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간, 공간, 만남 - 디어 마이 라이카

글 입력 2022.10.11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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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꿈을 꾼다.

어떤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지만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고,

무엇인가 상실했다는 느낌에 눈물만 흐른다.


꿈에서 깬 라이카는 아무런 기억이 없다.

K박사에 의해 자신이 우주비행사이며 동면 상태로

지구와 닮은 별 야사B 행성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다.


드디어 도착한 야사B 행성.

그런데 그곳에는 이미 인류의 흔적이 있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우리보다 먼저 온 거지?


- 시놉시스


 

<디어 마이 라이카>는 한국콘텐츠진흥원-2021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스토리부문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SF 뮤지컬이다. KT&G 상상마당 창작 뮤지컬 지원사업 - 상상 스테이지 챌린지에 선정되어 KT&G 상상마당 대치 아트홀에 극을 올리고 있다.

 

나는 지난 10월 2일 일요일 오후 2시자 공연을 관람했다. 캐스팅 보드에는 라이카 역에 강정우 배우, 벨카 역에 김지훈 배우, K박사 역에 류제윤 배우가 올랐다. 극의 대표 카피인 ‘시간을 넘어, 공간을 넘어, 너를 만나러 왔어’를 따라 시간, 공간, 만남의 소주제로 극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뮤지컬_디어마이라이카_메인포스터(低).jpg


 

 

1. 시간을 넘어



극에는 서사가 있다. 서사는 시간이라는 규칙을 피할 수 없다. [과거-현재-미래]의 세계에서는 과거가 현재에,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 시간선의 규칙을 파훼할 방법의 하나가 ‘우주’라는 배경이다. <인터스텔라>가 그랬고, <컨택트>가 그랬다. 이들은 우리가 삶에서 겪어볼 수 없는, 시간 규칙의 파괴를 보여준다. <디어 마이 라이카> 역시, 주인공들을 우주로 내보냄으로써 시간의 규칙을 허물어뜨린다.

 

이렇게 시간을 넘나드는 우주극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인과 관계의 전복이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의 경계가 명확한 세계에 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의 규칙이 무너지면, 그 경계는 더 이상 분명하지 않다. 직선으로 흐르던 시간이 곡선형이 되면서 원인이 결과의 결과가 되고, 결과는 원인의 원인이 된다.


이러한 전복은 주인공의 세대와 그 자녀 세대 간의 관계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둘의 인과 관계가 전복되면 부모의 결과인 자녀가 반대로 부모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즉, 자녀 세대가 마치 부모 세대인 것처럼 부모 세대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다. 나는 그 사실이야말로 ‘현실에서는 매우 어렵지만, 과학 기술의 발달로 가능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 둘의 영향력을 뒤집어 ‘내리사랑’을 역으로 흐르게 하는 것. SF 판타지만이 가질 수 있는 ‘문과적’ 감성이다.




2. 공간을 넘어



극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무대 전면에 배치된, 휘어진 대형 스크린이다. 이 스크린은 장소의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 드넓은 우주가 되기도, 빛나는 계기판이 되기도 한다. 무대 위에서 공간적 배경의 단서가 되어주는 것은 사실상 스크린뿐이다. 극의 특성상 시간과 공간이 일정하지 않고 계속 바뀌어야 했는데, 그런 점에서 여러모로 효율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스크린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공간의 이동을 그 스크린의 존재감에 의존하는 것은 좋았지만, 스크린이 비어있거나, 영상과 배우의 상호작용이 느껴지지 않을 때 오는 아쉬움 역시 크게 느껴졌다.


배경과 소품을 성실히 깔아두고 그것이 시시각각 변하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지만, 디테일만 더한다면 스크린 사용 역시도 좋은 연출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영상과 스크린이 주는 그 ‘빠름’의 묘미 역시도 있기 때문에.




3. 너를 만나러 왔어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였다.


흔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 극은 배우의 예술이라고들 한다. 관객에게 전달되기 직전의, 그 마지막 결정을 내리는 권한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극은 어떤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그 감상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공연 당일 내가 만난 라이카, 벨카, K박사는 극의 재미를 배로 전달해주는 배우들이었다. ‘감정’을 주제로 하는 극이니만큼 섬세한 연기력이 필요했고, ‘우주’라는 배경을 보여주는 연기력도 필요했는데, 그 모든 면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두 배우가 함께 합을 맞추어 진행하는 안무에서는 마치 한 사람이 추는 것으로 보일 정도로 놀라웠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것은, 라이카 역을 맡은 강정우 배우. 탄탄한 실력과 몰입감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공연에서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배우들 역시 어떤 관객을 만나는가에 따라 전달이 달라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관객이 배우의 전달에 반응하는 현장감이 극의 경험을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관객도 가끔은 제4의 벽을 뚫을 수 있는 것이다. 우주에서 자녀들이 그러하듯이. 그런 관점에서 나는 그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관객이었을지는 여전히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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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라이카>는 10월 30일 일요일까지 계속된다. 시간과 공간을 넘어, 과학을 통해 감정의 울림을 전하는 이야기가 궁금한 당신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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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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