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찰나의 순간에서 영원의 본질을, 우리가 마주한 찰나 [전시]

일상의 순간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전시
글 입력 2022.11.2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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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작가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전시에 다녀왔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했던 2022 소장품 교류기획전 <우리가 마주한 찰나>이다. 이 전시는 수원시립미술관을 포함한 10곳의 국공립미술관 소장품을 교류하여 여러 작가들과 다양한 작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다. 현재 교류기획전은 끝났지만, 각각의 미술관에서 여전히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삶을 살면서 지나치는 것들이 참 많다. 작가들은 지나치는 그 순간을 포착하여 하나의 이미지로 발견해낸다. 우리는 작가의 감각을 통해 세상을 조금 더 특별하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포착은 다양한 영감의 순간이 되기도 하고, 그 찰나는 우리의 길을 비춰주는 빛이 되기도 할 것이다.

 

 


인간의 근원, 자연


 

자연은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고, 우리를 지탱하기도 한다. 자연은 예술가에게 시각적인 영향을 넘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이다. 1부 "자연" 파트에서는 우리 주변의 환경을 이루는 자연을 소재로 작가의 시선을 담는다. 자연을 본인의 시각으로 배치하고 재구성하는 시도들이 이어진다. 그들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당연하게 여겨왔던 자연 풍경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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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운 작가는 이름에 구름 운 자가 있는 운명적으로 구름에 이끌렸던 구름을 그리는 작가다. 그가 만들어내는 구름은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자, 창조의 근원이라고 한다. 그의 대표작 <공기와 꿈>에서 구름은 캔버스에 염색한지를 잘게 덧붙여 만들었다.

 

가까이서 보면 한지의 조각 모양을 확인할 수 있다. 하나의 조각들은 각각이 모이고 쌓여 색채를 나타내고 결국 구름이라는 하나의 모양을 드러내게 된다. 구름을 수많은 한지로 겹쳐 반복적으로 표현하는 행위는 수행과도 같아서, 작품을 제작할 때 작가는 자기 자신을 비우고 자연스레 자연에 스며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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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호는 대지를 배경으로 작업하는 사진작가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과 나무 시리즈를 선보였는데, 새로운 시각이 인상 깊었다.

 

나무 시리즈는 나무 뒤에 하얀색 무명천을 설치하고 이를 촬영한 작품이다. 마치 자연에 있던 나무를 캔버스에 옮겨온 것 같다. 흰 무명천을 설치함으로써 땅과 풀과 함께 있어야 할 나무를 배경과 단절시켜 나무의 자연적인 맥락을 제거하였다.

 

하얀 바탕 위에 나무를 옮겨놓는 순간 나무는 다른 차원의 대상이 된다. 나무로서의 자연적 역할은 잠시 놓고 예술적 대상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지를 재현하는 행위를 통해 예술의 본질에 대해서 질문을 던진다.

 

나무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가져온 작품도 있다. 수원 팔달산 정상의 서장대를 촬영한 <문화유산 #3_서장대>다. 서장대의 본래 역할은 군사지휘소다. 그러나 이 서장대는 하얀 천 앞에 놓임으로써 본래의 기능은 사라지고, 우리는 서장대 건축물 그 자체에 집중하게 되며 조형미와 건축적 구조에 주목하게 된다.

 

이명호의 스튜디오는 어느 곳이든 스튜디오가 된다. 하얀 여백으로 남겨진 자연 그 자체를 보며 우리는 자연을 사유의 대상으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


 

2부 '인간'에서는 우리 인간이 일상, 사회 현실, 문화와 같은 시대 속에서 마주하는 사건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다루었다. 작가들은 신화, 도시, 집단 등 그가 살아온 다양한 배경을 표현하고 작가만의 생각과 시선을 보여준다.

 

한 인간을 하나의 소우주라고 본다면, 인간이 던진 질문과 생각은 그 소우주가 돌아가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각자의 소우주를 창조해 내고 우주가 돌아가게 만든 원동력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는 기억 앞에 선 관람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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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듀오 뮌은 영상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작업을 기반으로 도시와 군중, 집단과 개인의 관계에 관심을 보여주는 듀오다.

 

작품 <오디토리움 (템플릿 A-Z)>에서 오디토리움은 객석을 의미한다. 캐비닛에서 45개의 오브제들이 조명에 따라 하나의 장면으로 벽에 일렁인다. 이는 마치 극장에 들어온 것과 같이 환상적인 장면으로 색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그러나 연관성을 보자면 캐비닛에 배치된 사물들은 사실상 관계성이 없는 잡다한 조합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개인과 집단의 기억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캐비닛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맥락이나 주제를 찾을 수 없다. 동시대 일어난 이슈들을 개인이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수집한 뒤 45개의 장면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우리의 기억은 마치 연극과 같이 조작이 전제된다. 연결되지 않은 수많은 기억들이 비추고, 우리는 기억이 맞춰놓은 사건들 앞에 서서 기억을 되짚어보고 있다. 같은 시대를 보냈지만 모두 각자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그 시대. 기억에 대한 의문은 곧 주체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의 기억이 왜곡되었다면 과연 나는 존재할까? 이로써 인간은 기억이라는 극장 앞에 앉은 관람객이라 볼 수 있다.

 

**

 

작가가 포착한 영감의 순간들은 우리가 주변을 바라볼 때 새롭게 다가올 수 있도록 영감을 가져다준다. 작품은 색다른 관점과 실험적인 작품들로 우리가 새로운 환경과 상호작용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그들의 남다른 감각을 빌려 일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면서 새로운 감각을 얻어 갈 수 있다.

 

현대작가들의 작품을 관람한 후, 찰나의 순간에 담은 소중한 의미들이 영원의 유의미한 본질로 자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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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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