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은 사랑 이야기: 오페라 '사랑의 묘약' -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

현대적으로 변용된 오페라 '사랑의 묘약’
글 입력 2022.11.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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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2022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강동아트센터에서 상연되었다.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은 서울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올해 7회를 맞이하였으며, 서울시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공연장에는 많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과 남녀노소 관객들이 있었으며, 작년 서울오페라페스티벌보다 훨씬 더 활기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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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사랑의 묘약>(L’elisir d’amore)은 가에타노 도니제티가 펠리체 로마니의 대본을 바탕으로 작곡한 2막짜리 작품이다.

 

19세기 이탈리아 바스크 지방 시골의 젊은 농부 네모리노는 아름다운 지주의 딸 아디나를 사랑하지만,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녀 때문에 속상해한다. 그러던 중 나타난 군인 벨코레가 아디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아디나는 그의 적극적인 구혼에 생각해 보겠다고 말한다.

 

이에 초조해진 네모리노는 자신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떠돌이 약장수 둘카마라에게서 사랑의 묘약을 구입한다. 하지만, 사기꾼이 파는 단순한 포도주였기 때문에 그는 아디나가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 하에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지만, 아디나는 그런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뿐이다.

 

한편 아디나는 이미 네모리노에게 마음이 있었지만,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질투를 느끼고 자신에게 청혼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벨코레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그날 밤 결혼식을 하기로 한다. 이에 절망한 네모리노는 둘카마라에게 가서 더 강한 효과를 가진 사랑의 묘약을 달라고 한다. 이전에 약장수가 준 사랑의 묘약은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효과가 발휘되는데, 결혼식은 당장 오늘 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사랑의 묘약을 산 네모리노는 돈이 없었고, 이에 약장수는 그에게 돈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절망한 네모리노 앞에 벨코레가 나타나 당장 군인이 되면 돈을 줄 수 있다고 말하고, 이에 네모리노는 사랑을 위해 군인이 되기로 서명한다. 이 돈으로 사랑의 묘약을 산 네모리노는 다시 마을로 향한다.

 

이때 그가 친척에게서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아 부자가 되었다는 소문이 퍼지고, 이에 여자들은 그에게 관심을 표한다. 하지만 이런 속 사정을 알리 없는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 효과 덕분이라고 믿고, 아디나를 찾아간다. 한편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자신의 마음을 얻기 위해 군대에 들어갈 생각까지 했음을 알고 감동한다.

 

벨코레에게서 그의 군 입대 계약서를 찾아온 아디나는 네모리에게 그것을 내밀고 그녀는 그의 청혼을 받아들이며 행복한 결말로 극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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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카페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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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단연 의상이었다.

 

의상은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습(최근 인기 있었던 한 카페의 인테리어가 생각났다)이었으며 남자 주인공인 네모리노와 몇몇의 인물들은 얼굴을 하얗게 칠하고 있었다. 마치 마임을 하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실제로 이런 인물들이 우스꽝스러운 움직임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언극의 효과를 차용한 것으로 보였다. 이런 의상을 통해 마치 그림 속의 인물들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었다.

 

오페라를 관람하면서 ‘왜 이런 식으로 의상을 표현했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의상이 주는 효과는 바로, 시대와 공간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사랑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초월하는 소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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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작품은 19세기 이탈리아 바스크 지방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무대에서는 이를 전혀 느낄 수 없었으며 단지 한편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이를 위해 의상뿐만 아니라 무대 또한 현대적으로 꾸몄으며, 배경을 특정하지 않기 위해 하트 모양으로 이루어진 전구 대도구와 회전무대 위 계단 만을 사용했다.

 

덧붙여, 인물 간의 계급이나 신분, 직업 등을 지웠다. 이에 아디나는 지주의 딸이 아닌,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현명한 여자로, 네모리노는 그냥 한 남자로 묘사된다. 오직 벨코레만이 동일하게 군인으로 나온다. 이를 통해 다소 진부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계속해서 회자될 수 있는 이야기이며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임을 보여줬다.

 

현대 오페라에서는 연출의 역할이 예전보다 부각되며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본 작품은 연출에 따라 이미 익숙한 작품이 어떻게 색다르게 변주될 수 있는지, 연출에 따라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오페라에서도 가벼운 분위기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사랑의 묘약>의 ‘사랑’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비이락의 사랑’, ‘순수하다 못해 바보 같은 사랑’이라고 말이다. 사랑의 묘약은 실제로 효과가 없는 싸구려 포도주였지만,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처럼 네모리노가 유산을 상속받게 되면서 마치 사랑의 묘약의 효과가 나타난 것처럼 보인다.

 

네모리노는 매우 순수한 인물로서 어찌 보면 바보 같은 면도 있다. 하지만, 아디나를 향한 일편단심의 순수한 사랑, 사랑을 위해 자신의 자유까지 포기하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인으로서 현대와는 다소 상반되는 사랑의 모습에 입안에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오랜만에 이렇게 해피엔딩이고, 순수하면서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을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노래 또한 벨칸토 창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작품인 만큼 아름다운 선율과 풍부한 성량으로 이루어져 있어 듣는 귀가 즐거웠다.

 

관객들 중 아이들이 정말 많았는데, 이렇게 오페라 축제를 통해서 다양한 계층의 관객들이 오페라를 즐기고, 그 매력에 취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김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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