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류의 끝은 제거가 아닌 부활, 이찬혁의 [ERROR] [음악]

어떤 오류가 있었기에 이찬혁은 죽어야만 했나
글 입력 2022.11.17 14:1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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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동뮤지션의 기타 치고 노래 만드는 걔, ‘다리꼬지마’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이찬혁이 지난달 17일 솔로 앨범 [ERROR]로 새로운 서막을 열었다. 발매 당일 마포구에서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그는 “이전 악뮤의 캐릭터가 죽고, 다시 깨달은 이찬혁이 새로 태어난 걸 알리기 위한 것”이 앨범 [ERROR]라고 언급했다.


어떤 오류가 있었기에 이찬혁은 죽어야만 했나. 모든 것은 전 앨범 [Next Episode]의 노래 ‘벤치’에서 시작된다.


 

가끔은 벤치 따위에 누워 하루만 잠들었다가 깨면

 

모든 것이 내게 사라진 채로 거리를 걷고 싶어

(중략)

난 평활 원하기 때문에 사랑하고 싶기 때문에

이른 아침 벤치 위에서 깨어나 모든 걸 잊고 있어

 

 

‘벤치’에서는 자유와 사랑을 최고 가치로 여기며 그 감정만 있다면 벤치에서 살아도 좋다고 노래한다. 그런데 이번 앨범을 준비하며 “내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나는 그것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됐다.”고 한다.


앨범은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이 차에 치인 악뮤 걔를 발견하는 ‘목격담’으로 시작해 ‘사이렌’을 들으며 구급차에 실려 가고 죽음 직전에 ‘파노라마’처럼 인생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외친다.

 

 

이렇게 죽을 순 없어

 

 

사실 이찬혁에게 죽음이란 그리 생소한 주제가 아니다.

 

소설 ‘물 만난 물고기’에서는 “죽음이 누군가에게는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끝’이 아니라면 그에게는 슬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으며, 같은 세계관을 가진 동명의 노래 ‘물 만난 물고기’에서도 “그는 동경했던 기어코 물을 만나서 물고기처럼 떠나야 했네”라고 하며 애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 곡 ‘장례희망’ 또한 천국에서 함께 춤을 추고 뛰며 노래하는 내용이다. “모두 여기서 다시 볼 거라는 확신이 있네”라는 가사는 죽음을 영원한 이별로 보지도, 두려워하지도 않는 것 같다. 사후세계에 확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미련을 앞세운 노래를 타이틀로 꼽은 이유가 궁금했다.


앨범의 설정은 갑작스런 죽음이다. 오늘, 당장, 갑자기,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죽게 된다면, 죽음을 많이 생각해봤던 사람이라도 시간을 더 달라고 빌 수밖에 없어 보인다.

  

몇 년 사이 이찬혁이라는 사람의 이미지는 크게 달라졌다. 여기저기서 “수현이가 참아준다” “이찬혁 하고 싶은 거 다 하지 마”라는 말이 빈번하게 들려온다. 정작 가까이서 많은 시간을 보낸 사람인 이수현은 “저는 오빠가 변화했다고 느끼진 않고요 (중략) 되게 많이 참아왔었던 걸 제가 알고 있었고…”라고 반응한 바 있다.


참았던 걸 분출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대중은 갑작스럽게 변화했다. 악뮤의 이찬혁이 죽은 것이라는 곡 설명을 생각했을 때, 시간을 유예하고픈 간절함은 그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는 발악이지 않았을까.


많은 사람이 그의 노래를 천재적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그의 퍼포먼스를 조롱했다. 이 모순 사이에서 이찬혁은 새로운 작업물과 자기 자신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지켜야 했을 것이다. 예전의 ‘악동뮤지션’과 ‘이찬혁’에서 발견한 균열을 조롱하고, 제한하고, 제거하고 싶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이찬혁은 음악을 하던 ‘아이’는 잊으라는 듯이 더 파격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길거리에 앉아있고, 인터뷰에 응하지 않고, 관객을 뒤로하고, 노래를 부르며 삭발하는 모습은 오류를 더욱 극대화하고 이게 새로운 나라고 말하는 듯하다.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말하는 것을 없애지 않고, 오히려 이용하여 새로운 이찬혁을 탄생시켰다.

 

새로운 이찬혁의 탄생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다. 만약 내가 죽기 직전이라면 어떤 행동을 할까, 어떤 것을 가장 간절해할까. 그렇다면 현재의 나 또한 그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겨야 할까?

 

사실 정말로 죽음을 앞두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내 삶에서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새로 탄생한 이찬혁은 또 어떤 생각을 참신한 방법으로 전달할지 기대하며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 이찬혁 하고 싶은 거 다 해!

 

 

 

정예지.jpeg

 

 

[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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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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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킷리스트
    • 저도 한국 가요계에 균열을 내고 본질을 던지는 이찬혁을 응원합니다. 이찬혁 하고 싶은 거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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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메리카노
    • 이찬혁 하고 싶은 거 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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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찬혁앓이
    • 진짜 소름돋을정도로 멋있다. 찬혁아 하고싶은거 제발 다 해줘.
      진심 멋있다. 천재야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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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oco
    • 정말 가치 있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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