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성이라는 이름의 외계인이 본 세상 [영화]

영화 <언더 더 스킨> (2014)
글 입력 2022.11.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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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간 캐릭터가 등장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탐험하는 영화는 많다.

 

가장 좋아하는 영화를 꼽아 보자면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한 크리스 콜럼버스의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이 있다. 구형 가사 로봇 모델로 탄생해 지식과 성격을 갖추게 되어 인간 세상에 적응하고 인간들과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비단 옛날 SF영화에만 이런 설정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외계+인> 1부에서도 썬더와 가드는 인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해 어딘지 '로봇' 같은,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이런 영화들은 비인간적인 존재가 인간적인 면모를 갖게 되면서 세상에 점점 동화되어가는 따뜻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비인간이 인간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게 되는 외계 생물의 이야기가 있다. 그리고 그 외계 생물은 불행하게도 인간 여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피곤하고 괴로운 일을 많이 겪는다. 그리고 그 모습에서 우리는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발견할 수 있다. <언더 더 스킨>의 이야기다.

 

 

 

<언더 더 스킨>, 모두 난해한 이야기


 

<언더 더 스킨>은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작품으로, 배우 스칼렛 요한슨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배우에게 기대되는 섹시한 이미지와는 다른 역할 수행과 불친절한 영상 문법, 그리고 난해한 스토리 때문에 영화에 대한 평가가 심하게 양극화된 편이다.

 

네이버 영화에 <언더 더 스킨>을 검색해보면 관객 평점이 7.67로 나온다. 제법 괜찮은 점수이다. 하지만 영화평을 봐야지 이 영화에 대한 진짜 반응을 알 수 있다. 베스트 영화평만 봐도, 좋은 평이든 나쁜 평이든 '좋아요'와 '싫어요'가 제법 비슷한 숫자로 있기 때문이다. <언더 더 스킨>에 대한 반응이 얼마나 심하게 나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한편 영화의 IMDB 평점은 6.3, 로튼 토마토에서는 84%이지만, 관객 스코어는 55%에 불과하다. 북미권에서도 영화에 대한 평가가 제법 나뉘는 듯하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은 심오한 해석을 할 수 있어 좋다는 분위기이다. 반면에 부정적인 평가의 경우, 영화 자체가 '친절하지 않다'며 작품의 난해함에 대한 원망까지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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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 더 스킨> 스틸컷 ⓒA24

 

 

 

영화, 선택과 집중의 결과


 

이 영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돌파구가 하나 있다면, 바로 동명의 원작 소설이다. 몇몇은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을 두고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하지만, <언더 더 스킨>은 원작 소설을 함께 보아야 완성이 되는 영화일 수도 있다. 이러한 영화가 많지는 않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같이 책과 함께 보아야만 서로 보완이 되는 이야기이면서, 명작인 경우도 있다.

 

원작 소설에서는 '이설리'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환경, 채식주의, 성차별, 노동 문제 등 사회의 여러 이슈를 총망라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이설리는 고용된 사람이고, 궂은일을 업으로 삼으며, 일을 열심히 해도 항상 가난하며, 여성의 모습으로 남성들을 사냥하며, 그렇게 사냥한 희생양의 '도축'(말 그대로 우리가 가축의 고기를 얻기 위해 살을 찌워 죽이듯)한다. 제법 많은 주제가 한 이야기에 있는 셈이다.

 

반면 영화는 스토리를 친절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하지 않고, 영상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했다. 또한 무엇이든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측면에서도 주제를 성적인 차별의 문제로 집중시킨 듯하다. 다만 주제를 미소지니로 '축소'했다기보다는 그러한 문제를 전 인류의 차원으로 확대해 인간의 못난 모습을 건조하게 관전하는 느낌이다.

 

 

 

이방인이 바라본 인간 세상 - 조감도


 

영화는 비인간 생명체, 인간 세상에서는 '로라'라는 이름을 가진 주인공이 인간 세상에서 보내는 며칠 간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로라의 어떤 여정을 그려 관객이 주인공에게 이입하길 바란다기보다는, 로라가 보내는 건조한 생활을 뚝 잘라내어 그 단면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리고 그 의도에 따라 로라의 생활을 따라가다 보면, 이상하게도 인간 군상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본 인간의 모습은 너무나 거리감이 있어 마치 외계인이 비행접시를 타고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조감도 같기도 하다.

