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완벽한 동물 공화국은 만들어질 수 있는가 [문학]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읽고
글 입력 2022.11.12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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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체계를 잡으려 하는 사람은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만큼의 책임감과 명확한 동기와 모두가 납득이 가능한 체계를 가지고 사람들 앞에 나선다.

 

앞에 나선 이가 사람들을 생각하는 선한 동기로 나왔다면 다수의 지지를 받으며 체계는 구체화 될 것이다. '메이저'가 그랬다. 메이너 농장의 늙은 돼지 '메이저'는 농장주 존즈가 자러 들어간 사이 농장의 동물들을 모아 두고 연설한다.


 

인간은 우리의 진정한 적이자 유일한 적입니다.

 

- 조지 오웰, 동물농장 中

 


 

동물들은 결코 인간을 닮아서는 안 된다.


 

메이저는 인간과 동물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이해관계가 자연의 체계와 다르다고 주장하며 인간은 그들이 직접 생산하지 않고 자신들을 착취해 소비만 하면서도 자신들의 주인이라는 점을 짚어주었다. 그리고 인간에게 빼앗긴 것들을 나열하며 인간은 적, 다른 모든 동물은 동지이며 평등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농장의 모든 동물에게 '잉글랜드의 짐승들'이라는 노래를 알려주며 동물들에게 자유를 인간들에 대한 해방 의식을 심어주었다. 이후 메이저는 흙으로 돌아가고 다른 동물들이 주인이자 인간인 존즈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고 메이저의 가르침에 대해 이해할 때쯤 반란이 일어났다. 먹이를 주지 않아 화가 난 동물들이 곳간을 박살 내고 그것을 막아보려던 존즈는 흥분한 동물들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다른 일꾼들과 도망가버렸다. 동물들이 반란에 성공한 것이다!

 

반란에 성공한 동물들은 돼지인 나폴레옹과 스노볼을 필두로 벽에 일곱 계명을 써넣으며 농장의 이름을 동물농장으로 바꾸고 동물들의 농장으로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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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두가 괜찮았다. 자신들이 직접 수확하고 분배했기에 존즈가 주던 것보다 많은 양의 먹이를 먹을 수 있었다. 일요일마다 일을 쉬고 회의를 열었다. 그들만의 깃발을 게양하고 다음 주에 할 일을 계획하고 토의했으며 투표를 통해 진행되었다.

 

하지만 동물들이 결의안을 내지는 않았다. 그들은 아직 많은 글을 익히지 못했고 돼지들이 주로 결의안을 제출했다. 직접 주장을 하진 않지만, 이전보다 만족스러운 일상이었다. 존즈씨가 자신의 농장을 되찾기 위해 다른 일꾼들과 함께 쳐들어왔지만, 동물들은 용감히 그들에게 맞서 싸웠다. 인간들에게 가장 용감하게 맞선 복서와 스노볼에게는 훈장이 주어졌다. 모두가 행복했다. 모든 동물이 만족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나폴레옹과 스노볼은 다른 동물들보다 자주 의견을 내었지만 그들의 의견은 항상 달랐다. 누군가 의견을 내면 다른 쪽에서는 반드시 반대했다. 이러한 의견 충돌이 극에 달한 사안은 풍차 건설이었다. 겨울이 오고 스노볼은 존즈의 집에서 발견한 책들로 풍차 건설 계획을 세웠다. 직접 설계도를 그리며 지금 하는 일을 3회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을 풍차 건설에 쓰자고 주장했다. 나폴레옹은 그럴 시간에 식량이나 증식하자고 했다.

 

그들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회의 날 투표를 위해 스노볼이 달변을 마치자 여론은 스노볼을 지지하기 시작했고 그 순간 특이한 울음소리를 내어 나폴레옹이 비밀리에 키우던 개들이 튀어나와 스노볼을 내쫓아버렸다. 스퀼러를 내세워 여론을 진정시킨 나폴레옹은 이전과는 다른 형태로 그들을 이끌기 시작했다. 독재가 시작된 것이다.


