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가 감히 보았습니다 [영화]

영화 <올빼미> (2022)
글 입력 2022.12.11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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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게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사극이 하나 더 탄생했다. 영화 <올빼미>는 조선 16대 왕 인조의 장남 소현세자의 죽음에 관한 기록을 바탕으로 창의적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진 스릴러이다.

 

안태진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올빼미>는 주맹증을 가진 침술사의 시선, 충격적인 소현세자의 죽음을 묘사하는 장면, 서늘한 색감과 아름다운 의상 연출과 같이 볼거리가 많으면서도, 다시 한번 '역사 속 개인'의 역할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진지한 물음을 관객에게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천경수의 역할


 

주인공인 천경수는 관객이 영화에 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조건을 갖춘 인물이다. 그는 가난한 환경에 살고 있고, 부모님은 없으며, 하나뿐인 동생을 살뜰히 아끼며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그가 맹인임에도 궁에 뽑혀갈 정도로 탁월한 침술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설정까지.

 

영화는 그 배경이 조선시대일 뿐만 아니라 한국적인 이야기를 닮은 구석이 많다. 가난하지만 비범한 능력을 갖춘 인물이 더 넓은 세상을 구경하는 이야기. 그렇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 이런 반복되는 이야기는 한국 관객이 쉽게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물론 이야기만이 영화의 몰입도를 장악하는 요소는 아니다. 관객은 큰 스크린에서 영화를 보면서도 천경수의 시선에 따라 밝은 불빛에서는 사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러다 밤이 되면 조금 더 선명해진 화면으로 그가 쓰는 글씨를 볼 수 있게 된다. 관객은 더더욱 주인공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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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에 침을 놓는 영화


 

그렇게 관객이 영화 속 이야기에 빠져들어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사건이 발생한다. 소현세자의 죽음. 관객은 주인공에게 동화된 채로 사건 현장에서 소현세자의 사망 사건을 목격하는 첫 번째 사람이 된다. 실록의 내용이 이미지화된 모습과 함께 관객은 더욱 큰 충격을 받는다.

 

그렇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주인공은 '봐도 못 본 체, 들어도 못 들은 체하라'는 규칙을 어기기 시작한다. 여기서 모든 사건이 어그러지기 시작하며, 관객은 주인공과 함께 돌이킬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소현세자의 죽음에 얽힌 사람이 누구인가가 드러나는 장면 역시 관객에게 '2차 충격'을 주게 된다.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알려지지 않은 정보가 있었음이 드러나는 장면은 관객이 사건 자체로 인한 충격을 느끼게 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도 눈을 감고 듣지 못한 채 살아가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관객은 주인공이 되어 왕의 옥체에 침을 놓고 있다가도, 반대로 자신이 어리석었음을 깨달으며 마치 자신이 침을 맞은 듯 서늘한 기분을 느끼게 된다.

 

 

 

역사에 '만약'은 없어도


 

역사를 이야기할 때 '만약'이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게 무슨 말이란 말인가.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수많은 가짓수를 상상해 보다 보면 고려해야 하는 범위가 너무 넓어져 원래는 과거에 일어났던 사실을 다루는 학문인 역사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을 경계하는 말로 이해하고 있다.

 

<올빼미>는 역사에 판타지를 조건 없이 섞은 작품이 아니다. 영화에 직접 소현세자와 인조의 죽음에 관한 실록의 내용을 자막으로 띄우면서까지 기록된 내용에 충실하게 영화를 제작했음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백성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홀로 남은 인조의 모습과 천경수가 그의 죽음 직전 다시 침을 놓기 위해 방문하는 모습을 보면 어딘가 씁쓸한 마음과 함께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픽션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이는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한 바를 실천하기 위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체하라는 규칙을 어긴 일개 백성의 노력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사실은 관객이 오히려 역사적 사실과 다른 판타지, '만약 소현세자가 살아남았다면'과 같은 '만약'을 바랐고, 그런 기대가 영화의 결말에서 좌절되었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난 극장을 떠나며 관객은 생각할 것이다. 나는 봉사가 되어 숨기며 살 것인가, 아니면 한 줌 보이는 사실을 떳떳이 말하며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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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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