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건강한 공연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어요." - '화원' 이다빈 연출

글 입력 2022.12.0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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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 연극_화원_메인포스터_최종.jpg

 

 

고집쟁이 메리, 모범생 콜린, 늘 상냥한 디콘. 보육원의 세 아이가 만나 서로 다투고 친해지며 성장한다. 이들은 보육원의 엄격한 규칙 아래에 있는 똑같은 삶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는 삶을 꿈꾼다. 보육원 안에 있는 화원에서는 어떤 꽃과 나무도 잘 자라지 못하기에 자신만의 화원을 찾아 나서는 아이들의 동화 같은 이야기, <화원>. 2021년 라스낭독극장에서 낭독극으로 처음 선보였던 이야기가 1년이 지나 본공연으로 무대에 올랐다.


지난 11월 29일 <화원>의 이다빈 연출을 만났다. 조지민 작가와 함께 처음 『비밀의 화원』을 선택해 낭독극을 만들고, 또 그 낭독극을 본공연으로 만들기까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는 <화원>이 ‘첫 발걸음’ 같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처음이라 설렘도 많았지만 그만큼 어려움도 컸다. 그러나 굴하지 않고 벽에 부딪히는 순간을 정직하게 지나왔기에 지금의 <화원>이 있다. 건강한 공연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그의 다짐에서 자연스럽게 <화원>이 떠오른다. 그 건강한 에너지가 앞으로 이다빈 연출이 만드는 다른 작품에도 깃들 수 있기를.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공연이 기다려진다.

 

 

 

세 아이의 푸릇푸릇한 이야기, <화원>



화원_이다빈연출01.jpg

  

 

“실제 저희 인생에는 완결이 없잖아요.”

 


안녕하세요, 만나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초연한 <화원>은 어떤 작품인지 소개 부탁드립니다.


‘재수 없는 메리’라고 불리는 백만장자의 딸 메리가 갑작스럽게 부모를 잃고 인도에서 영국의 보육원에 오게 되며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거기서 콜린과 디콘이라는 친구를 만나고,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았습니다. 서툴지만 서로를 위하는 친구들의 우정, 각자의 화원을 찾아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화원>은 ‘고전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던 라스낭독극장에서 처음 선보였던 작품인데요, 고전으로 『비밀의 화원』을 선택한 이유나 계기가 궁금합니다.


조지민 작가님과 함께 우리에게 잘 맞는 고전은 무엇일까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던 중 푸릇푸릇하고 생명력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비밀의 화원』을 선택했습니다. 화원을 가꿔 나가며 성장하는 세 아이의 여정에서 저희가 원하는 작업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비밀의 화원』을 토대로 저희의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위해 작가님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대본 수정도 여러 차례 있었고요.

 

 

여러 차례 대본이 수정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화원>의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좀 더 들어보고 싶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았던 “내가 있는 곳이 내 집이고 내 화원이야”라는 대사가 이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이자 작가님이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였어요. 이 메시지를 조금 더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대본을 여러 번 수정했지요. 낭독극을 본공연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바뀐 부분도 많아요. 가장 대표적인 게 결말이에요. 낭독극에서는 메리가 자신을 놀리는 노래인 ‘재수 없는 메리’를 흥얼거리며 홀로 서 있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다면, 본공연에서는 메리가 보육원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화원을 둘러보는 장면으로 끝나거든요. 

 

 

그렇게 수정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낭독극에서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온전히 홀로 선 메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내가 가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다’라는 작품 전체의 맥락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하지만 본공연을 만들며 콜린, 디콘과 메리의 관계와 거기에서의 갈등, 그 갈등을 해결하는 모습이 더 많이 드러나다 보니 ‘메리가 과연 온전히 서 있을 수 있을까? 온전히 서 있다는 것의 의미는 뭐지?’ 같은 질문이 생겨났죠. 


역설적이지만 누군가가 온전히 홀로 서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잖아요. 관련된 이야기를 작가님과 정말 많이 나눴어요. 낭독극에서 홀로 서 있는 메리를 보여줬다면, 본공연에서는 메리가 그렇게 서기까지 곁에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이 더 부각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재수 없는 메리’라고 놀림 받던 메리가 스스로 ‘재수 없는 메리’ 노래를 부른다면 이야기의 완결성은 생기지만, 실제 저희 인생에는 완결이 없잖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완결 짓지 않더라도 메리가 단지 미지의 세계로 한 발 내디딘 모습을 보여주는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의견이 모였어요. 그렇게 지금의 마지막 장면이 만들어졌습니다.

 

 

 

메리와 콜린, 디콘을 응원하며


 

20221126 화원 1747.jpg

 


“주체적으로 사는 게 뭔지 이 연극을 만드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저 아이들은 잘 할 수 있을까, 화원을 나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돼요.”
 


<화원>을 연출하며 가장 많이 신경 쓴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연기한 다음 메리가 화원으로 나오는 결말까지가 가장 신경을 많이 쓴 동시에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에요. 어떻게 해야 메리가 보는 화원에 마법이 일어난 것처럼 보일까, 메리에게 일어난 변화를 관객도 함께 느낄 수 있을까 고민이 컸습니다. 무대 디자이너님과 얘기도 많이 했고, 연출 시안도 많았어요. 


