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낭만의 정수를 담은, 박수예 바이올린 리사이틀

글 입력 2022.10.2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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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_최종] 박수예 바이올린 리사이틀.jpg



가을과 겨울 사이 그 어딘가에 있을 11월은 그냥 하늘만 바라보고 있어도 감성이 충전되는 시기다. 이 좋은 때에는 책을 읽어도 좋고, 전시를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그 좋은 때에 음악을 듣는 것이다. 매일의 순간에 내가 느끼는 감정에 더하여 음악의 선율이 더해지는 순간, 이해가 되지 않던 음악도 받아들여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게 가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1월에도 어김없이 음악을 들으러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그렇게 11월에 갈 음악회를 찾다보니 눈에 들어온 음악회가 있었다. 바로 박수예 바이올린 리사이틀이다. 작년에 목프로덕션에서 영입한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신예 아티스트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신예가 아니다. 그는 이미 인터내셔널 음반을 여러장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무대에 그가 꾸준히 오르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박수예가 리사이틀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그의 리사이틀 일정을 보자마자 우선 프로그램도 보지 않고 이 공연은 무조건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의 연주와 일정이 맞지 않아 한 번도 직접 가보지 못하고 영상으로만 접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박수예의 리사이틀을 가야겠다는 마음부터 정하고 프로그램을 봤는데, 프로그램을 먼저 봤더라도 분명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자신의 첫 리사이틀을 위해 그리그, 라벨, 시마노프스키, 브람스 그리고 비에니아프스키라는 풍성한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 동, 서유럽과 북유럽까지 아우르며 낭만 시기의 바이올린 수작들을 선곡한 그에게서 이번 첫 리사이틀을 통해 낭만의 정수를 선보이겠다는 포부가 느껴졌다.


 



PROGRAM


E. Grieg /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Op. 45

그리그 /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다단조, Op. 45


M. Ravel / Violin Sonata No.2 in G Major, M.77

라벨 / 바이올린 소나타 제2번 사장조, M.77


K. Szymanowski / Nocturne and Tarantella, Op.28

시마노프스키 / 녹턴과 타란텔라, Op.28


J. Brahms / Violin Sonata No.3 in d minor, Op.108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라단조, Op.108


H. Wieniawski / Fantaisie brillante on Themes from ‘Faust’, Op.20

비에니아프스키 /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 Op.20

 




이번 공연의 첫 곡인 그리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3번은 그의 바이올린 소나타 세 작품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작곡된 작품이다. 1, 2번을 20대 초반에 작곡한 것과 달리 3번은 40대 중반에 작곡되어 시차가 꽤 있는 편이다. 좀 더 완숙에 가까워진 시점에 작곡되었기 때문인지, 그리그는 바이올린 소나타 중에서 이 작품을 가장 높게 여겼다고 한다. 1번이 천진난만하고 2번이 민족주의적이었다면, 3번은 이를 넘어선 더 넓은 음악세계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왜 그리그가 이 작품을 각별히 여기는지를 알 수 있다.


그리그의 특징은 다채로운 선율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바이올린 소나타 3번에서도 이렇게 짧고 다채로운 선율들이 분주히 얽혀드는 것을 볼 수 있다. 1악장 알레그로에서부터 이미 무곡조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시작부터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약동하며 열정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이를 뒤잇는 알레그레토에서는 환기하여 부드럽고 서정적인 선율이 노래처럼 펼쳐진다. 중간에 노르웨이 무곡풍의 선율이 삽입되기도 하는 이 2악장은 확실히 낭만주의의 감성이 잘 드러나 있다. 마지막 3악장은 무곡조로 시작했다가 느린 가곡풍의 전개가 나타났다가 코다에 이르러 끝나면서 생기 넘치는 피날레를 보여주도록 되어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두 번째 곡으로 라벨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을 선곡했다. 이 작품은 재즈와 블루스를 클래식 음악에 수용한, 아주 혁신적인 작품이다. 라벨은 재즈의 어법과 블루스의 기교와 진행을 받아들이기 위해 4년의 시간에 걸쳐 이 작품을 작곡했다. 그리고 기념비적인 이 작품의 초연을 본인이 피아노를 맡고 에네스쿠가 바이올린을 맡아 무대에 올렸다. 작품의 선율도 신선한데 그것을 이 어법을 충분히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두 비르투오소의 손끝으로 만났으니 음악계가 새로운 충격에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1악장 알레그레토는 분명 경쾌한 분위기로 시작한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선율은 아주 변덕스러워지고 예측불가해진다. 이 난해한 대목을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라벨은 최대한 형식은 간결하게 하고 음색을 다채롭게 하여 표현하고 있다. 2악장에서는 바이올린의 블루스풍 선율이 백미다. 블루스풍이라 말한 것은, 당시 1920년대 미국의 블루스를 재현한 것이 아니라 라벨이 모방하여 재창조하였기 때문이다. 굉장히 독특하고 매력적인 악장이다.


