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채로운 맛을 신명 나게 즐겨보자! - 남산초이스 : 강민수의 독경

글 입력 2022.11.25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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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총 6회에 걸쳐 개최되는 서울남산국안당의 <2022 남산초이스>는 2016년부터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서울남산국악당의 대표 레퍼토리 공연이다.

 

이번 레퍼토리 공연의 경우 강민수, 방지원, 황민왕이 진도, 동해야, 남해안의 굿을 재조명하고 무대화하여 무속예술의 비전을 제시한다. 굿 장르를 무대화시킴으로써 굿의 대중화와 다채로운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도심에서 펼쳐지는 굿 공연을 통해 만사형통을 축원하고 관객들과 함께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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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자 강민수

 

 

<남산초이스 : 강민수의 독경>은 진도 씻김굿과 단막극(놀부전 중 글 가르치는 대목, 다시래기 중 경문유희)을 연히자 강민주와 바라지의 음악으로 재구성한 악가무 일체의 공연이다. 연희자 강민수는 전라남도 진도 출신으로 이 시대 마지막 유랑광대이다. 강민수를 필두로 하여 창작음악집단 우리소리 바라지가 무대를 꾸몄다.

 

‘우리소리 바라지’는 누군가를 물심양면으로 알뜰히 돌보는 것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전통음악에서는 음악을 이끌어 가는 주된 소리에 어우러지는 반주자들의 즉흥적인 소리를 가리키며 진도 씻김굿에서 극대화되어 독특한 음악 양식을 이룬다. 음악집단 ‘바라지’는 바로 이 바라지 ‘소리’를 주된 음악적 표현방식으로 삼아 바라지 음악의 아름다움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탄생했다.

 

이번 공연은 독경, 단막극, 구음시나위, 생!사고락2, 무취타, 만선 총 여섯 가지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었다.

 

 

 

 

1. 독경 - 전남 진도에서 출상하기 전날 밤 초상집에서 상두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인 다시래기 중 ‘견문유희’를 강민수 연희자의 연행으로 선보인다. 한 명의 심봉사가 담뱃대와 꽹과리, 북을 가지고 무대 위에 등장한다. ‘에에에엠’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지속적으로 내며, 생리현상을 해결한다.

 

2. 단막극 - <놀부전> 중 양반이 마당쇠에게 글을 가르치는 대목을 연행했다. 마당쇠가 자신의 상전인 양반을 비꼬면서 무대 위에 등장하며 관객과 소통한다. 양반이지만 글을 잘 모르는 놀부는 자신의 아들에게 공부하지 말고, 놀라고 한다. 이때, 악기 연주자 중 한 명이 놀부의 아들로 분한다. 놀부의 창을 따라 하는 아들의 모습은 고수가 창으로 변해 연주자에서 연행자로 자연스럽게 변하는 것을 보여준다.

 

마치 탈춤에서 양반을 풍자하고, 동음이의어를 사용한 언어유희로 양반을 놀리는 것처럼 마당쇠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글자를 가르치며 양반 행사를 하려고 하는 놀부의 말을 언어적으로 유희하면서 그를 비판하기 시작한다. 이런 마당쇠의 모습과 자신을 놀리는 것을 한 박자 늦게 알아채고 분노하는 놀부의 모습에 관객은 큰 웃음을 터트린다. 더욱이 마당쇠의 옆 구르기, 마당쇠와 놀부의 몸싸움 등 역동적인 신체적인 움직임은 극에 재미를 더한다.

 

이 연희가 진행되면서 양반과 노비의 신분적 경계선은 점차 흐려진다. 샌님과 노비 사이에 있던 언어적 구분이 파괴된다. ‘사랑방과 마구간’, ‘밥을 퍼묵다와 진지를 잡수다’ 등 서로의 계급에 속해있던 언어의 구분이 무너지고, 두 사람은 평등한 선 상에 앉는다. 양반인 놀부는 자신의 아들에게 심술과 장끼만을 하고 다니라고 말하는 반면, 마당쇠는 그에게 열심히 공부해서 벼슬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양반이 노래를 부를 때 그 흐름을 끊고 침투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신분 간의 경계선을 완전히 허문다.

 

이때 아쟁, 거문고, 가야금, 꽹과리, 장구, 북, 피리, 해금, 태평소, 징 등 다양한 국악기가 사용됨으로써 단막극에 음악적인 풍성함을 더한다. 몇몇 악기 연주자를 제외하고는 연주자들이 한 명당 2-3개의 다양한 악기를 연주한다.

 

단막극이 끝나고, 마당쇠를 연기했던 연희자가 등장하여 자신을 발탈이라고 밝히며 짧은 자기소개를 하며 관객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때, “다채로운 맛을 보여드리려고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오늘 진행될 각기 다른 느낌의 공연들을 ‘음식’으로, 그 공연들의 속성을 ‘맛’이라고 표현했다. 음식은 입으로 즐기고 먹는 것이지만, 공연은 눈으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맛깔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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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음악집단 '우리소리 바라지'

 

 

3. 구음시나위 - 살풀이, 자진모리, 엇모리, 동살풀이로 이어지는 구음시나위는 슬픔의 정서가 주조를 이루지만 비감한 가락 사이사이 구음이 절묘하게 엇박, 정박으로 넘나들어 곧이어 들썩이는 신명으로 변주된다. ‘굿 놀이’를 테마로 하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공연은 ‘신명나게 놀아보자’와 신명나는 몸사위가 지배한다. 