고민 끝에 거울과 불꽃놀이를 생각해냈어요. 거울은 자기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사물이라는 점이 저희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 닿아 있다고 느꼈어요. 불꽃놀이는 극 중 ‘후원의 밤’ 행사의 일환이었는데, 조명을 활용한다면 그 불꽃놀이를 통해 순간적으로 다른 세계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관객에게 줄 수 있겠다 싶었죠.

 

 

연극 배경이 되는 다양한 장소를 소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모두 표현한 것도 신기했어요. 특히 뒤편이 보이는 울타리로 공간을 구분한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아요. 아무래도 소극장이라 고민이 컸죠. 그런데 오히려 배경이 되는 보육원이라는 공간이 여러 움직임이 제한되는 곳이라는 특성이 있으니 소극장을 더 잘 활용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말씀하신 울타리를 이용해 아이들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콜린이 입양 간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세 명이 각자의 공간에 남겨지는 장면이 있어요. 곧 입양 가서 보육원을 떠날 콜린은 울타리 밖에 서 있고, 메리는 자신의 방에서 금잔화를 들고 미래를 고민하고, 당장 떠날 방법이 없어진 디콘은 울타리 안에 있지요.

    

 

연출님이 이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후원의 밤’에서 콜린이 연극을 하던 중 메리에게 원래 대본에 쓰여 있던 대사 대신 “화원은 이미 네 안에 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서로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언제 봐도 뭉클해지더라고요. 이 작품은 그 장면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저는 생각해요. 낭독극 때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장면인데, 볼 때마다 자주 울었어요. (웃음) 유독 공감이 되는 장면이라서요. 

 

 

유독 공감이 가는 이유는 왜일까요?


양가감정이 들거든요. 이 친구들을 응원하고 싶어지는 동시에, 주체적으로 사는 게 뭔지 이 연극을 만드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저 아이들은 잘 할 수 있을까, 화원을 나가 길을 잘 찾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어요. 마음이 짠해지죠.

    

 

연출가로서 가장 마음이 가고 공감이 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다섯 명 모두에게 마음이 가지만 이번에 작업하면서 특히 마음이 쓰였던 아이는 콜린이요. 콜린이 가진 간절함과 절실함은 무대 위에서 다른 인물보다 강하게 표출되는데, 좀처럼 응답받지는 못해요. 입양을 가기도 어렵고, 애써 꾸민 계획은 메리에게 들키고. 나중에는 그렇게 바라던 입양을 가게 되지만 그 결과로 친구들과 함께 세운 계획을 스스로 무너뜨려야 해서 엄청나게 고민하죠. 


콜린이 메리에게 간절함과 절실함이 없다며 쏘아붙이는 말을 들여다보면 나의 간절함과 절실함을 너는 왜 몰라주냐는 식의 서운함이 담겨 있어요. 가장 어른스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가장 아이 같은 아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늘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꿋꿋하게 시도하는 인물이고, 이야기 끝에서는 결국 다른 사람의 삶도 응원해줄 수 있는 인물로 성장하기 때문에 마음이 갑니다. 

 

 

 

주체적으로 찾아 나아갈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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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이 좋은 공연을 만든다고 믿어요.”

 


메리와 콜린, 디콘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려는 아이들인데요, 현실에서는 어른 중에서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저도 제가 과연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 고민을 많이 해요. 완벽한 방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균형을 잡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주체적으로 산다는 게 나 혼자 산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잖아요. 다른 사람과 함께하되, 관계의 소용돌이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며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취미 생활을 하며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살고 싶은 방식이 무엇인지 제 자신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더 흘러 돌아봤을 때, 연출님에게 <화원>은 어떤 작품으로 남게 될까요?


<화원>은 제게 첫 발걸음과 같은 작품이에요. 제가 라스에서 처음 연출을 맡은 공연이거든요. 작품을 만들 때 “내가 있는 곳이 내 집이고 내 화원”이라는 대사를 곱씹으며 나도 이 녹록지 않은 세상에서 연극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시간이 지나 돌아본다면 쉽지는 않았지만 처음이라는 소중한 추억이 담긴 작품으로 남게 될 것 같아요. 

 

 

연극을 만드는 일상 자체가 연출님의 ‘화원’이라는 말을 프로그램북에서 봤습니다. 연출님이 앞으로 만들고 싶은 공연은 어떤 모습일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한계를 두지 않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고 싶어요. 또, 건강한 공연을 건강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좋은 사람이 좋은 공연을 만든다고 믿어요.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내가 맡은 팀에도 좋은 기운이 돌고, 그게 결국 관객에게도 닿는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으로 작업이 예정된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작업이라기보다 예정된 공연이 있어요. 12월 23일과 24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 '다올소리'와 함께하는 <해파리 SeaParty>라는 제목의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용회장이 육지 손님들을 위해 파티를 개최한다는 설정의 국악콘서트예요.

 

 

마지막으로, <화원>의 관객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공연의 완성은 관객이라는 것을 공연을 할 때마다 느껴요. 공연을 올리기 전에는 잘 해결되지 않는 부분, 고민을 오래 하는 지점이 의외로 공연을 한번 하고 나면 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극장을 찾아주신 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어요. 관객분들도 본인이 원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삶을 화원처럼 가꿔 나가면 좋겠습니다.

 

 

[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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