 환영주의와 즉물적 공간의 문제, 즉 회화적 흔적과 색으로 된 공간의 문제를 제거한다.”라는 말에 대한 적절한 예시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다.

 

레디메이드를 사용하여 벽면에 사선으로 붙인 작품은 회화적인 평면성을 가지지도, 조각의 특수한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는다. (캔버스의 네모난 틀도 조각의 좌대도 없기 때문이다) 작품에 사용된 레디메이드의 물질성만 두드러지며 그 지지체인 형광등만 보여줄 뿐이다.

 

그러나 형광등은 레디메이드로써 예술 작품의 아우라를 포함하지 않는다. 다만 형광등의 빛이, 그 비물질적인 새로운 소재가 공간으로 확장되어 나타난다.

 

이에 회화와 조각을 넘어 공간까지 점유한 빛은 3차원의 실재 공간을 그대로 투영하여 이전의 문제를 제거하고 장르특정적이지 않은 면모를 보여준다.


 

[문지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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