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맛있는 한 끼를 먹는 법 - 끼니 [도서]

부제: 다양한 이야기와 함께
글 입력 2022.10.11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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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를 때우면서 관찰한

보통 사람들의 별난 이야기

 

 

끼니_표1.jpg

 

 

먹는 일은 행복하다. 식이요법을 해보거나 운동을 좀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적절한 때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정말 정말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하다.

 

10KM를 뛰고나서 마시는 물 한 모금, 고강도 헬스를 한 뒤에 먹는 초코맛 단백질 쉐이크, 한동안 닭가슴살만 먹다가 입에 넣는 빵이나 떡볶이 같은 탄수화물. 공부하다 지칠 때 먹는 아이스크림, 수영 후나 추운 날 스케이트 타고 먹는 컵라면을 생각해보자.


누구랑 먹는지도 중요하다. 대충 끼니를 떼우기만 하거나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 먹어도 즐거운 사람이 있고, 비싸고 맛있는 밥을 먹어도 맛이 안 나는 경우가 있다.

 

함께하는 사람의 식성이나 취향도 중요하고 먹는 태도도 중요해서 앞에서 맛있고 즐겁게 먹으면 더 맛있다.어떤 관계인지도 영향을 줄 것이다. 불편한 사람과 먹는 밥이 맛있을리 없으니까.


그런가하면 어디서 먹는지도 중요하다. 어떤 맛집은 허름하고 오래된 노포여서 제 맛이 나고, 인스타에 올라오는 카페들은 그 공간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가 디저트를 더 달콤하게 만든다. 캠핑장에서 해먹는 바베큐 구이, 바닷가에서 먹는 조개구이, 계곡이나 산 아래에서 먹는 백숙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음식은 함께 먹는 사람 공간 타이밍이 모두 어루어져 맛을 낸다. 거기에 한 가지를 더하자면 이야기가 있다. 사람 장소 시간이 기묘하게 얽혀 만들어지는 사연이 음식과 그것을 먹는 시간을 특별하게 만들고 기억하게 한다.


음식에는 다양한 사연이 있고 물론 그 모든 일이 항상 좋은 일이라는 법은 없지만.



살다 보면 재수 없는 일이 생긴다. 물론 대부분의 일에는 그에 합당한 인과가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는 않다. 그냥 느닷없는 억울함이 찾아오기도 한다. 여기까지는 어쩔 수가 없다.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렇다면 일이 벌어진 이후에도 가만히 있어야 하나? 그렇지는 않다. 상황을 수습하는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다. 거기서 인생의 성패가 갈리는 것일는지도 모른다. 허나 수습하는 기술은 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세월의 풍파를 겪으며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야 겨우 노련한 기술을 얻을 수 있다. 

 

그나저나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남에게 상처를 준 핫도그 할머니나 학생식당 아주머니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악행을 벌였으니 하루의 대가를 치렀을까. 그랬다고 믿으련다. 그래야 내 정신 건강에 이로우니까. (억울한 일은 그냥 생기기도 한다. p.190)



잘못한게 없는데도 나쁜 일은 생겨. 

그건 일종의 자연재해 같은 거야.

 

(p.191 그림에 삽입된 대사)

 

 

유두진 작가의 책 <끼니>는 그런 책이다.

 

음식에 얽혀있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를 소개하는 책. 그냥 하루 허기를 달래는 끼니가 아니라 끼니와 함께하는 순간들을 포착하는 책이다.

 

그 속에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음식과 함께하는 어느 순간에 느꼈던 감정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것을 매개로 꺼내놓는 작가의 생각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고등어회


누군가 내게 물었다.

“고등어회의 맛은 어떤가요?”


내가 답했다.

“안 구운 고등어 맛입니다.”

 

(p.170)

 


기업의 근간을 이루는 건 사람이다. 개인의 정보를 고스란히 담은 이력서를 함부로 다루는 회사의 미래는 뻔하다. 인간에 대한 예의가 없는 곳이어서다. 중요한 건 ‘기본’이다. 너무 당연해서 상투적으로까지 느껴지는 말이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가 않다. 중요한 건 역시 기본이다. 기본이 돼 있어야 그 바탕 아래서 혁신도 하고 도전도 하고 꿩도 잡고 닭도 잡고 하는 것이다. 그래, 나부터 기본을 갖춘 인간이 되자. (이력서로 떡볶이 국물을 닦아내고, p.203)



기사가 보일러실로 들어갔다. 삐걱, 삐그덕 보일러 고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남은 샌드위치를 먹었다. 왜? 먹어야 사니까. 비차건 허무하건 우리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보일러를 고쳐야 하고 음식을 먹어야 한다. 그렇게 나는 다시 삶 속으로 빠져들었다. (당신도 한때는 빛나는 순간이 있었을 텐데, p.27)


 

책 앞부분에 쓰여있는 작가의 말을 따라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떠올려본다. 음식도 떠오르지만 함께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날의 분위기와 시간, 온도, 나눴던 대화까지. 분명 좋은 순간이었다.

 

음식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좀 더 그 끼니를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반대로 맛있는 식사가 훨씬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자리와 관계들도 있다. 음식으로 하루를 기억하는것도 꽤나 즐거운 일인것 같다.


지극히 일상적이라 지나쳐가기 쉬운 식사에 대한 기억을 <끼니>라는 제목으로 재치있게 담아낸 책이다. 에피소드 형식 책의 장점은 흐름을 신경쓰지 않고 언제든 가볍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궁금하거나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만 읽어도 좋다. 나는 이런 책을 일할때나 공부할때 책상 근처에 올려두고 집중이 깨질때 틈틈이 읽는다.

 

끼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함께라면 식사시간이 더 좋은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 유두진


 

초딩 시절  TV프로그램 <오늘의 요리>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유난히 방학을 기다렸던 사람, 요리사가 운명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요리사가 되지 못하고 글쟁이가 된 사람, 그래도 요리와 음식에 대한 관심만큼은 끝까지 놓지 못한 사람. 혼밥, 혼술의 달인이라고 자부하며 끼니를 해결할 때 느꼈던 감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기도 하다.

 

제 7회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대상을 수상했고, 현재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을 수행 중이다. 저서로는 단편 콩트집 <급소>, 장편 <일렁이는 시절>이 있다.

 

 

 

출판사 책 소개



『끼니』는 음식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맛집을 소개하거나 음식 맛에 대한 평가를 하는 책은 전혀 아니다. 음식을 향한 세레나데도 요리 비법이 담긴 요리책도 아니다.

 

『끼니』는 밥을 먹다 생긴 에피소드들과 식당에서 마주친 사람에 대한 책이다. 참치집 사장님, 짬뽕집 배달원, 만둣집 부녀 등 끼니를 때우다 마주친 사람들의 별나고도 재밌는, 때론 안타까운 이야기 총 47편이 수록되어 있다. 특별한 사람만이, 특별하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작가는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을 포착해 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삶을, 일상을, 주변인들을 다시 한번 돌아볼 수 있게끔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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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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