나폴레옹은 농장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주제는 돼지가 내기는 했지만, 결정은 투표로 진행되던 일요일의 회의는 어느새 나폴레옹이 세운 다음 주 계획을 듣는 식으로 변했다. 나폴레옹은 스노볼의 계획이었던 풍차 건설 계획을 진행 시켰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것만으로는 풍차 건설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나폴레옹은 풍차 건설을 위해 인간들과 거래하겠다며 암탉들에게 달걀을 내놓으라고 명령했다. 동물들은 처음의 인간과 거래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기억하는 듯했다. 아니 그렇게 기억한다고 생각했다.

 

다른 돼지들이 항의하려 했지만, 나폴레옹의 개들이 그들을 위협했다. 결국 나폴레옹의 뜻대로 인간들과 거래하게 되었다. 처음의 계명이 깨진 것이다. 이후 나폴레옹을 계명을 모두 깨고 바꾸기 시작했다. 인간들의 집에 들어가 그들의 물건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다른 동물들은 복서를 필두로 열심히 일했지만, 점점 그들의 먹이는 점점 줄어들었다. 돼지들은 변명하며 노동을 회피했다. 또한 농장에서 일어나는 나쁜 일들이 일어나면 스노볼이 했다고 그에게 책임을 몰기 시작했다.

 

동물들 몰래 일어나는 일들은 무조건 스노볼이 했다고 하기 시작했다. 또한 나폴레옹은 그에게 반하는 주장을 한 동물들을 다른 동물들이 보는 앞에서 처형당했다. 어느새 그들이 처음에 만들었던 일곱 계명은 어느새 기존의 뜻에서 완전히 벗어났으며 나폴레옹의 뜻대로 돌아갔으며 동물들은 그에게 노동력을 희생당했다. 가장 앞장서 일하던 복서 또한 희생당했다. 동물들은 이전의 계명에서 벗어났다고 주장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들이 기억한다고 생각했지만, 나폴레옹은 아니라며 개들이 그들을 위협했다.

 

이제 처음의 계명을 기억하는 동물은 거의 남지 않았고 그들에게는 농장을 다시 되돌릴 힘이 없었다. 돼지들은 동물들을 위협하여 그들에게 노동을 강요했고 동물들은 돼지들에게 대항할 수 없었다. 돼지들은 이제 두발로 걸어 다녔으며 인간의 말을 익히고 인간과 대화하고 그들과 술을 마셨으며 그들의 옷을 입고 그들처럼 행동했다. 동물들은 이제 그들이 돼지인지 인간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그들만의 공화국은 사라져버렸다.


인간에 빗대어 표현된 동물들의 이야기가 읽으면 읽을수록 노골적으로 다가왔다. 동물농장이 풍자소설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읽고 나니 세세한 설정과 내용에 빠져 후반으로 갈수록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나폴레옹은 완벽히 부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의 행적을 읽고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구역질이 올라왔다. 돼지라는 동물이 게으름, 더러움, 멍청함 등 부정적인 형태로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어 나도 모르게 그런 이미지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돼지는 굉장히 영리하고 사회성 있는 존재라는 걸 책에 대해 알아보며 알게 되었다. 그러한 존재이기 때문에 나폴레옹이나 메이저를 돼지라는 동물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영리하지만 부패한 이중적인 모든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처음은 항상 괜찮다. 체계를 만들고 집단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선한 동기와 평등을 주장한다면 말이다. 그의 진심을 사람들도 알아줄 것이고 그의 행동이 다른 이들에게 큰 감명을 줬다면 처음의 의지가 먼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해왔다. 체계가 구체화 되고 동기가 선하다면 그 단체는 괜찮을 거라고 말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자신을 믿고 그 자리에 앉혀준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바르게 이끌어갈 거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세상은 생각보다 각박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선한 사람만큼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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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지키는 것. 그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몸에 나쁜 게 맛있고, 잉크 한 방울이 물을 다 흐리는 것처럼 부정에 익숙해지면 그만큼 편한 것이 없었고 선함을 가지고 있어도 심지가 굳이 못 하면 부정에 휩쓸리기 쉽다. 시대는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빌미로 체계를 자신의 이익대로 변화시키려 하는 사람은 언제나 등장해 체계를 뜯어고친다. 욕심은 눈과 귀를 가리고 두려움을 만든다.

 

만약 내가 단체를 설립하거나 회사를 세운다고 다면 초심을 지킬 수 있을까. 나의 욕심을 억누르고 나를 집어 삼키려는 이들에게서 사람들을 지킬 수 있을까.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었다.


 

[빈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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