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폴: 600미터

글 입력 2022.11.2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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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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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미터]에서 주인공들을 물속으로 보냈던 감독이, 이번 작품 [폴: 600미터]에서는 주인공들을 하늘로 보내버렸다.

 

베키는 남편 댄, 그리고 친구 헌터와 암벽등반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댄을 잃게 된다. 이 일로 베키는 1년간 망가진 삶을 살게 된다. 그러던 중 한동안 연락되지 않던 친구 헌터가 그녀를 찾아와 미국에서 4번째로 높은 송신탑에 올라 댄을 보내주고 두려움을 극복하자고 제안한다.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베키는 제안을 거절하지만, 결국 두려움을 헌터와 함께 송신탑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 갇혀 생존을 위한 고군분투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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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높고, 가장 좁은 생존장소 - 헌터와 베키가 갇힌 장소는 600m 높이의 송신탑이다. 600m라는 높이가 숫자로 보면 크게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이를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인 롯데월드타워와 비교해 본다면 얼마나 높은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롯데월드타워의 높이는 555m로 세계 5위의 초고층 건물이다. 그러나 주인공들이 등반한 송신탑은 이보다 45m나 더 높은 600m. 말 그대로 하늘에 닿아있다고 볼 수 있다. 더구나 송신탑의 꼭대기엔 두 사람이 간신히 몸을 앉힐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판만 존재할 뿐이다.

 

#인간의 본성과 본능을 보여주는 영화 - 죽을 힘을 다해 살려달라고 외치는 두 사람의 신호를 보고도, 지상의 사람들은 헌터의 차를 훔쳐 달아날 뿐이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사람을 발견하고도, 결국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이를 못 본채하고 자신들의 욕망을 훔쳐 달아난다.

 

실로 인류애가 사라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탑에 갇힌 당사자가 아님에도 덩달아 망연자실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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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감독은 주인공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붙이며 생존을 향한 인간의 본능을 담아냈다.

 

송신탑에서 생존하는 것만으로도 멘탈이 나갈 상황인데, 베키는 자신의 남편 댄과 자신의 친구 헌터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안정함에 불안정함을 더해버린 것이다. 댄의 유골을 보내주고, 트라우마를 이겨내려던 베키에게 생존과 더불어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이라는 위기를 더하고,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영화는 하루하루 물과 식량이 없을 뿐더러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잠시만 정신을 놓으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인간이 어떻게까지 할 수 있는지를 그려낸다.

 

#안전제일주의자가 본 [폴: 600미터] - 영화는 안전제일주의자의 마음을 시작부터 끝까지 요동치게 만든다. 송신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순간부터 모든 환경이 두 주인공이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임을 알려주지만, 제발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라게 되지만, 결국 모든 암시는 현실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 불안감들이 모두 현실이 되었을 때, 심장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반나절이면 돌아온다며 헌터의 말은 지켜지지 못했고, 등반을 시작한 순간부터 불안했던 사다리는 무너져 내렸다.

 

살고자 시도했던 모든 방법은 실패로 돌아갔고, 죽음의 문턱을 여러 번 넘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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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하겠어"


송신탑을 함께 오르자던 헌터의 제안에 베키는 여러번 못할 것 같다며 포기 의사를 내비친다. 그리고 헌터는 그럴수록 직접 부딪혀 두려움과 트라우마를 이겨내야 한다며 베키를 설득한다. 이를 계기로 댄을 보내주고, 자신을 이겨내고자 송신탑을 오르기로 결심한 베키. 하지만 송신탑을 오르는 순간에도 포기의사를 내비친다.

 

영화 속 베키는 헌터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등반에도 성공하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위험하다는 신호를 받았을 때 포기를 하는 것도 용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트라우마를 얻게 된 환경에 들어가 극복하지 않고, 정신과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 극복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영화의 끝까지 따라다녔다.


영화는 결국 베키만 생존하며 마무리된다. 두 사람이 죽을힘을 다하여 결국 생존하는 결말을 마주했다면 비현실적이긴 해도 이렇게 찝찝하진 않았을 거다. 마지막 순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며 죽은 헌터의 시신을 사용한 베키의 마음은 어떠했을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트라우마를 이겨내기 위해 시작한 등반이었지만, 사랑하는 남편에 이어 친구도 등반을 하며 떠나보내게 됐다. 그것도 더욱 크리티컬한 방식으로 말이다. 과연 베키는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베키가 걱정되는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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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고공 서바이벌을 통해 관객들에게 아찔한 경험을 선사한다. 상황적인 경험은 잘 담아냈지만, 스토리에는 수많은 클리셰가 가득하다. 모든 암시를 캐치하고, 앞으로의 일을 예상할 수 있다. 심지어 영화 속 반전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그 모든 예상을 풀어내는 방식이 사람의 마음을 쿵 하고 가라앉게 만든다. 제발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예상이 모두가 현실이 되고, 이를 심장 떨리는 방식으로 표현해낸 감독이 미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영화의 개연성에서는 아쉬움을 느끼지만, 손발에 땀을 쥐게 만드는 고공 서바이벌만큼은 굉장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극한의 상황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베키와 헌터의 생존기를 영화관에서 만나보기를 바란다.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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