 

징과 창으로 막이 시작되었다. 조명은 보라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졌으며 의상 또한 조명과 색을 통일했다. 푸른색과 보라색으로 펼쳐진 무대는 신비로우면서도 이름다운 분위기를 형성했다.

 

이 챕터에서는 색다른 국악기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보통 사물놀이패가 연주되던 것과 달리 서정적이면서 역동적인 국악기의 연주가 진행되었다. 소리는 둔탁하지 않으면서 가벼우면서 무거웠다. 세로로 뻗어나가는 소리와 가로로 퍼지는 소리가 만들어 내는 조화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징을 손에 들고 치자 이전과는 다른 소리가 났고, 이 소리는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거문고와 가야금 연주가 병행되었는데 거문고는 남성 연주자가 가야금은 여성 연주자가 연주했다. 이에 더 두드러진 것일 수 있겠지만 가야금은 굉장히 움직임이 적고 정적인 반면, 거문고는 역동적이었다.

 

4. 생!사고락2 - 생생함이 넘치는 네 고수의 북가락이란 뜻의 신조어이다. 판소리 반주에 쓰이는 소리북은 섬세하면서도 무겁고 깊은 울림이 있고, 한편으론 힘과 신명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타악기이다. 이러한 소리북의 매력은 북 연주만으로는 잘 나타나지 않고, 소리와 결합될 때만이 온전히 발현되는데, 소리를 하며 동시에 북을 치는 바라지의 연주에서 생생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다.

 

4명의 고수가 일렬로 앉아 북을 치며 흥부가를 부르는 장관이 펼쳐졌다. 풍부한 음성어와 의성어로 구성된 가사로 인하여 노래에 흥과 신명을 더했다. 더욱이 고수들이 단지 북을 연주하며 창만할 뿐 아니라, 연기까지 곁들여 각각 한 명의 연희자로 연행함으로써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확장된다.

 

5. 무취타 - ‘무속가락으로 불고 친다’는 뜻의 <무취타>는 사람이 살면서 늘 부대끼는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의 네 감정을 표현한 타악곡이다. 경기와 진도지방의 무속장단을 활용하였고 희, 로, 애, 락의 4악장 형식이다. 희는 부정놀이와 당악을, 로(노)는 올림채와 마음조시, 겹마치로 표현했으며, 애와 락은 도살풀이, 배다리, 진도푸너리 장단 속에 녹여보았다.

 

연주 중 강민수는 무당 방울을 정신없이 흔들며 신명 남 그 자체를 표현한다. 연주자들 또한 모두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흥겹게, 마치 악기와 하나 되어 혼연일체를 이룬 듯이 신명 나게 즐기기 시작한다. 음악이 고조되기 시작하면서 심벌즈가 등장하고 연주자인 강민수를 심벌즈를 연주하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 연주에 징, 북, 장구, 태평소 등이 그 소리를 더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때에도 한 명의 악기자가 하나의 악기와 역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그 역할을 바꿔나가며 다층적이고 다채로운 소리와 움직임을 만들어 나간다.

 

6. 만선 - 전라남도의 섬 거문도에서 불리는 뱃노래에 타악을 결합하여 풍어의 기쁨을 표현한 곡이다. 왁자지껄한 출어의 현장과 그물을 올리는 과정, 고기를 가득 싣고 만선가를 부르며 돌아오는 과정이 타악과 소리, 태평소 선율 속에 활기차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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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 극 사이에 무대를 세팅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무대 위에 스태프들이 올라왔다. 완전히 암전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실루엣이 정확하게 보였다. 처음에는 극이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별로라고 느꼈으나, 극이 점점 진행될수록 다음 무대 진행을 준비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다음에는 어떤 무대가 펼쳐질지에 대해 기대감으로 무장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전반적인 무대 장치는 본 공연이 굿놀이에 해당하는 만큼 상여와 무당의 옷을 연상시키는 것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한국에서 굿놀이(무극)은 굿의 마지막에 노는 굿놀이, 개별 굿거리 마지막에 노는 굿놀이, 독립적으로 노는 굿놀이, 맞이 절차와 결합되어 노는 굿놀이 등으로 유형화된다. 굿놀이의 경우 전통적으로 무녀나 무부가 맡아서 진행하였으며, 지금의 형태와 달리 굿과 굿놀이는 하나의 축제였다.

 

현재는 ‘굿’ 자체도 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지역적인 축제보다는 종교적인 색깔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굿놀이는 더더욱 찾아보기 힘들다. 이번 공연은 평상시에 접하지 못했던 굿놀이를 직접적으로 즐기고 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선사해 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대개의 남산국악당 공연이 그러하듯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관객들의 연령은 다양했다. 공연장에서 관객들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박장대소를 하며 즐겁게 공연을 즐겼으며, 그 시간 동안에는 ‘하나’되는 시간을 경험하였다.

 

공연은 앙코르 진행으로 인해 기존에 예정되었던 시간보다 20~30분 연장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앙코르를 부르짖었다. 하지만, 연희자들은 이미 모든 기력이 소진되어 더 이상 앙코르는 진행되지 않았다. 다들 공연이 끝났다는 아쉬움에 자꾸 무대를 돌아보며 공연장 밖으로 나왔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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