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경계를 넘어 함께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에 나타난 포스트휴먼
글 입력 2022.12.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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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휴먼 오디세이 - 휴머니즘에서 포스트휴머니즘까지, 인류의 미래를 향한 지적 모험들⟫에서 홍성욱 교수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핵심으로 “외부 세상을 받아들여서 인지하고 느끼는 능력”인 ‘감수성’을 꼽는다.

 

앞으로 직면할 문제는 인간만의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인간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지구상의 존재와 협력하여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포스트휴머니즘에서 중시되는 목표는 인간 이외의 존재를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는 포스트휴머니즘의 필요성을 극단적으로 제시한다. 다시 말해 인간성의 위협,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통해 인간성이 말소된 세계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묻는다.

 

 

블레이드러너2049.jpeg

 

 

 

영화가 그리는 미래


 

영화 속 지구 환경은 재생산성을 소실했다.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환경오염 문제, 식량문제 등이 심화한 형태로 나타나고, 인간은 여전히 인간의 기술력으로 이에 대응하려는 태도를 취한다. 자연에서 기반을 얻지 않는 화합농법의 개발자는 경제적으로 성공한다. 자연의 것이 매우 귀하고 값비싸, 나무는 보유만으로도 ‘부자’로 취급된다.

 

영화의 서사는 인간의 보조수단으로 개발한 인조인간 ‘리플리컨트’가 이끈다. 하나의 상품으로서 존재하는 이들은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고, 기능상의 결함이 있는 세대는 ‘블레이드 러너’라는 직업군에 의해 퇴역, 즉 제거된다. 기능성이라는 존재 이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여전히 존재하지만, 인간성을 규정하는 일련의 특징들을 스스로 저버린 듯해 보인다. 리플리컨트 개발사 대표 ‘월레스’가 특히 그러한데, 그는 ‘리플리컨트’를 ‘천사’로 지칭한다. 인간인 자신을 ‘신’으로 생각하며, 인조인간을 보조자, 혹은 보조적 수단으로 규정한다.

 

더 나은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유기체인 ‘리플리컨트’에 대한 가학적·비인간적 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인간다움'의 탐색


 

영화는 계속해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또, “진짜란 무엇인가(What is real)?”라고 묻는다. 우리는 인간다움과 그에 대한 모사를 구분한다. 하지만 모사품은 인간성으로 규정되는 존재 이유를 ‘획득’하지, 인간성이 처음부터 부여된 것은 아닌 듯 보인다.

 

사실 등장인물 중 진짜(로 규정된) 인간은 많지 않다. 극을 이끌어 나가는 것도,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가짜 인간’이다. 극 중 은퇴 경찰 ‘데커드’는 “무엇이 진짜인지는 내가 안다”라고 말한다. 영화는 그의 말을 뒷받침하듯 ‘진짜’와 ‘인간다움’이 주체적으로 규정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

 

주인공은 ‘K’라는 일련번호를 버리고 스스로를 ‘조’라고 호명함으로써 인간적 존재로 거듭난다.

 

“내가 자네에게 뭔가?”

“옳은 일을 위해 죽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인간다운 일이다.”

 

 

블레이드러너2049_2.jpg

 

 

‘조’와 동족인 리플리컨트 집단은 대의를 위해 ‘데커드’를 죽일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그 역시 목표를 위해 어떠한 수단화를 마다하지 않는 가장 비-인간적인 방식이다. 조는 그 이후에도 연인이었던 인공지능 ‘조이’의 광고성 홀로그램을 길에서 마주하고, 또다시 비-인간적 존재인 자신을 인식한다.

 

계속되는 시련에 좌절할 만도 한데, 주인공답게 오히려 자극을 받아 상황을 타개한다. 즉 스스로 인간성을 규정, 혹은 지향하려고 “행동”한다. ‘조’는 자신이 리플리컨트의 출산으로 태어난 ‘인간’, 즉 ‘기적’이 아님을, 따라서 자신에게서 어떠한 특별함이 없음을 깨달았음에도 ‘데커드’를 구하려 노력한다.

 

이것은 자체로 ‘인간성’을 암시한다. 그 인간성은 자신과 다른 이의 삶에 대한 사랑이다. 이는 전작 <블레이드 러너>와 동일하게 포스트휴먼이 갖춘 태도로 제시된다. 즉 타자와의 연대를 위해서는 타자와 그의 삶에 대한 존중이 선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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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최근 대두되는 인공지능, 트랜스휴먼에 대해 그들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용 주체와 수단으로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간의 편의에 맞춰 제작된 안드로이드는 인간만큼이나 다양한 형태를 띨 것이다. 용도는 말할 것도 없고, 선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용자의 요구대로 윤리의식마저 유동적일 것이다.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인간(데커드), 나아가 세계의 생명을 구하는 선택과 행위의 주체 모두 비-인간으로 규정된 존재였다.

 

따라서 포스트휴먼시대에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대로 자연과 동물을 착취하며 살아서는 안 되고, 이런 존재들과 함께 조화롭게, 상생을 이루면서 살아갈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라는 문장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존재에도 적용되어야 하며, 우리는 새로이 등장하는 존재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

 

 

[홍가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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