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내부와 외부의 경계에 대하여, 이국에서 [도서]

글 입력 2022.11.27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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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이국에서라는 책 제목과 소개를 읽었을 때 어쩐지 내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계속 거처를 옮겨가며 살아야 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익숙한 것과 작별하고 새로움을 맞이하는 일들이 계속되는 유한한 삶에서 나는 무엇과 더 깊이, 혹은 덜 가까이 관계맺고 살고 있는가-생각할 수록 외로움이 느껴져 외면해왔던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책 소개


 

머무르거나 떠돌 수밖에 없는 우리의 삶, 그 무한성에 대한 마스터피스.

 

이국에서.jpg

 

 

본국에 머물 수 없어 떠나 온 곳 이국, 하지만 그곳에서도 공동체적 재난과 불행과 패배는 여전히 존재하고, 국가폭력 앞에 해체당한 연약해진 개인들의 슬픔과 고통이 있다. 그곳, 이국에는 내부인이지만 외부인으로, 외부인이나 내부인처럼 사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회로부터 격리당하고 외면당한 사람들과 오랫동안 살아온 땅을 떠났으나 그 어디에도 정작하지 못한 사람들. 또한 그들은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일 수 없고, 땅에 올랐으나 땅속에 머무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생의 정면을 바라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승우는 장소가 변한다 한들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떠났다고 해서 그 떠남에서 완벽히 벗어날 수 없는 인간 삶의 한계에 대해 말하지만 그 현실에서 벗어나 생의 완벽한 자유를 꿈꾸는 것에 주력한다.

 

사회 질서나 규율 같은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 자유, 욕망과 구원의 문제들. 머무르거나 떠돌 수밖에 없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그 무한성에 대한 질문과 답이 한 편의 소설로 완성되어 세상에 나왔다.


 

 

외부와 내부


 

거창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대개 삶은 가보지 않은 세상의 외부와 내부를 들락거리며 계속된다.

 

아주 작게는 집을 떠나 유치원과 학교에 다니면서, 대학을 들어가면서, 직장에 다니면서 같은 세상이었나 싶을 만큼 다른 차원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그런 삶을 먼저 살아간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겪어보지 않으면 절대 모를 그 생경함과 어색함, 두려움이란 온전히 나의 몫이다.

 

나에게 올 새로움을 늘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는 넓고 지치지 않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교적 수월하게 삶을 살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그런 사람마저도 마음을 단단히 하기 위해 내적 수련과 담금질을 멈추지 않은 사람일 것임을 요즈음 부쩍 느낀다.

 

 

 

내부인의 조건


 

주인공 황선호는 선거를 위해 믿었던 조직과 보스에게서 자발적으로 이용되었으나 일절 경험한 적 없던 나라, 보보에서 은신하며  놓쳐왔던 삶의 일부를 발견한다.

 

낯섦과 반감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뜨거운 태양빛이 처음에는 그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듯하였으나, 군 정부의 억압과 어두운 사회 분위기를 깨닫게 되는 역할을 한다. 어려운 국제 정세로 인해 외국인에 대한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와중, 신분 보증과 거처가 불명확해지며 찾게 된 친구들의 집에서 그간 부러 의식하지 않았던 아버지의 흔적을 찾게 된 것이다.

 

그의 아버지를 도와주려던 사람들과 연결되고, 같은 처지의 외국인에게 손을 내밀며 형성된 집단은 황선호가 살았던 대한민국보다 더 강한 소속감과 유대를 그의 마음에 심어준다. 무엇 하나 자신을 받아들여주지 않는 것 같던 땅에서 아버지와 친구들을 찾고 마침내 정착하게 된 이야기는 꽤 많은 것을 시사하는 듯 했다.

 

경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는 결국 사람이라는 것. 사람과 사람이 만나 형성되는 사회에는 집단이 존재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면 더욱이 생존을 위해 집단에 소속되고, 그게 아닌 심리적 이유에서라도 인간적 교류를 위해 사람들과 관계를 맺게 된다.

 

상시적이고 영구적이지는 않지만 관계를 통해서 내부와 외부는 결정된다.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는 자기만의 영역 설정과 거리 조정이 가능하겠지만, 적응 기간 동안에는 힘들더라도 부딪히고 깨지며 열심히 경계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이 모든 필연적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아서 가끔 전의를 상실하게도 하지만, 진심이 닿았을 때의 뿌듯함과 안락함은 여전히 연결에 대한 사람의 욕구를 자극하는 것 같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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