이를 뒤잇는 피날레에서는 바이올린의 무궁동(Perpetuum mobile)을 원없이 볼 수 있다. 날카롭고 긴장감 어린 바이올린의 전력질주 사이로 피아노의 독특한 리듬이 겹쳐지면서 정교한 선율의 진행이 주는 오묘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악장이다. 피날레에서 쉬는 순간 없이 끝없이 질주할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의 연주가 어떨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


세번째로 연주될 작품은 시마노프스키의 녹턴과 타란텔라다. 카롤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작품 중에서도 손꼽히게 사랑받는 이 작품은 굉장히 재밌다. 녹턴이면 녹턴이고 타란텔라면 타란텔라지, 왜 두 가지를 굳이 엮었을까. 곡의 유형만 놓고 봤을 때 차분하고 활기참으로 대비가 명확히 되는 두 악장을 굳이 엮어서 만든 것은, 카롤 시마노프스키가 술에 취한 밤중에 이 작품의 작곡을 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악장마다 분위기가 상반되는 것은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제목에서까지 녹턴과 타란텔라를 엮은 걸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작품은 녹턴 악장과 타란텔라 악장으로 구분되어 있다. 다소 의아한 것은, 녹턴 악장이 과연 녹턴이 맞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굉장히 동양적이고 이국적인 선율로 시작하는 녹턴은 평온한 밤을 그리기보다는 어딘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 같은 밤의 한 장면을 그리는 듯하다. 더군다나 녹턴 악장에서 펼쳐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리듬감 넘치는 선율은 상당히 독특하게 와닿는다. 일반적인 녹턴이라기보단 천일야화에 어울릴 법한 녹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타란텔라 악장은 녹턴에서도 살아있던 리듬감이 무곡답도록 더욱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주저할 것 없이 열정을 가지고 전개되는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선율은 함께 격정적으로 얽혀든다. 낭만과 현대의 경계에 서 있었던 카롤 시마노프스키다운, 결코 평범하지 않은 화성으로 이루어지는 타란텔라이기에 비범하다. 과연 박수예와 일리야 라쉬코프스키가 어떻게 얽혀들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박수예 02-0317 ⓒJino Park.jpg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Jino Park

 

 

박수예는 이번 무대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도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리사이틀에서 그가 선보일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바로 3번이다. 개인적으로는 2번을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2번을 연주해 주었어도 너무 좋을 것 같지만, 좀 더 깊은 감정이 담겨 있는 3번이 그가 국내 무대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브람스로도 잘 어울릴 것 같아 선곡이 납득이 갔다. 3번 소나타를 작곡하던 당시, 브람스는 친구의 죽음을 겪거나 병환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아야 했기에 힘들었던 그 시기의 인생을 이 작품 속에 녹여내어 브람스 특유의 사색적인 명상과 어두운 감성을 극적으로 조화시켰기 때문이다.


브람스는 3번 소나타를 유일하게 4악장 구성으로 작곡했다. 1악장은 열정적인 1주제와 2주제로 인상적이다. 그 뒤를 잇는 2악장에서는 브람스가 선보이는 서정성에 녹아내리게 될 것이다. 감성은 풍부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그래서 너무나 우아한 2악장은 이번 공연의 여러 악장 중에서도 손꼽히게 아름다울 것이다. 뒤잇는 3악장은 짤막한 스케르초 악장으로 1악장과 2악장을 넘어 잠시 익살스러운 재미와 함께 쉬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뒤에 나올 4악장 프레스토가 매우 격정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타란텔라풍의 4악장은 1악장의 열정을 재현하여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최대한 끌어내도록 격돌하게 만든다. 브람스가 확장시킨 바이올린 소나타의 아름다움을 목도하는 순간이 될 것이다.


*


리사이틀의 대미를 장식할 작품은 바로 비에니아프스키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이다. 이 작품을 선곡한 것으로 미루어보아,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이번 리사이틀에서 자신을 만날 국내 관객들에게 자신의 비르투오소적인 면모를 확실히 각인시키고자 하는 듯해보인다. 낭만으로 구성한 이번 공연의 화룡점정을 바이올린의 매력을 극대화시킨 비에니아프스키의 작품으로 선보인다는 것은 그런 의미이기 때문이다.


비에니아프스키의 파우스트 주제에 의한 화려한 환상곡은 공허함과 절망감으로 시작해 애정어린 마음과 과시욕을 거쳐 사랑으로 변해간다. 그 사이사이를 수놓는 바이올린의 주선율은 부드럽고 유려했다가도 마디 마디를 변화무쌍하게 채우는 기교들로 화려하다. 바이올린의 존재감이 이번 리사이틀에서 예정된 그 어느 곡보다도 돋보이는 작품이기에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선보일 표현력과 기교가 온전히 홀을 가득 채우게 될 것이다. 이미 유럽 무대에서 풍부한 표현력과 눈부신 테크닉 그리고 섬세하고도 성숙한 연주로 인정받은 그가, 과연 어떤 연주로 마지막 순간까지 관객들을 사로잡을까.



박수예 01-0136 ⓒJino Park.jpg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Jino Park

 

 

박수예는 4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하여 2009년부터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악대학에서 울프 발린 교수를 사사, 현재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스승의 가르침대로 콩쿠르가 아닌 음반과 공연으로 본인의 음악세계를 확장시키며 16 세에 BIS레이블로 파가니니의 카프리스 전곡을 녹음한 데뷔 음반을, 17세에 두 번째 음반 ‘사랑의 인사’를 발매했다. 2021년 발매한 박수예의 세번째 음반 ‘세기의 여정’은 영국 그라모폰 잡지에서 ‘이달의 음반’ 및 ‘올해의 음반’으로 재조명되어 세계적인 주목과 함께 박수예를 BIS의 간판 아티스트로 자리매김시켰다. 2021년 여름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가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정기무대에서 협연하였으며 음반으로 녹음되어 2022년 8월 발매되었다. 박수예는 전곡 시마노프스키 바이올린 음반 발매도 함께 앞두고 있으며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에 무려 다섯장의 인터내셔널 음반을 발매하게 될 독보적인 아티스트로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리사이틀을 위해 박수예는 수많은 국내 실내악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는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를 파트너로 세웠다. 과연 국내에서 선보이는 첫 리사이틀을 통해,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는 낭만의 무엇을 우리에게 전해줄까. 그의 손끝에서 피어날 가을의 아름다운 낭만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2년 11월 4일 (금)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박수예 바이올린 리사이틀


R석 60,000원 / S석 40,000원

약 100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목프로덕션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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