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색이 추는 춤 - 프랑코 폰타나:컬러 인 라이프 [전시]

글 입력 2022.11.26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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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방형)폰타나_최종본-01.jpg

 

 

도심 속 미술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

 

고층 건물이 줄지어 선 길을 걸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가을날, 세상이 노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때가 되어 내리는 노란 낙엽들 사이 비 냄새가 느껴져 기분이 좋아졌다. 그 풍경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건물을 바라본다. 주위의 건물처럼, 누군가의 사무실 같은 그 건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삼성역 근처에 위치한 마이아트뮤지엄은 그 장소만이 지닌 고유한 분위기가 있다. 바쁜 도시의 한가운데, 잠시 천천히 숨을 고를 공간이 비밀스레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그을 떠올리면, 그곳으로 발걸음을 뗄 때면 설명하기 어려운 해방감과 작은 자유가 느껴진다. 지난 전시마다 만족했던 그곳에서, 이번엔 색이 추는 춤과 같은 전시가 문을 열었다.


이탈리아의 사진작가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전이다. 낯선 이름이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모험심이 가득한 작가임이 느껴졌다. 기존 유행하는 사진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사진과 예술 세계를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했다.

 

그가 초대하는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어졌다.

 

 

 

사진이 된 그림, 그림이 된 사진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남은 건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섹션이었다.

 

전시장에서 처음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건 ‘섹션 1: 랜드스케이프’다. 이름처럼 다양한 풍경을 담은 작품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공간이었다. 그런데 멀리서 천천히 작품에 다가가면서 의문이 들었다.

 

프랑코 폰타나는 사진작가라고 했는데, 이건 분명 회화 작품인 것 같은데?

 

 

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jpg

 

 

그림 같은 작품으로 가까이, 더 가까이 다가선다. 코앞에서 보아도, 멀리 떨어져 보아도 그림인 것만 같다. 그렇지만 분명 사진이라는 그림을 신기한 마음에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서로 대조를 이루는 선명한 색감의 풍경, 딱 떨어지는 경계선, 마음이 편안해지는 비례가 사진을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프랑코 폰타나는 흑백 사진이 대부분이었던 1960년대 컬러 필름을 먼저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곤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는 작업을 통해 사진을 사진이 아닌 그림처럼 보이게 했다. 그의 이야기와 함께 작품을 바라보면서, 왜 사진으로 그림을 담고자 했는지 궁금해졌다.


그 이유는 그의 마음속에만 있겠지만 붉은색, 푸른색 아름다운 색감이 가득한 전시장을 보니 알 것 같았다. 삶의 곳곳,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과 하루하루가 담긴 풍경이 그림처럼 아름답기를 바란 마음이 아니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궂은일 뒤에 밝은 날이 올 것임을, 사진 속 색처럼 환한 내일이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모나고 둥근 도시에서



두 번째 섹션으로 ‘어반스케이프’가 이어졌다. 다양한 자연의 풍경을 담은 첫 번째 섹션에 이어 도시의 모습을 담은 섹션이었다. 자연을 보며 마음을 시원하게 열었다면, 일상의 틈으로 다시 돌아오는 시간이었다. 다만,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모습과는 달랐다.

 


FRANCO FONTANA© PELLESTRINA 1975 VETZ.jpg

 

 

프랑코 폰타나는 도시를 특별한 구도로 담았다. 서로 겹치고 교차하는 가운데, 안정감이 느껴지는 구도였다. 이와 함께 서로 다르지만 조화로운 색감의 건물과 사물이 있는 풍경을 포착했다. 첫 번째 섹션의 자연처럼 그린 것만 같은 모습이었다.


사진들을 바라보니 귀엽다는 마음이 들었다. 반복되는 하루, 지겹게 지나치는 골목,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 쌓이는 도시의 삶이었는데, 그의 사진 속에서는 귀엽게 자기만의 존재감을 빛내고 있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색감과 구도는 새로운 시야를 불러왔다. 싫던 것도 부드럽게, 밉던 것도 사랑스럽게 보이게 했다.


도시 한가운데 있는 마이아트뮤지엄에서 보니 더 마음에 와닿은 작품들이었다. 가을이면 마음은 쓸쓸하고, 삶은 시시하게 느껴지지만 그럴 때야말로 예술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 그럼에도 아직 봐야 할 것, 느껴야 할 것이 많다는 걸 작품 앞에서 깨닫는다.

 

프랑코 폰타나의 사진 앞에서 마음에 위안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이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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