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국가 애도 기간 공연 취소, 마땅한가? [공연]

왜 애도를 강요받는 시대에 온 걸까
글 입력 2022.11.12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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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태원에서 비극적인 압사 사고가 일어났다. 젊은 영혼들이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다. 사건이 벌어진 다음 날 정부는 7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하였으며, 여러 공연과 프로그램 등이 잇따라 취소되었다.

 

국가 애도 기간은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국가의 중요 인물이 세상을 떠났을 때 등 사회로부터 전반적인 추모가 필요할 때 선포되곤 한다.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는 공감 효과가 높은 장소와 사람들에게 발생한 일이기에 많은 국민들에게 트라우마와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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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죽음엔 경중이 없다. 따라서 모두의 죽음은 예외 없이 애도와 추모로 이어져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람마다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하염없이 비탄해 하기도, 누군가는 슬픔을 잊기 위해 문화 활동을 찾기도 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태의 공연 취소는 누군가의 애도 방식을 해치는 것과 별반 다를게 없다고 본다.

 

국민들이 갖게 될 충격과 상실의 슬픔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국가 애도 기간을 갖는 것은 마땅하다. 하지만 애도의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공연을 중단시키는 것이 맞는 걸까? 특히, 요즘 시국 음악이 효과적인 애도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걸 간과한 게 아닐까?

 

사람이라면 유독 힘든 날 두 귀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순간적인 위로로 느껴진 적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음악은 가장 쉽게 감정을 동하고 위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음악을 비롯하여 예술이 우리 삶에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술은 필수가 아닌 선택에 가깝다. 업으로 삼지 않는 이상 삶에 예술이 없어도 충분히 먹고살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삶을 누리고자 선택한 예술은 높은 확률로 우리 삶의 질을 높여주곤 한다.

 

대규모 참사가 일어난 시기야말로 누군가에게 문화예술이 가장 필요할 때가 아닐까? 이러한 점에서 국가 애도 기간으로 인한 공연 취소는 다소 불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사태로 공연계 종사자는 비극적 참사와 생계와 직결된 공연 취소의 좌절감을 동시에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충격으로 뒤덮인 시국, 누군가에겐 위로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공연을 단순 유흥으로 치부하여 중단시키는 것은 무지성적 대처이다.

 

공연 문화계 업자들은 이번 사건의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아니지만 그렇게 되어버린 점에서 연대책임의 피해자가 되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포한 국가 애도가 시민의 여생을 향유할 권리를 해치는 것은 온전한 애도의 마음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허무하게 생을 떠난 젊은 영혼들의 명복을 기리며, 희생자 가족과 주변인들의 남은 여생에 더 이상 큰 슬픔이 찾아오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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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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