 

로라가 넘어졌을 때 도와주는 사람들, 울부짖는 아이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는 로라, 클럽에서 낯선 로라에게 예쁘다고 찬사를 하며 함께 놀 것을 제안하는 젊은이들, 먹잇감에 연민을 느껴 도살하지 않고 보내주는 로라와 같이, 이방인이 세상을 여행하면서 경험하는 에피소드들, 그 속에서 이방인에게 일어나는 친인간적 변화를 보여주면서 영화는 긍정적인 마무리를 하려는 듯 보인다.

 

그러나 영화는 별안간 '나쁜 인간'의 전형인 성추행범의 일화를 로라의 관점에서 보여주고,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 인간에 의해 어떻게 파멸되는지를 보여주어, 다시 인간에 대한 관객의 거리감을 극대화한 채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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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언더 더 스킨> 스틸컷 ⓒA24

 

 

 

여성이 이방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껍데기를 벗는 주인공을 보고 소름끼쳐하며 도망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 주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이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로라가 인간의 껍데기 아래에 있는 살을 얻기 위해 사냥을 다녔던 것과 대비되면서, '껍데기(Skin)'에 집중하는 인간의 세속적인 모습을 비판한다는 해석을 내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영화 러닝타임 내내 그 껍데기에 집착하는 주요 인물이 모두 남성적인 캐릭터였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이 부분에서 영화가 본격적으로 인류의 역사 차원에서 이루어져 왔던 여성 혐오로 주제를 확장했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라의 캐릭터 설정은 역사 속 여성 혐오적 사실 혹은 신화나 전설이 떠오르는 지점이 많다. 가장 큰 부분은 바로 '남자를 사냥한다'는 설정이다. 바다에서 매혹적인 노래를 불러 뱃사람(주로 남성)을 사로잡던 게 세이렌 아니던가? 영화에서도 여성의 모습을 한 외계인이 남성들을 유혹한 뒤에 '잡아먹는다'.

 

 

 

두려운 이방인


 

다시 영화의 마지막으로 돌아가면, 오프닝 시퀀스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하늘에 재가 피어오르는 장면이 보인다. '마녀사냥'이다. 마녀사냥은 중세 시대에 행해졌다는 여성이 주로 피해자인 살해 관행으로, 종교적 권위를 이유로 행해졌지만 사실상 여성, 특히 과부와 같은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희생이었다.

 

마녀사냥의 이유는 종교적 이유, 감염병의 전파, 혼란스러운 사회적 분위기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모든 사유에 '두려움'이 기반으로 깔려있다고 하고 싶다. 사회가 불확실해질수록 사람들은 명확한 이유를 찾고 그 불안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그렇게 찾게 되는 게 제물이고, 그들을 희생함으로써 불안을 억누르려는 것이다.

 

두려움과 마녀사냥은 지금, 한국에서도 존재한다. 2018년도 급증한 예멘 난민을 거부하는 청원이 70만 명의 동의를 얻었던 시기 한국 온라인에서는 예멘 난민에 대한 두려움을 조장하는 글이 잔뜩 돌아다녔다.

 

고작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었던 초기에도 그렇다. 질병의 진원지인 국가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시설물에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붙어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인터넷에서는 그러한 국가를 혐오하는 발언이 당연하다는 양 퍼지기도 했다.

 

이 모든 혐오와 마녀사냥은 갑작스레 찾아온 변화에 의해 '내가 손해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식의 변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불안과 혼란을 없애기 위한 희생양으로 적합한 것은 바로 이방인이다. 나는 그를 모르기 때문이고, 모르면 모를수록 타자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영화는 여성 혐오적인 인간 세상을 로라의 눈으로 바라본 다음, 결말에서 미소지니의 끝을 보여주는 마녀사냥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영화는 여성을 비롯한 주변인, 이방인을 희생시켜왔던 인류의 역사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친절한 영화는 아니지만, 상당히 고심해서 만들었음을 가늠할 수 있는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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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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