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삶의 영화들 [영화]

‘인생’을 이야기하는 영화들
글 입력 2022.12.3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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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지나간다. 나이가 먹을수록 연말에 감흥이 없어진다는 사실은 슬픈 일이다. 일상이 단조로워진다기 보다는,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크게 반응하지 않는 방법을 배워간다. 몇 년 전이라면 화를 내고 열을 냈을 일에 대충 무감각하게 한숨 한 번 쉬고 넘기는 방법을 알아간다.


캐롤이라던가 길거리의 트리 같은 연말 분위기에는 무감각해질지 몰라도, 한 해가 끝나고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은 묘한 씁쓸함과 작은 기대감을 불러일으킨다. 지나간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일은 우리 삶에 꼭 필요하다. 반복되는 일상이라지만 내년은 올해와 조금 다를것이라는 기대가 일상을 살아가게 할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연말, 우리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 2016, 케네스 로너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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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묵묵히 살아가는 삶에 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삶을 아주 현실적으로, 그리고 아주 따뜻하게 다룬다.

 

영화의 주인공 ‘’는 부인과 이혼하고 혼자 살아가는 중년의 남자로, 매사 무뚝뚝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평소 심장병을 앓고 있던 형이 그나마 ‘리’에게 따뜻함을 나누어주는 사람이었는데, 어느날 형마저 세상을 떠나고 ‘리’는 형의 아들인 조카 ‘패트릭’의 후견인이 되어 패트릭과 함께 지내게 된다.


인간은 살면서 여러 일을 겪는다. 어떤 일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지만, 어떤 일들은 우리가 평생 마음에 지고 가야 하는 짐이 되기도 한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와 후회를 남기는 일들도 생긴다. 영화 속 ‘리’와 ‘패트릭’도, ‘리’의 전 부인도 여느 사람들과 다르지 않게 시간이 남긴 상처들을 품고 살아간다.


몇몇 영화에서 그러듯이, 어떠한 극적인 계기로 묵은 상처와 후회들이 치유되고 삶이 행복한 정상궤도를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그저 기억을 묵묵히 안고 살아갈 뿐이다.

 

눌러 놓고 살았던 감정과 기억이 때로는 북받쳐오르기도 하지만, 울어낸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우리는 그저 감정을 가진 채로 살아갈 뿐이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슬픔을 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서 경찰관의 총으로 자살하려 했던 리와, 냉동 치킨을 보고 돌아가신 아빠가 생각나 울음을 터뜨리는 패트릭, 길에서 오랜만에 만난 전남편에게 미안함과 원망 같은 복잡한 감정이 들어 눈물이 터진 리의 전 부인처럼 –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애써 잊고 살았던 것들 것 다시 우리를 툭 건드린다.

 

몇 번 흔들리고 다시 걸어가면 되는 것이 인생이리라.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영화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리를 위로한다.

 



보이후드

/ 2014, 리처드 링클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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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하기 위해 이동진 평론가의 한줄평을 빌려온다. 영화 ‘보이후드’는 “그때 그 아이는 어떻게 내가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보이후드’는 정말 말 그대로 한 소년의 탄생부터 성인으로써의 성장까지를 스크린 안에 담아낸다.

 

실제로 같은 배우들로 1년에 사흘씩, 총 12년을 촬영해 완성된 영화다. 영화 속 소년이 성장하는 12년의 시간 동안 실제로 배우와 감독도 나이를 먹은 것이다. 그래서 ‘보이후드’는 정말 인간의 삶과 성장 그 자체를 보여준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날들이 모여 한 사람을 만든다.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성장과 시간을 가장 잘 다루는 감독이다. ‘멍하고 혼돈스러운’ 부터 비포 트릴로지, 그리고 ‘보이후드’까지. 리처드 링클레이터는 시간에 따른 인간의 성장과, 동시에 우리를 구성하는 그 어떠한 순간들의 향수를 현실적이고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포착해낸다.


나이가 한살씩 먹어갈수록 어느 순간부턴가 ‘나이가 든다’라는 사실이 달갑지 않아지는 순간이 온다.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영화들은 나이 든다는 것, 늙어가는 것이 그렇게 싫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해 준다. 그의 영화들은 다가올 시간을 기다리게 만드는 매력을 가졌다.

 

매 순간 우리는 성장한다. ‘보이후드’속 대사처럼, 우리가 시간을 잡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우리를 잡는 것이다. 마법사와도 같은 시간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를 조금씩 성장시키고 변화시켜왔다. 지난 한 해의 무료했던 순간들도 분명 우리의 어느 구석인가에 벽돌이 되고 지지대가 되었으리라.

 

그러니 다가오는 한 해도 조금은 기쁜 마음으로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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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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