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통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 - 끼니 [도서]

글 입력 2022.10.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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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드셨던 음식이 뭐였나요?


책의 첫 문장과 마주하자마자 숨이 막혔다. 나는 '가장'이라는 부사가 붙은 질문에 답하는 것이 어렵다. '가장'이라는 부사가 한 사람이 살아온 인생을 대변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나에게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던 게 뭐니? 내가 어떤 음식을 말했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대답을 들은 그의 반응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기억한다.


혜정이는 아직 '진짜' 맛있는 음식을 못 먹어봤구나? 어떻게 그게 '가장' 맛있는 음식일 수 있어?


나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정말로 궁금해서 물어본 게 아니구나, 나를 평가하려고 물어본 거구나. 그날 이후 나는 일상적인 대화 중, 남이 나에게 물어볼 만한 '가장 좋아하는 OO'에 답할 답변 몇 가지를 정했다. 솔직한 답은 아니지만 아주 거짓은 아니었다. 좋아하는 항목 중 가장 무난한 것을 답변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작가의 한 문장이 불러온 과거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페이지를 넘겼다.

 

어떤 것이든 다 좋습니다.

추리셨나요?

다 하셨나요?

무엇입니까? 답이 나왔나요?

답이 안나왔나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독자님은 충분히 행복하셨을 테니까요.

 

아, 작가는 '가장'이라는 부사로 내가 음식으로 인해 행복했던 기억을 톺아보길 바랐구나. 사실 '가장'이라는 부사는 이렇게 사용하는 게 맞는데,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같은 주제의 것들을 쭉 나열하고 곱씹으며 으뜸을 가려내야 하는 건데 그간 나는 너무나 바랜 의미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이어진 작가의 고백에 마음의 경계가 스르르 풀렸다. 이런저런 이유로 요리사가 되지 못한 글쟁이가 자신이 여전히 좋아하고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소재를 선택했다고 한다. 쓰는 사람도, 읽는 사람도 행복한 글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 소망을 단단하게 다져주는 첫 문장은 나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맛있게 드셨던 음식이 뭐였나요?

 

단 3쪽으로 경직된 독자를 무장해제 시킨 작가는 보따리를 내려놓고 밥을 먹다 생긴 에피소드들과 식당에서 마주친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끼니

1. 아침, 점심, 저녁과 같이 날마다 일정한 시간에 먹는 밥. 또는 그렇게 먹는 일.

2. ((수량을 나타내는 말 뒤에 쓰여)) 밥을 먹는 횟수를 세는 단위.

 

사전적 의미가 말해주듯, 끼니는 일상적인 삶의 한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작가가 '끼니'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음식보다는 '삶'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초밥집 커플, 롯데리아 청년, 회전초밥 집 외국인 등 작가가 끼니를 때우다 마주친 사람들의 별나고도 재밌는, 때론 안타까운 이야기 총 47편이 수록되어 있다.


나에게 끼니란 때마다 주린 배를 달래기 위해 음식을 넣어주는 의무이자 하루를 구성하는 하나의 절차이다. 딱히 미식을 즐기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한 대로 때가 되면 배가 고파 속이 시끄러우니 음식을 먹는 행위에만 집중할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신기했던 건, 끼니와 관련된 일련의 에피소드를 작가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책을 읽다보면 테이블에 앉아 있는 작가를 주축으로 주변의 상황이 눈 앞에 그려지곤 했다. 그래서 나도 책을 읽은 이후 끼니때마다 의식적으로 시야를 넓혀 주변을 관찰해 보았다.


튈지 모른다며 먼저 앞치마를 가져다 주시는 사장님, 인원이 많은 우리를 위해 본인의 테이블을 하나 더 내어주시던 혼밥 손님 등 이전에는 의식하지 못하고 무심코 응하던 것들이 특별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끼니는 우리의 일상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어떻게 살지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조금은 다른 관점으로 대한다면 매일 똑같다고만 느꼈던 일상이 색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



끼니_표1.jpg

 
 
[김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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