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집이라는 모험

글 입력 2022.11.18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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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수없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며 살고 있다"

마당 있는 주택을 배경으로 한 따뜻하고 찬란한 기록

 

 

신간 [집이라는 모험]이 출간되었다. 오랜 아파트 생활 동안 마당의 흙냄새를 그리워하고 벽난로가 있는 붉은 벽돌집을 꿈꾸었던 저자가 운명처럼 그런 집을 만나 12년 동안 살며 마주한 애환을 담았다. 고달픈 현실이 한둘이 아니지만 그곳에서 세 아이와 함께 개, 고양이, 닭을 키우며 밭농사도 짓고 모험처럼 살아가는 일상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마당, 나무와 풀과 꽃들, 바람과 햇빛, 고양이와 개, 수많은 새들과 벌레, 그리고 이웃과 함께한 가족의 이야기는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자연 속의 삶을 나누어주며 오늘 내가 사는 집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

 

밤새도록 거실 난로를 때도 실내 기온이 오르는 둥 마는 둥 하는 추위 못지않게 수많은 벌레와 함께 살아야 하는 것은 저자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난감한 일이다. 전원생활은 벌레와의 동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속이나 시골 벽지까지는 아니어도 앞뒤로 넓은 텃밭이 있고 산을 낀 저자의 집도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날개미들에 깜짝 놀라거나 거미, 돈벌레를 만나는 게 일상이다.

 

농사는 풀과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540평 넘는 대지에 집 한 채를 제외하면 다 밭이다. 집주인과의 약속이기도 했지만 땅에서 고구마며 감자, 콩이며 부추, 오이, 가지를 길러 먹겠다는 넘치는 의욕은 결국 끝도 없는 풀과의 싸움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뱀, 쥐를 대처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이사한 지 얼마 안 된 낯선 마을에서 얼굴 모르는 사람과 이런저런 다툼은 으레 겪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주변 식당을 찾은 사람들이 집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마을 주민들이 생활 쓰레기를 스스럼없이 태우는 바람에 그때마다 따지는 것도 고민거리였다. 전철역 근처 아파트에서 이사해오는 바람에 회사까지 출근 거리가 멀어진 남편, 여러모로 편한 도시 생활에서 멀어진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키우게 될 때 얻는 혜택이 불편함보다 더 컸다. 또 이 모든 어려움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오랫동안 바라던 생활이라는 커다란 성취감을 넘어설 수 없었다.

 

당장은 싫고 고달프지만 이런 불편함 속에서 저자는 크고 작은 깨달음을 하나둘 길어 올린다. 가물면 밭작물은 쉽게 시들어버리지만 누가 심고 가꾸지 않은 풀은 그런 때일수록 "독기를 모아가며 고개를" 들고 자란다. 아이들도 이런 생명력 강한 풀마냥 저마다 타고난 기질대로 자라나도록 믿고 지켜보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벌레가 많은 것도 그만큼 집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벌레들이 살 수 있는 집이라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여기고 무엇보다 이런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함부로 하지 않는 마음을 갖게 된 것에 감사해한다.

 

도심 아파트 생활은 인구 밀집의 정도로만 보면 늘 많은 사람이나 사건을 마주해야 하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 대개는 스쳐 지나갈 뿐 매일같이 벌어지는 무수한 사건도 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저자는 교외의 주택 생활에서 친근하게 만나는 자연과 동물에 아이들과 함께 하나하나 이름을 붙여 불러주며 작은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운다.

 

주방에 가끔 나타나는 거미는 '아라고그'이고, 동네에서 만나는 개들은 수수, 감자, 오디, 땅콩, 앵두 같은 귀여운 이름이다. 집 근처 전나무, 은행나무, 단풍나무도 금이, 은이, 단이, 풍이 같은 이름을 얻는다. 이름을 붙여 늘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그 자연과 마음을 주는 친구가 된다는 의미다. 너무 많고 너무 일률적인 자연과 사물의 연속인 도심에서는 엄두조차 못 낼 일이기도 하다.

 

때로 서로 얼굴 붉히는 이웃도 있지만 효동 할아버지같이 자신을 알아봐 주고 아이들을 예뻐해 주면서 때로 자신이 도움을 줄 이웃이 있다는 것에 저자는 마음이 푸근해진다. 또 집에서 거둔 앵두며 달걀을 공동체 밴드를 통해 내다 팔고 손재주 있는 막내가 만든 액세서리를 마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거나 파는 것은 도시에선 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교외 생활을 예찬한다고 저자가 도심 아파트 생활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어려 교육 문제 등을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시기였기에 망설임 없이 지금 집에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개를 키우는 마당 있는 집을 바랐던 아들과 달리 중학생인 딸은 "편세권"을 외치며 도심 생활을 동경하니 아이들과 저자의 생각이 똑같은 것도 아니다. 아이들 어릴 때 시골살이는 여러모로 이점이 많다는 정도다.

 

지금 사는 집 일대가 재개발로 크게 바뀔 모양이고 저자가 사는 집도 집주인이 매물로 내놔 오랜 시골 단독 주택 생활을 정리해야 할 때가 다가온 듯하다. 이제 저자는 다른 전원생활을 꿈꾸고 있다. 지긋지긋한 풀과 싸우지 않기 위해 화단은 작게, 창고와 실내 수납장은 넉넉하게, 택배원들 고생 안 시키도록 평지에 있는 집이었으면 한다. 무엇보다 오래된 집이 아니길 바란다.

 

*

 

신순화 - 1971년 출생.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했고 사회에서는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2005년부터 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으며(누적 방문 400만 회), 현재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한겨레신문사가 만든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에 필진으로 참여했다. 저서로 [두려움 없이 엄마 되기], [꽃과 풀, 달과 별, 모두 다 너의 것] [해리 포터를 읽는 시간]이 있다. 십이 년 전 아파트를 떠나 마당 있는 시골집으로 와 남편과 세 아이, 개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열댓 마리 닭과 마당을 오가는 길냥이 여러 마리와 함께 지내고 있다. 매일 한 가지라도 새로운 사실을 알고, 매일 몇 문장이라도 새로운 글을 쓰며 사는 게 꿈이다.

 

 

[박형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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