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가 '가왕'인 이유 [음악]

글 입력 2022.12.0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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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어머니와 함께 조용필 콘서트를 관람하였다. 코로나 시대 이후 이번 겨울부터 각종 연말 콘서트들이 활발하게 열리며 몇 년 만에 가게 된 대형 콘서트였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팅을 하였다.


최근 기성세대들의 문화예술 관람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효도와 티켓팅을 합친 ‘효켓팅’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부모님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공연이 있을 때 대신 티켓팅을 해드리는 것을 표현한 신조어이다. 나 역시 과거에 유행했던 발라드풍의 음악을 즐겨듣기 때문에, 티켓팅을 할 때 내 자리도 함께 예매해서 콘서트를 보러 갔다.


나에게 조용필은 거리감이 있는 가수였다. 애초에 20대 중반인 나는 그가 활발하게 활동을 한 모습도 본 적이 없을뿐더러, 방송 프로그램 및 콘텐츠 플랫폼 출연 등 음원 활동만큼 미디어 노출이 중요해진 지금 시대에 그의 존재를 체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까지 그의 음악을 접할 기회는 지금 활동하는 가수들이 리메이크한 음원이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그렇기에 생각보다 알고 있는 노래가 많았고, 콘서트에 가기 전에 많이들 하는 ‘셋리스트 보며 예습하기’가 필요가 없었다. 과연 한 시대를 풍미한 이 수많은 명곡을 지금의 조용필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향했다.


공연장을 가득히 채운 화려한 조명과 레이저, LED는 최고의 미디어아트를 만들어냈다. 이후 말로만 무성히 듣던 가왕의 등장과 함께 첫 곡 ‘꿈’이 시작되었다. 이어진 두 번째 곡은 ‘단발머리’. 이 곡은 나에게 상당히 친숙한 곡이다. 학창 시절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팀을 꾸려 다양한 곡을 연습했는데, 신해철의 ‘그대에게’와 함께 가장 많이 합주한 곡이었다.

 

 

조용필 '단발머리'

 

 

이 곡은 1980년 조용필 1집 앨범에 수록된, 40년도 더 된 곡이다. 단순한 프레이즈이지만 복잡한 사운드 레이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산뜻한 보컬 탑라인에 정교하고 세밀한 편곡은 지금 들어도 상당히 세련된 곡이다. 그렇기에 많은 밴드가 리메이크하였고, 많은 학교 동아리 밴드들이 지금까지도 이 곡을 연습하고 있다.

 

 

조용필 '고추잠자리'

 

 

조용필이 예전부터 많은 음악가들의 존경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앞서 말한 당시에 들을 수 없었던 세련된 음악을 대중들에게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이러한 느낌이 가장 와닿은 곡은 81년 발매한 ‘고추잠자리’이다. 단순하고 경쾌한 리듬에 비해 현란하게 움직이는 피아노 반주는 상당히 도시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고, 송폼에 따라 장르를 넘나드는 편곡은 지금의 K-POP에서도 상당히 유행 중인 기법이다.

 

 

조용필 '바람의 노래'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 ‘바람의 노래’였다. 이 곡을 처음 접하였을 때는 2018년 정은지가 콘서트에서 이 곡을 커버하면서였다. 당시엔 그저 멜로디가 좋은 곡으로 이 곡을 기억했는데, 이번 콘서트에서 오랜만에 이 곡을 들으니 가사에 담겨있는 의미가 마음 깊이 와닿았다. 삶에 대해 그저 살아가는 방법만 알고 있는 우리에게 주변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실패와 고뇌의 시간 속에서도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에게 깊은 위로와 뜨거운 용기를 주었다.


이외에도 수많은 히트곡이 공연장에 울려 퍼졌다. 고독한 남자의 모습을 문학적 미학을 담아 풀어내며 지금까지도 독보적 이미지를 가진 ‘킬리만자로의 표범’, 최초로 음악 방송 10주 연속 1위를 하며 음악 방송 순위 집계의 체계를 바꾼 ‘못찾겠다 꾀꼬리’, 이번 콘서트의 마지막 곡이자 지금까지도 ‘여름’, ‘여행’하면 가장 떠오르는 국민가요 ‘여행을 떠나요’까지, 2시간의 러닝타임을 수많은 히트곡으로 가득 채웠다.


하지만 고작 2시간이라는 시간은 조용필의 무수히 많은 명곡을 담기에는 한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지금의 조용필을 있게 해준 ‘돌아와요 부산항에’, 90년대 발라드 열풍의 시작을 알린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10년 만에 돌아온 2013년 본인의 색채에 최신 스타일을 접목하며 가왕의 건재함을 보여준 ‘Bounce’ 등 이번 콘서트에서 들을 수 없었던 곡들 또한 상당수였다.

 

 

조용필 'Bounce'

 

 

이러한 점이 우리가 조용필을 ‘가왕’이라 칭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는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반세기에 걸친 시간 동안 꾸준한 음원 활동을 하였고, 모든 시대별로 차트 1위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가수이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본인만의 확고한 스타일과 더불어 해당 시대의 트렌드를 수용함과 동시에,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또 다른 트렌드를 만들어내며, 언제 들어도 세련되고 다시 들어도 유니크한 아이덴티티가 조용필의 음악에는 담겨있기 때문이다.


약 50년 전부터 시작된 가왕의 시대는 아직 진행형이다. 내년에 발매될 조용필 20집의 수록곡 ‘찰나’와 ‘세렝게티처럼’이 선공개되었다. 아이돌 댄스 음악이 주류 음악으로 자리잡힌 2010년대 불었던 ‘Bounce’ 열풍처럼 20년대에도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앞으로 이어질 가왕의 행보에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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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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