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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마당 딸린 집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 적당한 자연의 소음과 선선한 바람, 따사로운 햇볕 아래. 마당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음료를 마시며 책을 읽는 그런 여유로운 삶.

 

언젠가 막연하게 꿈꿨던 전원생활이었다. 누구나 이런 생활을 한 번쯤 상상해 보지 않는가. 지금도 나는 친구들과 외곽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먼 미래를 상상하곤 한다. 나이가 들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살고 싶지만 외로울 수 있으니 다 같이 전원생활을 하며 집성촌을 이뤄 생활하는 그런 미래. 물론 실제로 일어날 일은 희박하겠지만, 이런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떠올리며 상상을 했다.

 

그러나 이 생각엔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 전원생활에 대해 낭만적이고 좋은 부분을 보고 상상할 뿐, 그 이면은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멋진 귀농을 꿈꾸지만, 귀농이 오히려 더욱 부지런해야 하고 우리가 알 수 없는 힘든 부분이 많아서 다시 도시로 오게 된다는 그런 느낌이랄까.

 

이런 나에게 책 <집이라는 모험>은 전원생활의 실제 모습을 가감 없이 알려줬다. 내가 꿈꾸는 것은 정말 상상 속에서 가능하다는 것이라는 걸 깨우치게 하는 느낌이었다. 결코 ‘그러한 낭만은 없으니 꿈꾸지 마!’가 아니다. ‘이러한 낭만을 얻기 위해서는 이러한 불편함을 견뎌야 한다는 것’.

 

분명 아름답고 행복하고 좋은 삶은 존재하겠지만, 모든 인생사가 그렇듯 늘 좋을 수는 없으니까. 약간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난 주택 생활에 대한 미래를 이 책과 함께 다시 그려보게 됐고, 이에 더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태도에 대해서까지도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자연 속에서 살고 그 안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싶어서 이곳에 왔다.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몸과 마음을 열심히 움직이며 살 수 있는 집이다. 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이런 삶은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뛰어들어서 내 이야기로 만들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우리 가족은 우리의 이야기를 살아간다. 힘들어도 지루할 틈 없는 집에서 날마다 모험을 누리며 살고 있다. (64쪽)

 

 

“일거리는 넘치지만 자연도 넘친다. 그거면 충분하다.” 개인적으로 위 문단 중 이 문장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잘 나타낸 것 같다.

 

그리고 저 문장은 이 책이 마음에 들었던 큰 이유기도 하다. ‘너가 원하는 낭만을 위해서,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에서도 불편함을 있을 수 있으니 견뎌야 해. 근데 그걸 견디면 정말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알게 될 거야.’라는 느낌으로 얘기를 풀어냈다. 불편한 점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단점들을 숨김없이 콕 집어 얘기한다. 그러면서도 그녀가 꿈꿨던 전원생활의 낭만도 함께 전달한다.

 

책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저자의 전원생활은 모험이었다. 집을 바꾸자 삶이 바뀌고, 그렇게 그녀와 그녀의 가족들은 긴 모험과 같은 시간들을 보낸다. 12년간의 일상이자 모험은 그녀를 어떠한 길로 인도했으며, 삶의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정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건 아마 불편함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성장한 것이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런 창틀 탓에 겨울엔 몹시 춥고 여름엔 더운 데다 폭우 땐 비 단속할 일이 많지만 그래도 좋다. 겨울엔 집이 춥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창을 모두 두꺼운 비닐로 막으면 훨씬 따뜻하다고 권한다. 하지만 내리는 눈과 몰아치는 겨울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버티고 선 굳센 나무들과 마당을 오가는 길냥이들이며 새들, 멀리 반짝이는 저수지의 물빛을 보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그 모든 아름답고 놀랍고 장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우린 기꺼이 추위를 견디는 쪽을 선택했다. (37쪽)

 

 

그녀의 집은 눈을 두는 곳곳마다 멋진 창문들이 가득하다고 했다. 눈 내리는 밤, 햇빛이 반짝이는 물위 등 아름다운 장관들을 집에서 앉아서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누리는 만큼 불편함은 컸다. 여름엔 여과 없이 들어오는 햇볕에 덥고, 겨울엔 창틀 사이로 추위가 스민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운 집에 살아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그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상황을 언젠가 벗어나길 바랄 뿐, 감수할 마음도 감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말한다. 그 모든 아름답고 놀랍고 장한 풍경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추위를 견디는 쪽을 선택했다고. 과연 전원생활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러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을까. 물론 도시 생활을 했어도 불편함을 감수하는 마음가짐이 있었겠지만, 이처럼 삶의 터전인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을 지속적으로 마주함으로 인해 삶을 포용하는 마음이 자라났을 거라 생각한다.


 

아들과 그렇게나 싸우고도 여전히 사이가 좋은 것은 우리가 함께한 낭만적인 시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함께 감동하고 설레고 뿌듯하고 행복했던 기억이 많은 관계가 나빠질 리 없다. 좋은 관계엔 좋은 추억이 있다.

 

낭만적인 집과 동네에서 사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사람과 차가 넘쳐나는 대도시에 살면서 낭만 찾기가 쉽냐고 따져 물을 수 있다. 물론 누가 봐도 우리에겐 낭만적인 집과 환경이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보이는 모든 것에서 아름답고 두근거리고 근사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마음 아닐까. 모두 다른 눈으로 세상을 본다. 창밖에 우거진 잡풀과 나무들을 나는 낭만으로 보지만 누군가는 보기만 해도 심란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처럼.

 

나에게는 보이는 모든 것에서 아름답고 설레고 두근거리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낭만 필터가 있다. 낭만이란 필터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일상의 모든 장면, 모든 공간에서 아름다움과 근사함을 찾아낸다는 뜻이다. 남들에겐 넘치는 일거리와 심란함, 불편함으로 보이는 것들에서조차 나는 낭만을 본다. 크고 낡고 힘든 이 집을 알아보고, 기꺼이 선택해서 십이 년째 살아온 비결이다. (127, 128쪽)

 

 

이 부분을 보면 멋진 장관을 즐기기 위해 기꺼이 추위를 맞이할 수 있는 것은, 그녀의 마음가짐이 갖춰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보이는 모든 곳에서 아름답고 두근거리고 근사한 무언가를 찾아내는 마음. 불편함으로 보이는 것들에서조차 낭만 필터를 끼고 아름다움을 찾는 것. 살아가는 데 있어 너무 낭만적으로 세상을 보는 것도 문제는 있겠지만, 그녀처럼 적당한 필터를 끼고 바라본다면 좀 더 긍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책 <집이라는 모험>은 그녀의 경험을 통해 전원생활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더 좋았던 부분은 삶을 대하는 태도도 생각해 볼 시간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낭만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받아들이는 것’,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을 감내하는 것’ 등 비단 집에서의 생활에만 한정되지 않고, 일상을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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